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1. 소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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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쇼코의 미소
글쓴이
최은영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8.8 (546)
初步



   나에게 소설이란 어떤 느낌일까? 예전엔 문학작품이라 하면 의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한 허구이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 그리고 내가 나에게 물어보아야 할 일들을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읽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소설을 읽는 것이 힘들었다
. 첫 장을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 첫
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피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요즘의 소설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감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우연히
읽게 된 소설들이 예전에 읽던 소설들과는 달리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기억이 그런 선입감을 만들었을 게다
. 그러다
요즘들어 소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물론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줄구장창 소설만을 읽는다는 것은
아니고
, 가능하면 피하지 않고 읽는다는 소리이다. 어느 순간
나의 책 읽기가 너무나 편향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 한편으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 물론 소설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소설을 읽겠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된 소설집이다. 작가에 대해서도 모르고 그리고 단편소설집 인줄도 몰랐다. 주위에서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구매하여 한 열흘쯤 책상위에 묵히다가 읽었다
. 역시 내가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처럼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생각은 많아졌다
. 내 삶 또한 작품 속 화자들처럼 이별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게다
.



 



  표제 작 [쇼코의 미소]를 포함하여 7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은 나에게 관계와 유대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또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유대감을 형성한다
.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내 주위의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사이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 당연히 이해하리라는 생각에, 언제든
내가 손을 내밀면 잡아주리라는 착각속에서 무관심했던 것 같다
. 시간이 지나고나서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 때는 이미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쇼코의 미소]에서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작중 화자인 소유와 쇼코의 관계보다 각자 자기 할아버지와의 관계였다. 아버지가 부재인 상황에서 조부와
손녀의 관계는 어쩌면 아버지와 딸, 아니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로 치환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동갑내기인 소유와 쇼코의 관계는 교환학생으로 만난 일회성 관계이기에 앞서 우리들이 흔히 겪는 친구라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이런 관계는 매 작품마다 형태를 달리하여 나타난다. [씬 짜오, 씬 짜오]에서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주위사람들이 학살된 응웬 아줌마 식구와 우리 식구가 독일 어느 도시에서 이웃으로 살며 관계를 맺고,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
엄마인 해옥과 엄마의 먼 친척이었던 순애이모의 관계가, 그리고 [
곳에서 온 노래]는 소은과 노래패 선배인 미진의 관계 등,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관계임에도 그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고 끊어지는지를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
작가는 이런 만남과 헤어짐의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고 하나가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 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관계를 맺었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 그 중에는 부모도 있고 형제도 있고 친구도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지만 잊힌 사람도 있다.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졌는지 알지 못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아리송한
사람도 있다
.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람들을 하나씩 더듬어 본다. 쇼코가
출국장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소유를 쳐다보며 짓던 미소
, 그 미소를 보고 소유가 서늘해짐을 느꼈던
것처럼 내마음도 서늘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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