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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소중해
  1. 영화본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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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인사이드 아웃 (3D)
감독
피트 닥터
제작 / 장르
미국
개봉일
2015년 7월 9일
평균
별점9 (0)
생명은 소중해

 인간의 뇌 속에 그 무엇이 있길래 이리도 인간 세상은 복잡한 것일까? 털털하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예민해져 있고, 얌전하던 아이가 갑자기 까칠해 있다. 이러한 불확정성과 급변을 목격하면 당황스럽고 혹시 이 사람이 뭔가에  씌인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미네소타에 사는 라일리라는 여자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이 아이의 뇌 속에는 어떤 존재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기쁨이를 시작으로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 그리고 몇 개의 섬들(가족섬, 우정섬, 엉뚱섬 등)이 생기고 날마다 차곡차곡 기억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라일리의 인격을 형성한다. 사람은 시시각각 실시간으로 변하는 존재이다(어릴수록 그 변화가 심할 것이다). 오늘의 라일리는 어제의 라일리와 다르다. 이 다섯 존재들은 라일리가 아침에 깨어서 밤에 잘 때까지 라일리의 반응과 동작을 제어한다. 라일리가 잠을 자면 이들은 퇴근이다. 그리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며 오늘 만들어진 기억들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한다. 물론, 밤에는 꿈제작소가 가동된다. 이렇게 보면 라일리라는 존재는 공장이나 로봇같다. 실제로 라일리는 라일리가 모르는 이 다섯 존재에 의하여 움직인다.


  평화롭고 행복한 라일리의 날들이 11살까지 이어진다. 기쁨이는 리더로서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와 조율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슬픔이는 자신이 손을 댈 때마다 라일리가 슬퍼지고 우울해지는 것 같아,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고민하며 우울해 한다. 기쁨이는 그렇지 않다고(기쁨이는 항상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슬픔이를 위로한다. 하지만 기쁨이는 슬픔이가 무엇을 만질수록 라일리가 슬퍼질까봐 걱정한다.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슬프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는다고 슬퍼지지 않을까?


 라일리 아빠의 사업문제로 라일리는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다. 그런데 이사한 집은 너무 허접하고, 이삿집은 며칠 뒤에야 오는 슬픈 상황을 맞아야 한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간 집근처 피자집에는 라일리가 싫어하는 브로콜리가 들어간 피자 한 종류만 파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이렇게 슬픈 상황에서는 슬퍼해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그런데 기쁨이는 최대한 라일리를 행복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라일리가 전학간 학교에 처음 등교한 날에 사건이 벌어졌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날은 라일리가 새로운 친구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아주 중요한 날이다. 그래서 기쁨이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소심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 목록을 뽑아오라고 하고 슬픔이 주위에 원을 그려놓고 원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한다. 선생님은 라일리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라일리에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한다. 라일리는 우물쭈물 얘기하는데, 선생님이 미네소타에서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라일리는 얼굴이 밝아지며 미네소타에서 행복했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잘 풀렸다. 그런데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슬픔이가 핵심 기억(core memory)에 손을 댄 것이다. 그러자 라일리는 샌프란시스코로 이사와서 모든 게 불행해졌다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슬픔을 가둬놓을 수 있다는 기쁨이의 생각은 틀렸던 것이다. 기쁨이는 슬픔이로부터 소중한 핵심 기억을 빼앗고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으려고 하다가 기쁨이와 슬픔이는 빨려들어가서 본부로부터 머나먼 곳에 떨어지고 만다. 본부에는 이제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만 남았다.


  이 이후로 기쁨이는 슬픔이를 질질 끌며 본부로 돌아가는 모험이 시작되고, 라일리는 끝이 없어보이는 불행과 타락의 길로 들어선다. 기쁨과 슬픔이 없는 소심, 까칠, 버럭만 있는 11살 여자아이를 상상해보라. 누가 그 여자아이를 좋아할 수 있을 것인가? 버럭이는 결국 라일리는 미네소타에서 행복한 기억을 찾아야 한다며 라일리를 가출의 길로 이끈다. 버럭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었으리라.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기쁨이와 슬픔이는 라일리의 뇌 속에 있는 다양한 지역을 통과한다. 그 중에 상상 랜드 (imaginary land)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라일리의 상상의 동물 빙봉(솜사탕 몸, 꼬끼리의 머리, 돌고래의 ??)이 상상 랜드를 안내하며 기쁨이와 슬픔이를 생각 열차로 이끈다. 그러는 사이에 엉뚱섬, 우정섬이 차례로 무너지고 가정섬은 위태위태하다.


 절대절명의 위기를 넘기고 기쁨이는 해법을 찾아낸다(방법이 좀 억지스럽다). 기쁨이에게 슬픔이가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 해결의 실마리였다(항상 긍정적이던 기쁨이가 눈물을 흘린다). 본부로 돌아온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컨트롤타워를 맡긴다. 기쁨과 슬픔이 없었던 라일리는 슬픔에 잠긴다(기쁨과 슬픔이 없는 없는 인간을 상상해보라. 끔찍하다). 라일리는 미네소타행 버스에서 내려서 집에 돌아가 부모님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 슬픔이 덕분이었다(슬픔이 있어야 위로받을 수 있다). 그 후로 기쁨이와 슬픔이는 손을 잡고 무너진 우정섬과 엉뚱섬을 회복한다.


  이 영화는 슬픔이 필요없는 존재가 아님을 얘기한다. 기쁨(joy)이는 슬픔(sadness)이를 원 안에 가둬두려고 하지만 그렇게 감정이 쉽게 제어되는 게 아니다(특히 11살 아이는). 기쁠 때는 하하 웃으며 기뻐하고, 슬플 때는 눈물 흘리며 슬퍼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슬픈 상황인데도 기뻐해야 하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억지로 기뻐하려 하는 것은 자신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슬플 때는 그냥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자. 그래야 위로도 받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당신이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누가 당신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지 알겠는가.


 11살 라일리에게 기쁨은 익숙한 감정이지만 슬픔은 낯선 감정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라일리는 슬픈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이번 경험으로 라일리와 이 다섯 존재는 좀 더 성숙해졌을 것이다.


 라일이의 어머니의 뇌 속에는 슬픔이가 리더이고, 아버지의 뇌 속에는 버럭이가 리더인 점이 흥미롭다. 끝 부분에 개와 고양이의 뇌 속을 보여줬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양이를 잘 나타냈다. 미네소타는 추운 지방인가 보다. 미네소타에서 라일리는 하키를 했다.


 나의 뇌 속에도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가 있을 것이다. 다른 이의 뇌 속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평소와 다르게 까칠할 때는 뇌 속의 까칠이가 성질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야겠다. 평소와 다르게 버럭 화를 잘 낸다면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에서 탈출해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이런 경우에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로 돌아올 동안 기다려주면 될 것 같다. 아, 저 다섯 존재는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 이 영화를 본 날 밤에 잘 때 나는 속으로 이 다섯 존재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지금도 나를 보살피며 일하고 있을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잘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기쁨이가 리더인 뇌가 되고 싶다. 버럭이가 리더인 뇌는 최악일 것이다. 까칠한 사람은 까칠이가 리더일 것이고 소심한 사람은 소심이가 리더일 것이다. 현재 내 뇌의 리더는 누구일까?


 영화볼 때 잘 웃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며 몇 번 소리내어 웃었다. 3D로 봤는데 2D로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3D로 보고 있는데 3D 영상을 본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어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라일리 나이쯤 되면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2편이 나올 것 같다. 기존에 없던 섬들(예, 패션섬, 여행섬, 이성섬)이 추가되었고 계기판이 업그레이드되었다. 화를 내는 버튼이 많아졌다며 버럭이가 좋아한다(과연 버럭이는 웃으면서 화를 내는 스킬을 익힐 수 있을까?). 또한 사춘기라는 메뉴가 생겼다, 까칠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기쁨이와 까칠이가 연합전선을 형성하면 라일리의 매력은 커질 것이다. 소심이는 신중이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슬픔이와 소심이는 언제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정이, 냉정이, 친밀이 등의 새로운 존재가 태어날 수 있다. 라일리는 이제 12살이 되었다.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데 누가 진짜 라일리일까? 인간 세상도 복잡하지만 한 인간의 내면도 너무나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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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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