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1. 소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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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코리안 티처
글쓴이
서수진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2 (42)
初步




이 소설 [코리안 티처]는 제25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장편소설이다. 내가 모든 문학상 수상집을 다 찾아서 읽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문학상 수상집들이 대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볼 때 조금은 이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장편소설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단편보다는 장편이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소설은 한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여성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H대학 한국어학당의 한 학기는 10주이다. 하루 4시간, 주5일 수업이 이루어진다. 1년에 4학기로 구성되어 있고 학기와 학기 사이 2주에서 4주정도의 방학이 있다. 총5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매 학기마다 한명의 강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부인 봄 학기의 주인공은 선이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선이는 방향을 틀어 한국어 강사시험에 합격하고 여러 한국어학당에 응시하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그러다 H대학 어학당에서 신규강사를 뽑는데 겨우 합격하여 베트남 특별반을 맡았다. 어느 날 강사실 옆자리의 미주가 인스타에 들어가 반 학생들의 인스타를 살펴보라고 한다. 그곳에서 선이는 꽌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이 올라와 있고 #KoreanHotGirl 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음을 발견하고 놀라 책임강사인 한희를 찾아간다. 한희는 학교에서 조처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얼마 후 같은 반 메이트인 강이슬이 자신의 사진이 올라왔다며 경찰서에 같이 가잔다. 사진이 올라온 다른 강사들과 함께 4명이 경찰서로 향했고, 경찰과 말을 이어가던 선이는 신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세 명의 강사는 신고를 했다. 열흘 후 학교는 강사들의 사진을 올린 학생들 모두를 제적 처리시켰다. 꽌의 아내인 프엉이 선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꽌에게 비자가 필요하다고 사정을 한다. 어학당에서는 다른 강사들도, 학생들도 모두 선이가 신고하여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다음 주 베트남 특별반 강사들의 단체 대화방에 ‘연락두절’이라는 설명을 단 결석자 명단이 줄줄이 올라온다. 47명이 집단결석을 했다.

 



2부 여름학기는 미주의 이야기이다. 방학동안 캄보디아 여행을 갔던 미주는 OT전날 들어왔다. 이번학기엔 여러 번 해본 2급 반이었기에  별로 긴장은 되지 않는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에 오니 책상위에 학생들의 강의평가지가 있다. 미주의 강의평가는 항상 최하위권 이었다.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미주를 따라왔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미주를 싫어했다. 잘릴 때 잘리더라도 아이들 비위를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할 말은 기어이 하고 마는 미주를 두고 사람들은 조금은 유별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그녀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석사학자금 대출금, 월세, 공과금을 생각하면 더 붙어 있어야 했다. 벨라루스 국적의 니카는 한국어에 익숙했음에도 4학기 째 2급을 배우고 있었다. 니카와 얘기해본 미주는 니카가 완벽한 1급이지만 2급 문법과 어휘로는 0점이었다. 그래서 유급한 것 같아 미주는 그를 3급으로 보내야겠다는 열의를 가지고 니카에게 그대로 얘기해준다. 하지만 니카는 중간고사 시험지를 백지로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일주일 후 학교에 나온 니카는 미주에게 적대적으로 대한다. 기말시험 전날 니카는 미주에게 반항을 하고 미주는 키도 크고 우락부락한 니카에게 두려움이 들면서도 강경하게 대한다. 강의평가가 있던 날 마린이 니카의 문자를 가지고 미주에게 온다. 그리고 니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 말한다. 미주는 지금까지 왜 자신이 니카를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혼란이 온다. 마린이 내민 화면에는 ‘그녀는 당신을 고소할 것이다’라고 씌어 있다.

 



3부 가을학기의 화자는 가은이다. H어학당에서 단 두 명뿐인 지방대출신이지만,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는 늘 1등을 하고 학생들의 공개고백을 받을 정도로 예쁘고 인기가 높다. 첫날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에 오자 이번에도 가은이 강의평가에서 1등을 했고, 미주는 하위 10프로, 8점대로 티칭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한국어학당 전체 워크숍이 열리던 날 인센티브 수여식이 있었고 가은이 1등을 했다. 가은이 밥을 사겠다고 해도 모두들 축하를 해주면서도 선약이 있다고 피한다. 어느 날 1급 책임강사이자 학교 선배인 이도현이 얘기 끝에 원장이 책임강사를 시킬려고 하는데 할 마음이 있는지, 그리고 강사가 학생이랑 연애한다는데 너는 아니지 하고 묻는다. 일본인 학생 유토와 만나고 있었던 가은은 그날 이후 유토를 피하기 시작한다. 기말시험을 앞두고 가은은 ‘너의 동영상을 보았다’는 문자를 받는다. 가은은 경찰서 앞에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데 참고인으로 연락이 갈수도 있다’고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답을 보낸다. 그러자 동료강사인 민혜선의 번호로 동영상 같은 것은 없다고 문자가 오고, 전화가 왔지만 가은은 받지 않는다.

 



4부 겨울학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한희다. 한희는 임신으로 이번학기를 쉬고 있는 중이다. 2년전 H대 어학당에 책임강사로 들어왔고, 타대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무기계약직이 되기 위해 열심이다. 한희는 영국인 제이콥과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학교에는 영국에서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이콥이 영어유치원에서 해고되고 한희는 다음 학기 재계약이 될지 불투명하다. 학교에 들렀다가 행정실에서 일하는 대학동기를 만나 베트남 애들 200여명이 결석해서 비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날 단톡방에 TF회의라는 공지가 떴고 한희는 자신도 당연히 포함되는 줄 알고 학교에 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왜왔는지 놀란다. 어학당은 베트남 아이들 이탈로 인한 법무부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겨울 단기 캠프, 봄 단기 캠프를 운영하여 어학생 전체 모수를 늘리겠다며, 누군가 책임강사를 맡아달라고 한다. 한희가 자원을 했다. 그러던 중 어학당 이과장이 가은이 갑자기 관두었다며 한희에게 맡아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한희는 수락을 한다. 그날 병원에 간 한희는 자궁 문이 열려있다며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다시 이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못하겠다고 말하자, 이과장은 다음 학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아이는 조산에 저체중이었다. 퇴원하는 날, 제이콥은 영국으로 가자고 말하지만 한희는 소송을 해서라도 복직할 거라 말하며 거절한다.

 



H대는 법무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유명대 학생들을 모든 경비를 제공해가며 10일짜리 단기캠프에 유치했다. 선이도 연락을 받고서 10일짜리 강사로 참여했다. 현장학습이 일찍 끝나던 날, 중국학생들은 한강에 가기를 원했고 한강에서 학생들은 눈썰매를 타고, 치맥을 먹으며 즐거워한다. 해가지고 어두워지자 선이는 폭죽을 사다가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그날 밤, 선이는 전화소리에 잠을 깼다. 기숙사 방에서 학생들이 폭죽놀이를 하다 불이 나 기숙사가 전소되었고, 죽은 학생도 있다고..

 



소설은 한국어학당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고학력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지만,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일하는 여성들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충분한 여건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없이 외국유학생들을 무작위로 끌어들여 결국은 한류를 장사로 이용하는 대학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 땅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임을 작가는 선이, 미주, 가은, 한희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어학당 채용 합격문자를 받고서 이제는 학생신분이 아니라 강사의 신분이란 걸 알리고 싶어 80만원짜리 핸드메이드 코트를 선뜻 사 입고 어떻게든 오래 다니겠다고 마음먹는 선이. 한때 전임이 되리란 희망을 품었으나 시간강사법이 제정되면서 시수가 줄어들고 그때부터 P대 어학당의 강사를 병행했지만 꼬박꼬박 따지다 P대에서 재계약대상에 오르지 못한 미주.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좋은 것도, 인센티브 1등을 한 것도 모두가 운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불행도 운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가은. 그리고 박사학위까지 따면서 무기 계약직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일하는 한희. 그녀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모든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소설은 시의성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알지 못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기에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는다는 것은 알지 못했던 작가를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서수진이라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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