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역사 속 인물을 살펴볼 때마다 옛 과거 속 이 인물이 2000년대를 살아가는 지금쯤 활약하고 있다면 어떠했을까란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데 그 인물이 미치는 영향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다산이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 동시대 인물이라면 왕조가 아닌 민주국가에서의 그의 사상은 진보에 따른 또 다른 개혁을 꿈꿨을까? 아니면 조선시대 꿈꾸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그만의 사상이 나타났을까.
그의 저작은 당시에도 엄청난 분량이지만 현재라면 더 많은 저작을 내놓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가 남긴 저작은 경집이 232권, 문집이 267권이다. 제자들과의 공동 집필한 책들이 많다고는 하나 500여 권에 가까운 저작을 남겼다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 쓰고 있듯이 정약용이 '제자들에게 증언 형식으로 건넨 가르침을 모아 갈래별로 나눠 엮'은 책이다. 첫머리에 나오는 이 '증언'이란, 다산이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쓴 글들로 '그때그때 필요한 가르침'을 제자들의 성격이나 상황들, 필요들에 맞춰 써준 토막글이라 하겠다. 이렇게 스승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건네받은 증언의 가치는 제자들에게 '다산의 제자냐 아니냐는 다산에게 증언첩을 받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로 구분'할 만큼 다산 정약용의 증언첩은 제자를 향한 깊은 애정표현이라 하겠다.

여기에 소개된 증언들을 읽노라니, 제자들을 향한 다산의 칭찬보다는 따끔한 훈계가 더 많다 느꼈다. 그렇지만 훈계를 통해 제자들의 그릇됨을 바로잡음으로써 더 나은 성품, 더 나은 공부법, 더 나은 목표 등을 갖추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다산의 마음이 역력히 느껴진다. 그 증언을 받는 당시의 제자들은 더욱더 스승의 애정 어린 훈계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어 했으리라. 

또 하나, 엮여진 다산의 증언들을 통해 정약용의 독서법, 생활, 취미 등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정약용이 좋아하는 꽃들 중에 국화꽃이 있다 한다. 나 또한 국화를 좋아했기에 '국화 애호의 변'이란 소제목을 달고 쓰인 글을 읽으면서 다산과 좀 더 가까운 느낌도 든다. 만약 다산을 눈앞에 두고 얘기할 수 있다면 국화에 대해서 한참을 얘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산의 국화사랑은 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깊기도 하고, 국화에 대한 다양한 분류와 지식을 갖추고 있으니 아마도 공통적인 주제에 대한 대화 속에서도 다산 정약용은 내게 그 대화 속에서도 무언가 깨닫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줄 듯하다. 
다산은 왠지 모든 이의 스승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다산이 제자들에게 건네준 많은 증언들 중에는, 지금 내게 다산이 써주는 '증언'과도 같은 글들이 있어 따로 그 문장들을 메모해 두었다. 200년이 넘는 시간 차이가 있지만, 또한 내가 제자로서 다산에게 불릴 리는 없지만 이렇게 엮인 책을 통해서 나 또한 다산에게서 지금의 내 상황과 필요에 의한 '증언'을 받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