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소설은 항상 가슴을 뛰게만든다. 작가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가슴이 답답할때, 그리고 우리의 처지를 한번쯤 뒤돌아봐야할 시기에 그의 작품을 읽으면 충만한 무엇인가를 느낄수가있다. 그가 이번에 쓰는작품 [고구려]는 고구려역사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그리고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에 이르는 여섯왕에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의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쓸때부터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료조사를 했다는 소리에 이 작품이 더욱 궁금하기도 하다.

 

언제부터인지, 이 땅에 고구려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없이 초라한 우리의 처지를 벗어나 꿈과 이상을 향해 역사상 가장 웅대한 영토를 지배했던 시기, 동아시아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던 시기에 대한 자존감이 중국의 동북공정과 맛 물리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구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역사에 대한 해석이 바뀌면서 기존의 사관에서 벗어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된 것도 한몫을 하였고, 또한 시대의 조류와 맞아 떨어진 면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소설이나, 사극을 보면서 우려되는것은 역사와 픽션을 혼동하는것이 아닐까 싶다. 역사는 역사로 남아야 하고 픽션은 픽션으로 받아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픽션 자체를 역사로 혼동하는 오류를 우리는 경계해야 함에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픽션 그자체를 역사라고 굳게믿고 있음을 볼때, 조금은 아쉽기만 하다. 그렇지만 아예 그 자체를 모르는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위해본다.

 

1권에서 봉상왕 상부를 피해 떠돌던 을불은 저가의 도움으로 낙랑의 철을 구입하여 숙신으로 향했다. 숙신은 종조부인 안국군 달가의 땅이자, 어려서 안국군과 함께지낸 을불의 고향이었다. 그러나 그런 숙신은 이미 고구려의 수탈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볼모의 땅이 되어 있었다. 을불은 무기를 만들기위해 가져온 철을 숙신의 백성들에게 주어 농기구를 만들게한다. 백성의 살림이 일어나는게 우선이고, 군사는 그 다음의 문제이리라.

 

최비는 날로 밀려드는 진의 인재와 유민들을 보호하느라 낙랑의 재정난을 타파하기 위하여 토호세력의 재산을 몰수하기로 한다. 고구려 출신의 주대부와 그의 딸 아영이 옥에 갇힌다. 이 소식을 들은 모용외는 대군을 몰아 낙랑을 친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중, 아영은 계책을 모용외에게 주고, 모용외는 불리한 전세를 일거에 만회한다. 그러던 중 최비와 모용외는 협상을 하게 되고, 단신으로 낙랑에 간 모용외는 최비와 형제의 예를 맺는다.

 

숙신에서 을불은 족장이 되려는 장로의 배신으로 사로잡혀 고구려에 넘겨지려 할 때, 십년전 숙신을 떠났던 족장 아달휼이 돌아와 을불에게 충성을 다짐한다. 고구려의 국상 창조리는 절노부의 조불과 소노부의 소우에게 군사들을 이끌고 숙신으로 가서 을불의 부하가 되라고 한다. 상부는 마침내 고구려 제일의 장수 고노자에게 숙신을 정벌하고 을불을 죽이라는 명을 내린다.

 

고노자의 군대와 싸워 이길 수 없음을 느낀 을불은 죽음을 가장하고, 부하들을 모두 고노자에게 투항시킨다. 그리고 그는 고노자가 상부에게 보내는 승전전령을 가장하여 왕궁으로 향한다. 왕궁에 도착하여 상부를 죽이려는 순간 을불은 신분이 탄로나고, 시위군사들에게 사로잡혀 죽기 일보직전, 창조리는 그가 왕임을 선언하고 조정의 대신들은 모두 창조리의 뜻에 따른다. 상부는 살려달라 하고, 을불은 피폐해진 고구려가 어떻게 부흥하는지를 보라며 그를 살려준다. 이렇게 해서 소금장수 을불이 드디어 고구려왕에 오르니, 그가 바로 미천왕이다.

 

손에 땀을 쥐게하고, 한시도 책에서 눈을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을불이 미천왕으로 등극하는 것이 너무도 어설프다. 어떻게 전령을 가장하고 왕궁으로 들어가 왕을 죽일수 있단말인가. 그렇게 쉽게 제거할수 있었다면, 상부는 벌써 죽었어야 했다. 그때까지도 고구려에는 충신이 남아있었으니까.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어설픈것은 어설픈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 3부도 나오지 않았는데, 전권이 다 나오려면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