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윤리와 사상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사상가들이 어떤 내용을 주장하였고, 그들이 펼친 사상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 그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학교교육 현장에서 동서양 윤리사상을 가르치는데 제공할 목적으로 이 책을 기획하였다고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동서양 윤리사상의 핵심만을 뽑아놓고 있다. 쉽게 말해서 요점 정리이다. 그들 사상의 세부내용이나, 배경, 그리고 그들의 삶을 알고 싶다면 그들의 저서나 그들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된다.

 

철학적인 내용이 주가 되기 때문에 책은 다소 딱딱하리라 생각되지만, 의외로 쉽게 읽힌다. 각 사상가의 윤리사상에 대해서 핵심주제와 핵심용어를 첫 장에 배치하고, 핵심주제에 대해서 5-6장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사상가는 동양윤리에서 9명, 서양윤리에서 12명이다. 맹자, 묵자, 순자, 한비자, 주희, 왕수인, 이황, 이이, 정약용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 홉스, 데카르트, 흄, 헤겔, 쇼펜하우어, 키에르케고르, 벤담, 밀 등이다. 공자와 소크라테스와 칸트가 빠져 있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윤리 교과서에 너무나 보편적으로 많이 설명이 되어있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각 사상가들을 설명하면서 연관 있는 철학자들과 비교 설명함으로써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맹자의 유가사상을 설명하면서 양자의 위아주의와 묵자의 겸애주의를 같이 설명하고, 순자의 예를 설명하면서는 한비자의 법가와, 그리고 주희의 성리학은 왕수인의 양명학과 비교하고, 이황과 이이의 사단칠정론이 어떻게 차별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서양의 윤리사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스토아학파와 에프쿠로스학파를 비교하여 이성과 쾌락이라는 측면에서 두 학파의 차이를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헤겔의 관념론적인 변증법에 대해서는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주의적 변증법과 구별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면서 어려워했던 각시대의 철학들을 그 주요내용만 쏙 뽑아서 정리하고 보니, 영락없이 이책은 교과서 보조자료가 되어 버린다. 아니, 철학책을 읽기전, 전체적인 윤곽을 그릴수 있게 해준다. 이제 우리는 읽고싶은 철학자와 그의 저서를 만나서 우리가 미리 그려놓은 윤곽 속에 세부사항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가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