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20.3.19
진리의 발견
- 글쓴이
- 마리아 포포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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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지여울
다른/2020.2.14.
sanbaram
우리에게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간단히 정의하기엔 복잡한 문제이다. 그러나 인류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일로 ‘진리’를 한정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진리의 발견>이 바로 그런 책이다. 행성운동의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야기로 시작해 환경운동을 촉발한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철 카슨에 이르기까지 인류문화를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과학자, 예술가 들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 소개 한다. 특히 여성운동의 선구자와 성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주목한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 마리아 포포바는 불가리아에서 음악과 수학에 심취해 자랐으며, 웹사이트 ‘브레인피킹스’를 운영하며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쓴다.
<진리의 발견>에서 소개하는 사람은 행성 운동의 법칙을 발견한 요한슨 케플러, 여성으로 처음 혜성을 발견한 마리아 미첼을 시작으로 허먼 멜빌,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마거릿 풀러, 찰스 다윈, 윌리어미나 플레밍, 헤리엇 호스머, 에밀리 데킨슨, 리에첼 카슨, 등 10명의 유명한 과학자 및 예술인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이야기는 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자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이들 중에는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선 여성들과 동성애자에 대해 그들의 삶과 활동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과 관계된 전후세대의 사람들과의 사적인 인간관계도 설명하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이렇게 인류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거나 그 업적을 남성들에게 빼앗겨왔었다는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하나씩 써내려간 책이다.
“아름다운 삶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아름다움의 큰 부분, 우리가 진실을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힘의 큰 부분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에서 유래한다.(p.16)” 사상과 사상 사이, 학문과 학문 사이, 특정 시대와 특정 장소에 살았던 사람들 사이, 선구자의 내면세계와 그들이 문화라는 동굴 벽에 남긴 자취 사이, 변혁의 횃불이 새로운 날을 밝히기 전의 어둠 속에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성냥을 건네주던 그 희미한 ‘인물들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라고 저자는 이 책을 엮어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케플러는 ‘성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운명의 차이는 천공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땅 위 문화의 작용에 따른 성별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미첼이 혜성을 관측하고 아홉 주 후 허셜은 세상을 떠났다. 평생 허셜은 2510개 성운의 위치를 밝혀냈고 여덟 개의 혜성을 발견했다. 개인 관측자가 이룩한 업적으로는 놀랄 만한 수치이다. 1920년대 에드윈 허블은 헨리에타 스완 레빗의 계산 자료를 기반으로 안드로메다 성운이 은하수에서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별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우주에는 우리은하 말고도 다른 은하들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신문 중 하나인 <뉴욕트리뷴>에 합류한 풀러는 주류 출판물에서는 전례가 없던 예술 분야를 다루었다.(p.254)” 가장 구독자가 많은 시절의 <다이얼>보다 60배가 넘는 1만 5,000명의 구독자를 상대로 마거릿은 문학 작품에 대한 시적인 비평을 쓰고, 주요 박물관과 소규모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관한 기사를 쓰고, 뉴욕 필하모닉이 연주한 베토벤의 교향곡을 전면적으로 비평했다.
“<다이얼>에 쓴 글을 확장하여 <19세기 여성>으로 완성했다. 새 시대의 문을 열어젖힌 책이라 할 수 있는 <19세기 여성>은 폭발적인 웅변과 엄밀한 수사학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이상과 사회적 구조에 얽매인 불평등이라는 현실 간의 괴리를 폭로한다.(p.258)” 미국 여성의 ‘독립선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풀러는 ‘여자의 진정한 본성을 탐구하는 일, 여자에게 정당한 희망을 부여하고 여자 내면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착수한다. 풀러는 여자의 자립이 사회를 가장 크게 변화시킬 힘이며 사회를 진보의 길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풀러는 여자에게 남자와 동등하게 재산을 소유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비난했다. 재산 문제에서 여성의 법률적 권리는 자녀의 지위로 격하되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결혼은 완전한 인생을 이루는 유일한 수단으로 모두에게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다른 길보다 이 길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풀러가 <19세기 여성>으로 여성의 가능성에 불을 지핀 지 정확하게 20년 후 마리아 미첼은 새로 설립된 배서여자대학에서 최초의 천문학교수로 임명되었다.(p.274)” 그리고 20년 후 미첼의 남자 동료들이 받는 급료는 2000달러에서 2500달러로 올랐지만 미첼의 급료는 800달러 그대로였다. 이런 남녀 차별에서도 미첼은 지성에 점수를 매길 수 없는 것처럼 삶의 가치와 목표를 봉급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미첼은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배서대학에서 학생 등을 가르쳤다. 미첼이 세상을 떠난 후 <뉴욕타임스>에서는 <여성 천문학자>라는 제목의 간략한 전기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는 평범한 여자의 관심사를 무시하고 과학에 정진하는 길을 택한 미첼의 선택을 조명한다.
“해리엇 호스머는 아내로 살아가는 가정의 삶이 아니라 예술가로 살아가는 공적인 삶을 결심한 것이다. 미국에는 호스머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지금 호스머는 기쁜 마음으로 문화적 난민이 되었고 로마의 퀴어 예술가들이 모인 하위문화의 메카에 정착했다.(p.436)” 성소수자 였던 해리엇이 미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로마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루이저를 만나게 된다. 해리엇이 루이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녀는 37세였고 루이저는 40세 였다. 처음에는 후원자와 조각가의 관계, 우정의 관계로 만나기 시작한 두 사람은 페루자 여행을 기점으로 연애 관계로 휘말려 들었다고 동성애자로서의 두 사람 관계를 설명한다.
“골든 레코드 계획을 제안한 인물인 칼 세이건은 골든 레코드를 인류가 어딘가 아득히 먼 곳에 있을 외계 문명에게 보내는 ‘우주의 환영 편지’라고 여겼다. 골든 레코드의 창작 감독이었던 앤 두루얀은 골든레코드를 ‘문화적 노아의 방주’라고 생각했다.(p.619)” 먼지와 파편으로부터 레코드를 보호하기 위해 입힌 금박 위에는 열네 개의 펄서를 기준으로 우리 태양계의 위치를 표시한 그림이 새겨져 있다.
“케플러는 지구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소화하고 호흡한다고 믿었으며 지구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이 믿음으로 케플러는 몇 세기나 비웃음을 받았다. 레이첼 카슨이 등장하여 광대하고 다양한 생물로 이루어진 생태계에 분포되어 있는 생명의 숨결 안에서, 조수의 맥박을 뛰게 하는 바다의 심장 안에서 그 영혼을 찾아내기 전의 일이다.(p.747)” 다윈은 기나긴 시간의 궤도를 거슬러 올라 다른 생물체와 우리 인간의 진화적 동족 관계를 논증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 안에 숨은 시적 진실로 대중의 상상력을 이끌고, 차가운 지성적 인식에 따뜻한 감성적 문체를 불어넣음으로써 환경에 대한 양심을 일깨운 것은 카슨의 공적이다.
“<침묵의 봄>은 1962년 9월 27일 출간되었다. 모든 주요 언론사가 이 책에 대한 비평을 실었고 책의 내용을 발췌하여 인용했다.(p.760)” <뉴욕타임스>는 더글러스 판상의 말을 되풀이하며 이 책을 ‘20세기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고 하면서 ‘분노와 격분, 항의로 들썩이는’ 문학적 걸작이라고 칭찬했다. 카슨은 환경보호국이 탄생하는 모습도, 환경보호국에서 DDT를 금지하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죽었다. 두 가지 모두 카슨의 업적에서 비롯된 직접적인 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인류문화의 발전에 과학과 예술에서 크게 활약한 여성들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해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인류 과학과 예술문명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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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