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1. 사회/정치

이미지

도서명 표기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글쓴이
오찬호 저
블랙피쉬
평균
별점9.2 (81)
初步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내가 사는 곳도 어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여 인근지역과 마찬가지로 난리가 아니다. 헌데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를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동선을 숨김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자신 때문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무신경한 행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사회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난 절대 아니다’라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도 알게 모르게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적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던 차 이웃 블로거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라는 제목만을 보고서는 자기계발서인지 혹은 사회비평서인지 헷갈렸다.

 



‘부끄러움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성장한다. 무결점의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과오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사과했고 변명하지 않는다. 괜한 강박에 사로잡혀 주변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 뜨거워야 할 때 차갑게 식지 않는 사람, 차가워야 할 때 괜히 달궈지지 않는 사람은 그 옆의 사람을 괜찮게 했다. 이들은 감정 오작동의 순간을 확인할 때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을 부끄러워했다.’는 프롤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제목이 말하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회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3부로 되어있다.

 



먼저 1부에서 저자는 죄의식이 부족한 우리들의 민낯을 비판한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려 얼굴 빨개질 줄 모르는 우리의 자화상을 살펴보면서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말한다. 차라리 뻔뻔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지만 얼굴 붉어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도 괜찮지가 않은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하는 순간에도 오히려 당당해지는 그 민낯의 현장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 저자의 말은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자꾸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신속배달_늦게 왔다고 돈 다 안낸다는 사람) 사람이 죽을 확률이 높은 시스템을 애용하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하지만 실제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게 그 대단한 ‘권리’ 때문이다. (26쪽)

 


(장애인시설_우리 동네에는 안된다는 사람들) 가슴 한 구석에 존재는 하되 차마 들키지 말아야 할 속물적 욕구를 당당히 드러내는 용기는 상대가 만만하기 때문이다. (…) 연민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라는데 틀린 말이다. 사람들은 상대를 가려서 연민한다. (32쪽)

 

(노키즈존) 딱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말도 안되는 생각과 행동을 타인을 향해 할 수 있는 용기, 이것이 혐오다. 그럴만한 이유를 상대를 가려서 주장하는 사람, 혹시 당신 아닌가? (37쪽)

 


(꼰대) 꼰대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몰라서, 정확히는 이를 알려고 하지 않기에 꼰대다. (52쪽) 그러니까 사는 대로 생각하겠다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존재한다. 이들은 꼰대를 혐오하면서 본인이 꼰대인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53쪽) 자유라는 명목으로 주변의 타당한 비판에 귀를 닫거나 개성이라는 달짝지근한 단어를 남발하며 자신의 기준 외의 것을 다 구린 것으로 바라본다면 그 사람이 꼰대다. (57쪽)

 


(차별) 차별은 피해자가 느끼는 것이지 가해자가 해명하는 것이 아니다. (64쪽)

 


(꼼수) 부당한 시스템에 대한 저항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과 현실이 썩었다면서 꼼수로 타인을 기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101쪽)

 






2부에서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강박과 차별을 부추기며 그 기준에 모자라면 부끄러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민낯을 살펴보고 있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요하면서 차별을 정당화하고,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 아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평범하면 그것이 곧 결핍이라 생각하는 강박 속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하고 차별당하는 우리사회를 비판한다. 그것들 모두가 강박인줄도 모르고 별걸 다 부끄러워하라고 강요한다. 정작 그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하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이토록 독해지길 강요하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 대한 진득한 분노여야 한다. → 웬만큼 독해져도 성과는 없고 남은 건 독하지 않은 상대를 비꼬면서 자신이 잘 살고 있다고 자위하는 것뿐이다. (134, 135쪽)

 


주변의 조언들은 우리들을 기만한다. 성공했다는 사람들 죄다 잠을 아꼈고, 휴가도 몰랐던 독종이었으니 너도 그렇게 하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한다고 했는데’라면서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하라’는 주술을 건다. → 모두가 시간에 지배당해 살면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현실 앞에서 ‘시간을 악착같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중이다. (145쪽)


자랑하고 부러워하는 대화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에게 평범을 넘어서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강박이 잇기 때문이다. → 내세울 것이 없다면 누군가의 자랑질에 기뻐하는 게 도리다. 이조차도 못하면 배배 꼬인 인간 취급받아 무엇을 내세워도 인정받지 못한다. (149쪽)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사회에서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고 잃어버린 감정온도의 균형을 찾아서 행복과 직결되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기에 마땅히 가져야 하는 상식에 대해 살펴보고 ‘아닌 것은 아닌 거’라고 말한다.

 






과잉 자신감은 반드시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흐른다. 눈앞에 보이는 구체적인 절망을 애써 외면하고 공허하기 짝이 없는 희소한 확률에 본인의 인생을 거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은 이유다. →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온갖 반사회적 요구를 다 참아내는 거다. 일 하면서 자존감 따위 찾지 말라는 거다. (227, 228쪽)

 


이유가 어떠한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런 행동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죄가 될지언정 주변에서 수군거리지 않는 한 괜히 먼저 나서서 죄책감가질 필요가 없고, 반대로 아무런 잘못이 아닐지라도 주변에서 수군거리면 부끄러움을 느껴야 되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233쪽)

 








이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부끄러움’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우리사회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다. 부끄러움이 오작동 되는 사람들은 절대적인 죄의식이 부족하기에 얼굴 붉어질 줄 모르고, 세상이 자신을 흉볼 것을 두려워하는 강박을 통해 수치심을 강요한다. 그러고도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하나도 괜찮지 않다’. 저자는 표출되지 않는 분노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왜곡된 죄의식과 수치심 속에서 부끄러움이 오작동 된다면 개인의 행복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내 삶의 방향이 그릇됨을 직시하고 그 반대 방향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일상에서 무심코 행하는 나의 행동에 대해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를 생각해본다. 조금이나마 마음속에서 죄의식을 느끼거나 혹은 다른 이에게 알게 모르게 수치심을 강요했다면 얼굴 붉어지는 ‘나’이기를 바래본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또한 우리에게 얼굴 붉어지는 부끄러움이 제대로 작동되어 하루빨리 진정되었으면 좋겠다.

좋아요
댓글
10
작성일
2023.04.26

댓글 10

  1. 대표사진

    初步

    작성일
    2020. 2. 29.

    @아그네스

  2. 대표사진

    달빛망아지

    작성일
    2020. 2. 29.

  3. 대표사진

    初步

    작성일
    2020. 3. 2.

    @달빛망아지

  4. 대표사진

    아자아자

    작성일
    2020. 3. 1.

  5. 대표사진

    初步

    작성일
    2020. 3. 2.

    @아자아자

初步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5.27

    좋아요
    댓글
    9
    작성일
    2024.5.27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5.2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5.27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4.5.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5.5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97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58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14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