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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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글쓴이
유시민 저
돌베개
평균
별점8.8 (272)
初步

   나는 대학에서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내가 왜 자연과학을 택했는지는 지금도 아리송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단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문과 과목에 더 흥미가 있었고 좋아했는데 왜 다른 선택을 했는지 가끔 생각이 나서 기억을 더듬어 볼 뿐이다. 대학 때는 당시 학교를 다닌 대부분의 학생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었다. 그렇게 형성된 나의 독서습관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사회에 나와서는 업무와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지만 딱히 독서습관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중국관련 업무를 하면서 중국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동양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관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나의 독서습관은 바뀌었다. 소위 인문학에 대한 책들, 그 중에서도 역사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여전히 한국사와 동양사 그리고 문명사에 머물러있다. 서구의 역사도 알고 싶다는 생각에 읽어보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흥미에 따라 읽을 뿐이다. 요즘은 그들의 역사도 체계적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들 사고의 근원이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책들을 먼저 읽고 있다. 그러던 중 이 책 [역사의 역사]를 읽게 되었다. 저자인 유시민의 책은 대부분 읽었기에 그의 생각이나 글쓰기 방법 등은 이미 익숙했고, 그의 생각을 빌어 역사서에 대한 입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읽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동서양의 역사가 16명이 쓴 역사서 18권을 다루고 있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동양의 역사서이다. 박은식의 [한국통사],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는 우리의 역사를 다루었고,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역사, 그리고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은 이슬람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의 역사서는 모두 식민지시대에 쓰여졌다. 박은식은 조선의 망국과 민족해방투쟁의 아프고 고단했던 과정을 생생하게 기술했다. 그는 망국의 역사가 아니라 광복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당대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에 반해 신채호는 조선의 정신을 살려내기 위해 집요하게 고대사를 파고 들었다.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다라는 말로 널리 알려진 [조선상고사]는 단군왕검 건국에서 시작하여 백제의 패망에서 끝이 나는 미완의 역사서이다. 정통유물사관을 견지한 식민지 조선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백남운은 [조선사회경제사]에서 원시시대부터 삼국통일 이전까지의 경제사를 다룬다. 그 시기를 노예제로 규정한 그는 아마 민족해방투쟁의 수단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받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서구의 역사서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폰 랑케의 [근세사의 여러시기들에 관하여][강대 세력들 정치,대담,자서전],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그리고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 중에는 저자와 제목을 알고 있는 책도 있고, 여기서 처음 알게 된 책도 있으며, 이해 여부를 불문하고 읽어 본 책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저자의 시각을 빌려서 이지만, 이들 역사서가 어떤 책인지를 알게 되었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지만 그냥 건너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만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이론서이다. 예전에 읽은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서들의 마지막 분류로는 문명사이다. 슈팽글러의 [서구의 몰락],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이에 해당되는 책들이다. 나에게는 서구의 역사서들보다는 이 책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따라서 대부분 읽어본 책들이다. 20세기 들어서 개별민족이나 왕조, 국가가 아닌 문명을 연구하는 역사가들이 등장했고, 토인비는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문명사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역사와 과학이 융합되어 우리에게 알려진 문명사가 아닌 인류, 그 자체의 역사를 다룬 문명사가 쓰여진다. [,,][사피엔스]에서 다이아몬드와 하라리는 문명 발전 속도의 차이를 만들어낸 근본원인은 환경 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기존의 서구학자들이 주장하는 문명의 해석을 반박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가 왜 역사서를 읽어야 하고, 또 역사서를 읽을 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저자는 역사서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231)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235)





 





 



또한 저자는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데 있음 (17)을 절감했다며, 역사의 역사란 인간과 사회의 과거에 대해 문자 텍스트로 서술하는 내용과 방법이 변화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 (15)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 [역사의 역사]에서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역사가를, 역사이론서가 아니라 역사서를 다루었다고 한다. 나 역시 역사이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싶었기에 이 책을 읽었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닐지 모르겠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1)





 





 



  그러나 우리가 남의 역사서를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역사는 사실을 쓴 이야기이고 언어로 재현한 과거인데, 남의 언어로 재현한 남의 과거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흥미를 느끼려면 그 책이 담고 있는 기초정보를 알아야 한다.’ (51)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역사나 동양고전은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지만 서구의 역사는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틈나는 대로 읽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중의 기초가 아닐까 싶다.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서구의 역사서들을 읽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역사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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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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