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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1.28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글쓴이
- 정희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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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 아마 모든 사람이 꿈꾸는 노년의 삶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욕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말을 바꾸어본다. 살아있는 동안만은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전자가 ‘오래 산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면 후자는 ‘건강하게’라는 말에 방점이 찍힌다. 오래 살고 못살고는 내 운명이라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대신 살아있는 삶만큼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물론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픈 사람이 훨씬 더 많고 한,두 가지 약을 복용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나이가 들면 아픈 것이 정상일 수도 있다. 수억 년 동안 수렵채집인으로 진화해온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지는 만년이 채 되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지는 기껏해야 수백 년이 흘렀을 뿐이다. 진화의 시간으로 보았을 때 우리 몸은 아직 수렵채집에 적합하게 진화된 상태에 머물고 있지만, 수명은 거의 배로 늘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여기저기가 삐끗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노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력으로 그런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노년내과전문의인 정희원 교수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 자체가 노화를 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는 정희원 교수가 자신의 진료 경험 및 임상 연구를 토대로 지속 가능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그는 2015년 세계보건기구가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제시한 개념인 ‘내재역량’을 강화하는 4M 건강법을 구축하여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삶의 기능적 요소들을 종합하여 내재역량을 계발하고, 그로 인해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만성질환은 평생동안 축적된 노화의 결과라고 한다. 그런 노화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속노화이다. 가속노화란 몸과 마음이 시간에 비해 더 많이 늙어가는 상황을 말한다. 하루가 지나면 24시간 만큼의 노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24시간 이상의 노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체내의 모든 신호는 자극에 적응한다. 그리고 적응 현상이 진행되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해진다. 이런 자극의 축적은 우리 몸의 내재역량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앞당긴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신체를 회복하게 만들고, 노화의 속도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힘인 내재역량은 가시적인 건강지표뿐만이 아니라 휴식, 마음챙김, 인생의 목표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 모두를 고려하는 지표라고 한다. 저자는 이런 내재역량을 구성하는 4가지 축으로 ‘이동성’(Mobility), ‘마음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을 들고 이를 4M 건강법이라 부른다.
‘이동성’은 신체기능, 즉 노화를 이기는 몸을 만들어주는 역량으로 에너지대사 체계의 건강 상태를 결정해서 노화 속도를 제어하고 정서와 인지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현대인의 운동 부족은 이동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한다. 인지기능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마음건강’의 기본은 몸안팎의 감각이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며, 수면부족은 초강력 가속노화 인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건강과 질병’은 우리가 건강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아준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들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사실은 우리 몸의 노화를 가속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진료 경험의 예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에서는 지혜롭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덜어내기에 주목한다. 이 4가지 건강법은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저자는 단지 편안하고자 하는 습관을 교정하고 마음가짐에 따라 바로 실행에 옮기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화와 질병에 있어서는 요행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지속가능하고 성공적으로 나이 들고 싶다면 지금 바로 4M 건강법을 시작하라고 역설한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4M 건강법은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물론 그중에는 치료제나 영양제, 항노화요법과 같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효능을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그렇지만 운동을 해야 하고, 정제곡물과 단순당이 몸에 해롭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가 필요하다는 것 등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지, 순간의 불편을 참지 못해서 혹은 순간의 행복을 위해서 또는 아직 몸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행을 미루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시도 때도 없이 보고 들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광고는 우리의 결심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그러나 ‘오래 사는 삶’이 아니라 ‘건강한 노년’을 꿈꾼다면 지금 당장 4M 건강법을 시작하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의 문제점은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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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