야마다 나오코 감독 / 129분 / 전체 관람가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유우키 아오이, 오노 켄쇼..

개인적인 평점 : 8.5점 (메타스코어 : 80점, 로튼토마토 지수 93％(평점:7.5점), 5월 13일 기준)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12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목소리의 형태>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이마 요시토키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목소리의 형태>는 <너의 이름은.>이 일본에서 한창 무서운 흥행 질주를 벌이고 있던 작년 9월 17일에 개봉해 277만불의 오프닝 주말 스코어를 기록하며 2위로 일본 주말 박스오피스에 데뷔한 후, 1,919만불의 일본누적수익(월드와이드 1,959만불)으로 206년 일본 박스오피스 흥행 22위에 오른 작품인데요. (참고로, <목소리의 형태>의 일본 개봉 당시 <너의 이름은.>은 3주 연속 일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목소리의 형태>가 개봉한 후로도 무려 6주 동안이나 1위를 지키며 도합 9주 연속 일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총 12주 동안 일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었습니다.)

■ 2016년 일본 박스오피스 흥행 21위~30위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Box Office Mojo를 참고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너의 이름은.>의 연출자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으로부터 "그림도 너무 아름답고, 연출 역시 흉내 내고 싶어도 흉내를 낼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는 <목소리의 형태>는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풍부한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애니메이션",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아름답고 감각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놀랍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호평 일색의 평가를 받으며 93％의 높은 로튼토마토 지수(평점:7.5점)와 80점의 메타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가, 일본 현지 관객들로부터 야후재팬 평점 3.8점(5점 만점), 에이가닷컴 평점 4.0점(5점 만점)을 각각 기록하고 있죠. (5월 13일 기준)

자, 그럼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목소리의 형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말처럼
훌륭한
애니메이션이었는지, 언제나 그렇듯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게요. ^^

※ 본 포스팅은 필자의 취향과 의견이 반영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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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세 번째 일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을 보고 울었다고 하면
혹자는 다 큰 어른이 만화를 보고 우느냐고 핀잔을 늘어놓을지도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전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제 인생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두고두고 기억될 <목소리의 형태>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웬만한 실사 영화보다도 훨씬 애절한 감성을 밀도 높게 담아내고 있었던 <목소리의 형태>는 아무리 칭찬을 늘어놓아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었으니까 말이죠.

일본 애니메이션계 최고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리고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트로이카로 손꼽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호소다 마모루 감독,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의 작품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몇 번씩 관람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을 자랑하며, 일본이 왜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애니메이션 강국인지를 여실히 입증해 왔었는데요.
저 역시도
네 분 감독님들의 작품들을 무척 좋아해서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해서 감상하곤 하죠.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신카이 마카토 감독님의 <초속5센티미터(2007)>와 <너의 이름은.(2016)>인데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서정적인 쓸쓸함으로 그려내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초속5센티미터>, 그리고 기발한 세계관 안에서 진한 웃음과 애절한 로맨스를 탁월하게 조율하며 동북아 3개국의 관객들을 매혹시켰던 <너의 이름은.>, 이 두 작품은 저의 눈물샘을 한껏 자극하며 폭풍 눈물을 선사해줬었죠. <초속5센티미터> 이후 <너의 이름은.>으로 다시 눈물을 흘리게 되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던 까닭에, 한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눈물 흘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전 <목소리의 형태>로 인해 불과 4개월 만에 또다시 일본 애니메이션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는데요. <목소리의 형태>가 개봉했을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왜 그토록 <목소리의 형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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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음악, 연출 3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애절한
감성 애니메이션

오이마 요시토키의 원작 만화를 읽어보지 못한 전 <목소리의 형태>의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 벚꽃 색깔 머리의 청각장애 소녀 니시미야 쇼코(하야미 사오리)와 까칠한 츤데레 소년 이시다 쇼야(이리노 미유)의 감성 로맨스 정도를 예상했었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제로 극장에서 만나본 <목소리의 형태>는 단순히
애절한 로맨스만을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소외와 차별,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과 우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폭넓게 아우르며
수준 높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더라구요. ^^

겉으로는 언제나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진한
슬픔과 어둠을 가지고 있는 소녀 쇼코를 비롯해, 철없던 어린 시절에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지난 5년 동안 고스란히 되돌려 받으며 끊임없이 고통받아 온 이지메 가해&피해 소년 쇼야, 쇼야와 쇼야의 누나를 자유방임주의식으로 양육하는듯하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자식들을 지켜보며 따뜻하게 응원하고 있는 쇼야의 엄마 미야코,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기만 하는 언니 쇼코를 지키기 위해 등교도 거부한 체 남자 행세를 하면서 언니를 보호하는 쇼코의 여동생 유즈루(유우키 아오이), 딸
쇼코가 세상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는 단단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쇼코를
혹독하게 양육해온 쇼코와 유즈루의
엄마 야에코, 손녀들(쇼코, 유즈루)과 딸(야에코)의 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로 양쪽 모두를 포근하게 품어주는 쇼코의 천사표 할머니, 초등학교 시절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한순간에
쇼야의 절친에서 철천지원수로 변해버린 우에노 나오카(카네코 유우키)와 시마다 카즈키, 온화하고 상냥한 겉모습으로 자신의 이기적인 본성을 숨기고 있는 분노 유발 위선자 카와이 미키(메구미 한),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이를
실행하지는 못하고 언제나 도망 다니기 바빴던 사하라 미요코(이시카와 유이), 그리고 <목소리의 형태>의 개그 담당 나가츠카 토모히로(오노 켄쇼)와
깜찍함을 담당하고 있는
쇼야의 조카 마리아
등 <목소리의 형태>는 각각의 개성과 사연을 지니고 있는 여러 캐릭터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감성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는데요. 특히, <목소리의 형태>는 이들을 통해
현대 사회에
만연한 소외와 차별, 그로 인한 현대인들의 고통과 외로움 등을 밀도 높게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이 영화 속 그들의 사연에 스스로를 대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그 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형태>는 서사의 감성을 한껏 북돋아 주는 아름다운 작화와 우시오 켄스케 음악 감독의 서정적인 OST, 그리고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군더더기 없는 유려한 연출 등이 매력적인 앙상블을 이룸으로써, 서사의 재미와 감동을 한층 더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목소리의 형태>를 관람하고 난 후, 이토록
감성적인 작품의 기초를 20살이란 어린 나이에 이미 만들어낸 원작자 오이마 요시토키와(참고로, 원작자인 오이마 요시토키는 20살이었던 2008년, 단편 ＇목소리의 형태＇로 주간 소년 매거진 신인 만화상에 입상하였습니다. 오이마 요시토키는 ＇목소리의 형태＇를 작업하면서 수화통역사인 어머니의 도움과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일본의 차세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에게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답니다. ^^

사람에게 받은 상처, 사람으로부터 위로받으세요.

이처럼, <목소리의 형태>는 다양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들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리도록 아름다운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또한 <목소리의 형태>는 그러한 진한 감성의
끝에서,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쇼야처럼) 눈 감고 귀를 닫은 체 땅만 보고 걸으며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며 사는 것보다는, 꽁꽁 닫았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치열하게 부대끼며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임을 역설하고 있었죠. 비록, 때로는 사람 때문에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받긴 하겠지만, 또 누군가로부터는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받기도 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의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성숙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에요. 마치, <목소리의 형태> 속 쇼야처럼 말이죠. ^^

초등학교 시절 쇼코의 이지매를 촉발시킨 쇼코, 쇼야, 우에노, 시마다의 사각 관계를 비롯해, 유즈루가 동물 사체 사진을 주로 찍는 이유(언니 쇼코에게 동물 사체의 끔찍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자살에 대한 거부감을 느껴 자살 의지를 꺾고자 한 유즈루의 의도), 쇼야의 자유연애주의자 누나(참고로, 원작에서 마리아의 아버지인 브라질리언 페드로는 쇼야 누나의 31번째 남자 친구입니다. ^^；；), 엄마 야에코와 쇼코, 유즈루 자매 간의 갈등, 쇼코의 장애를 야에코의 탓으로 여기며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쇼코의 아버지 & 쇼코의 친조부모 등 <목소리의 형태>는 애니메이션화 과정에서 원작의 스토리가 다소 생략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다들 작품의 감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원작을 전혀 모르는 분일지라도 <목소리의 형태>를 재밌게 감상하시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시리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감성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할게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