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주기
  1. 책과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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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1cm+
글쓴이
김은주 저
허밍버드
평균
별점8.5 (155)
기쁨주기
‘하나. 밥은 꼭꼭 씹어 드시고 《1cm+》는 당신의 사색을 1cm씩 더하며 느릿느릿 읽어주세요.’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저자는 “느릿느릿 읽어주세요” 라며 독자에게 하소연을 한다. 이유는 사색 없이 읽으면 이 책은 속된 말로 단팥 없는 찐빵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이 책을 사색하며 읽을까? 그림과 여백은 많고 글자는 중년남자의 머리숱 정도라면 단숨에 해치우기에 딱 좋은 책이다. 속도를 내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책은 2시간 정도 만에 주파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할 정도로 아무런 느낌도 오지 않는다. 책값 생각도 나고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어 천천히 한 번 더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인상이 별로인 사람에게 매력을 찾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책에서 ‘1cm+’ 의 매력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유는 저자의 감성과 위트를 응원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나이 들었다는 자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기에 도전한다. 도전하기에 젊은 것이다.’라는 이 한 구절을 발견하면서 ‘1cm+’ 는 갑자기 친근감 있는 책으로 다가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늙다리 아저씨들은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본인이 더욱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을 변명할 때 가장 많이 써먹는 단골메뉴다. 그러나 자신이 꿈꾸고 있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인생에 관한 잡다한 지식은 많이 가지고 있기에 어느 누구 앞에서도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말할 수 있지만 대부분 옛날이야기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저자는 이 부분을 멋지게 말한다. 중학교 이후로 처음 이 글을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으리라.

 


‘당신이 글을 진정 사랑한다면
독서가 취미인 카페 주인보다 소설가가 될 수 있기를


당신이 노래를 진정 사랑한다면
노래 잘하는 요리사보다 무대 위 가수가 될 수 있기를.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회사원보다 여행 작가가 될 수 있기를‘


 


도전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정보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피 흘린 상처를 통해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취미라면 이런 상처나 아픔은 필요 없다. 본인이 바라는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멋진 것은 저자의 다음 말이다. ‘설령 당신이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가시가 아닌 진주처럼 아름다운 삶의 한 부분으로 안을 수 있기를, 실패가 아닌 도전이었다 말할 수 있기를, 꿈을 가졌던 것을 후회하지 않기를’


 


아직도 소설가가, 가수가, 여행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도전이기에 돈키호테의 꿈처럼 불가능해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도전이기에 아름답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생각을 바꾸면 세상은 달라진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책의 감동은 잠깐 스쳐가는 바람과 같을 때가 있다. 이 책에서 얻는 깨달음은 저자는 화두를 던지고 독자는 사색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색연필로 정성스럽게 밑줄을 치면서 읽었더니 책이 알록달록하게 치장되는 부분이 많아진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은주는 카피라이터답게 단문을 즐겨 쓰고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맛이 좋다. 그녀의 감성이리라. 이런 부류의 책은 매우 쉽게 읽혀질 수 있지만 그 의미를 자신의 삶에 대입해보며 사색하는 것은 쉽지 않아 겉모습만 보기 쉽다. 마치 노란 바바리를 입고 꽃비가 내리는 길을 걸어가는 여인의 뒷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처럼 ‘1cm+’ 도 자칫하면 저자의 언어놀이에 심취해 그 의도를 잊어버릴 수 있는 책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밥을 씹는 것처럼 느릿느릿 읽어주세요.” 라고 간곡히 독자에게 부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저자가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노란 바바리코트를 입은 여인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녀의 내면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일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포리즘(aphorism)과 같은 짧은 글귀들은 충분히 자신의 내면으로 전이될 수 있고 답은 저자의 바람처럼 내 인생에 더하고 싶은 1cm 만큼의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아직도 삶이 진행 중이라면 도전은 멈출 수 없는 당위(當爲)다.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새길 수 있다면 책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꽤 여운을 남긴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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