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2, 씨네큐브 광화문, With WJ

2011.06.16 개봉 / 연소자 관람가 / 80분 / 애니메이션,판타지 / 영국,프랑스

---

세월이 흘러가면서 누구나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강건한 사람이라도 한부분이 조금씩 부스러지고 무너지는 느낌이 들게 마련인게 세월이라는 생각을 최근 자주 하게된다. 그 생각과 딱 맞물리는 애니 [일루셔니스트]를 만났다.

 

자리를 잃어가는 마술사의 모습이 비친다. 자신만의 쇼가 아닌 막간을 이용한 쇼의 자리에서도 밀려나게 되는 마술사는 원거리 출장 마술을 펼치게 되고, 출장 마술을 하던 자리에서 순수한 앨리스를 만나게 된다. 깨끗하게 손질된 셔츠가 고맙고 떨어진 신발이 안스러워 마술사가 마법처럼 앨리스에게 빨간 구두를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앨리스는 스스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 마술사가 다 이루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을 마치고 떠나는 마술사를 동의도 없이 무작정 짐을 싸서 따라나선 앨리스는 마술사에게 처음으로 표를 마법처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어이 없고 버릇없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내가 저물어 가고 있음에도 누군가 환한 눈으로 지켜봐 준다면, 나도 마술사가 되고 싶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앨리스의 요구는 배표로 끝나지 않는다. 코트와 구두 그리고 생계를 이어갈 돈으로 이어진다. 세차와 백화점 진열대에서 상품광고 마술을 펼쳐서 앨리스에게 앨리스가 원하는 코트와 구두를 마법처럼 선물한다.



마술사의 일상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현실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마법사는 세차한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백화점 진열대의 마술도 앨리스의 눈길 때문에 오래 하질 못한다. 그 사이 마술사와 같은 복화술사와 삐에로의 다 저물어가는 삶이 한 화면에 비치며, 찬란한 앨리스와 끊임없는 대비를 이룬다. 앨리스의 친절이 그들을 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쇼윈도우 앞에서 한껏 꾸민 앨리스 옆으로 얼마 전 앨리스와 같은 행색의 여자아이가 앨리스를 부러워하면서 지나간다. 이제 마술사는 떠나고 앨리스는 새로운 젊은이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앨리스도 마술사가 될 날이 올 것이다.  마음 편하게 볼 수가 없는 이 애니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화면 때문에 괜히 마음 편하게 보고 말았다

프랑스의 코미디 거장인 자크 타티의 편지를 원작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애니를 보고 나와서야 알았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그대로 마술사로 살려 놓았다고 했다. 그래서 살아 있는 자크 타티를 만나는 듯 하다는데, 나는 '자크 타티'가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지만,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는 그의 단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있는 사람이었고, 거장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의 특별전과 회고전이 이미 우리나라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으면서도 못가본 것을 후회하고 있다. 자크 타티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레인코트와 우산, 담배 등의 소품을 사용해 그의 생전 모습을 실사로 스치듯 등장시켜 완벽한 오마주를 보여주었다는 사실도 알 수가 없었지만, 자크 타티를 몰라도 충분히 마음주며 볼 수 있는 애니였다.

< src="http://api.bloggernews.media.daum.net/static/recombox1.swf?nid=18261759"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80"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