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1. 자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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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글쓴이
빌 브라이슨 저
까치(까치글방)
평균
별점9.2 (105)
初步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처음 읽은 것은 십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이 결코 딱딱하고 재미없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싶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한번 읽겠다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참 오랜 시간 동안 생각만 한 것 같다.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으리라 생각한 책을 찾았으나 보이지가 않는다. 아마 누군가에게 추천하며 준 모양이다. 그래서 개역판이 나왔다 길래 선뜻 구매했지만 막상 책을 앞에 놓고도 한참동안 뜸을 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읽은 책이지만 처음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감동은 그대로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과학교과서를 보며 왜 이렇게 재미없고,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우리가 보고 배우는 모든 현상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바보 같은 질문에 대답해줄 전문가를 찾았고 그것을 글로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저자가 품었던 질문들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 그리고 생명과 인류의 역사를 알아가는 지적탐험의 결과이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과학교과서를 보며 느꼈던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과학이야기이지만 마치 한편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총6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빅뱅에서 인류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쓰고 있다. 단순한 역사의 나열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그것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 이론이 가지는 함의와 문제점 모두를 살펴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2003년에 출간된 책이라 그 이후의 과학적 발견으로 인해 알게 된 지식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역사를 도표나 수식 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먼저 제1부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우주의 출발, 태양계의 구조와 생성과정, 그리고 별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류가 우주의 신비를 어떻게 벗겨냈는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는 빅뱅이론과 팽창이론 그리고 다중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대해 알려진 거의 모든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우주의 출발점이라 알고 있는 빅뱅이론은 폭발 그 자체가 아니라, 폭발이 일어난 후에 대한 것이다. 그때 우주의 진화과정을 알려주는 시간과 현상들을 나타내는 숫자들은 우리의 이해범위를 벗어난다. 예를 들어 10^-43초 만에 중력이 생겨났고, 10^-34초 마다 크기가 두 배로 늘어나며 팽창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10^-43이나 10^-34와 같은 숫자들을 우리는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저 우리의 우주가 단 한 순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만 알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또 우리는 태양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의외로 적다고 한다. 단적인 예가 예전까지 우리는 명왕성이 태양계의 거의 끝이라 알고 있었다. 우주탐사선 보이저호가 명왕성궤도에 진입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명왕성까지의 거리는 태양계 가장자리까지 거리의 5만분의 1정도라고 하니, 태양계의 크기나 구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부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지구의 생성과정과 나이, 그리고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방법으로 그런 의문을 해결하려 했는지를 소개한다. 과학자들이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은 지질학, 고전물리학, 화학이 등장하고 정립되어가는 역사이기도 하지만, 화석과 지질학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마냥 흥미롭기까지 하다. 제3부는 20세기 과학의 이야기이다. 우주에 대해, 지구에 대해 알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열망은 현대과학의 기초를 이루는 많은 발견으로 이어졌다. 우주의 구조를 밝히기 위한 노력이 양자론과 상대성 이론을 이끌어냈고, 마침내 원자의 구조를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기 위한 노력은 납(Pb)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납의 반감기를 이용한 방사선 동위원소 법으로 45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는 결실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인간의 탐욕과 사기와 엉터리 과학과 수많은 불필요한 죽음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저자는 유연휘발유와 냉장고의 냉매로 쓰인 CFC를 통해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제4부에서는 지구 내부를 다루고 있다. 지구의 반지름은 약 6,400킬로미터이다. 우리가 지구 내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지각과 그 밑에 뜨겁고 끈적끈적한 암석으로 된 맨틀, 액체상태의 외핵, 그리고 고체상태의 내핵, 네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 정도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태양내부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도 적다. 저자는 지진과 화산, 그리고 지자기반전에 이르기까지 지구내부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국립공원 전체가 하나의 분화구인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지구내부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운석분화구를 통해서는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게 해준다.



 



제5부에서는 지구에 출현한 생명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대기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 생명 출현의 역사, 그렇게 출현한 생명들이 진화해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알기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생물 분류학과 세포의 기능, 다윈의 진화론을 거쳐 DNA를 중심으로 하는 생명과학의 역사로 이어진다. 생명이 우주에 있는 수많은 행성 중에서 지구를 택한 것은 운이 좋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지구가 살기에 가장 쉬운 곳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게 된 이유는 20여 가지가 넘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지구가 적당한 크기의 항성에서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 달이라는 짝을 가진 적당한 행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의 환경이 생명에게 적당하지는 않았지만, 생명은 지구가 제공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다. 즉 지구에서 생명이 나타나게 된 사건과 조건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런 사건과 조건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다른 이유를 찾게 될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에게는 아주 중요한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멸종이다. 생물종들은 지구상에 출현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쓰러져 죽어가는 일 역시 일상적인 것이었으며 멸종은 비교적 정기적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더 복잡하게 발전한 생물일수록 더 빨리 멸종하는 모양이라고 저자는 생물종들의 진화의 역사를 통해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제6부는 인류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류의 조상이 언제, 어떻게 출현했으며 어떤 경로를 거쳐 현생인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기후의 역사와 함께 다루고 있다. 우리는 고인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배우고 있지만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며, 이는 화석의 편재와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인류의 이주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인류는 두 번에 걸쳐 아프리카를 벗어났다. 200만 년 전 새로운 종으로 출현한 이후 빠르게 아프리카를 벗어난 호모 에렉투스가 그 처음이고, 두 번째는 10만 년 전쯤 세계 곳곳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낸 호모 사피엔스의 아프리카 탈출이다. 그러나 당시의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두뇌의 크기도 컸고, 몸집도 크고, 환경에 대한 적응도 잘했지만 왜 현생인류만 살아남고 그들이 멸종했는지 알려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단지 학자마다 다른 추정과 가설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화석기록이 인류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자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하는 유전학적 연구에 집착했다. 그러나 저자는 과학자 그들의 말을 인용하여 ‘일반적으로 유전자 연구는 아주 믿을 만한 연구이지만, 사람들이 그 결과로부터 쉽게 유출해낸 결론들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들이 사용한 화석 시료들 대부분은 오염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생인류는 행성 곳곳으로 펴졌고, 지난 5만년 정도의 세월 동안에는 인간이 가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놀랄 만큼 엄청난 수의 동물들이 사라졌다. 저자는 인간에 의한 무의식적인 생물멸종의 역사도 함께 살펴본다.



 



이처럼 우주와 지구, 생명과 인류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물리학과 화학은 물론 지질학, 고고학, 천체학, 생명과학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의 모든 것을 접하게 된다. 수많은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연구하고 밝혀낸 이론들을 읽어가면서도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도표나 수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풀어쓴 이야기로 알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언어로 쓴 과학대중서의 시초답게 지금 읽어보아도 여느 책보다 낫다는 생각이 여전하게 든다. 이 책을 통해 개론을 알고, 흥미가 있는 부분은 좀 더 자세한 책을 찾아 읽는다면 과학에 대한 두려움과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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