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독서리뷰

하우애공식계정
- 작성일
- 2020.3.31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 글쓴이
- 곽세라 저
쌤앤파커스
"몸이 전부다." 내가 늘 떠올리려 노력하는 말이다. 건강하게 살자는 결의가 담긴 말이고, 살면서 우선 순위로 두어야 할 곳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말이다. 자주 들어 흘려 버리기 쉬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는 몸이 허락한 만큼 삶을 누린다. 몸이 허락한 경계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몸이 허락한 만큼만 살다가 사라진다. 몸은 나를 담는 그릇이고, 몸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산다. 스스로의 몸을 관리하지 않고, 때론 내 것이라 여기고 혹사 하기도 한다. 몸이 조금 불편해져도 그냥 견디고 익숙해져 버린다. 몸 관리법을 배운 적이 없어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몸 안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 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단 한 발자국도 이 피부의 영역 밖으로 떠나 본 적 없으면서도 늘 이방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본다. 기묘한 일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 머물러 본 적 없는 우리의 분주한 마음이 빚어낸 환상이다._(P.144)
몸이 갖는 의미를 깨닫고 나면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운동을 하든지 좋은 음식을 먹든지 건강으로 가는 길로 첫발을 옮겨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 종일 의자를 내 몸처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건강의 적신호를 만날 확률이 몸을 쓰며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 아무런 대책과 행동이 없으면 결국 예견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안한 선택이 초래하는 불편함, 건강을 잃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뭘해야 할지 모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 몸을 위해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사실 때문에 답답할 때, 나는 이 책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을 만났다.
더 '많이' 움직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잘'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은 음식과 같다.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가 우리의 건강을 결정하듯 움직임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_(P.065)
이 책을 읽고 알게 됐다. 몸을 관리하는 것은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것도, 적당한 장소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단 내 몸을 떠올리고 살필 수 있는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곽세라 작가가 말한 한순간,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동안이면 충분하다. 이 시간을 '시간의 포켓'이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덕분에 시간의 포켓은 내가 자주 애용하기로 한 말이 됐다. 시간의 포켓이란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내 몸에 집중한다. 그리고 작가가 실천하고 있는 자세프로젝트의 일부분을 내 일상으로 가져온다. 그때마다 내 몸의 자세는 평소와 달라진다. 의자에 앉아서 꼬리뼈를 느끼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습관은 '한번 마음먹는다고', '굳게 결심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동안은 뇌를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습관은 탄성 좋은 고무처럼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만다. 우릴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다른 습관뿐이다. 단, 그 새로운 습관이 먼저의 습관을 누를 만큼 힘이 세야 한다._(P.193)
뭔가 거창한 시작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내 몸 관리 계획에 작가처럼 '자세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세를 신경쓰지 않았던 기간만큼 나는 좋지 않은 습관을 내몸에 들여놓았다. 그걸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일한 대책은 새로운 습관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주 꾸준히 오래 내 몸을 관리해보려고 자세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나는 내 몸을 바로 잡는다.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을 떠올리고 상상력을 동원해 내몸에 변화를 준다. 그러면 조금 불편한 자세가 된다. 이전의 습관이 싫어하는 자세다. 새로운 자세가 자리 잡는 과정이라 여기면 불편함이 즐겁다. 새로운 습관이 나를 편안하게 해줄 날이 분명 올테니 말이다.
쉬움이 꽃피게 하는 것은 시간과 땀이다. 집중, 자기 컨트롤, 연습, 바보스러울 정도의 반복. 그래서 어느 날 앉고, 서고, 걷는 것이 쉬워지면 최고의 칼잡이가 칼을 휘두르듯이, 프리마돈나가 점프를 하듯이, 쉽게 움직이는 몸을 갖고 삶의 무대를 가로지를 수 있게 된다_(p.242)
몸이 전부다. 이것을 새기고 있으면 몸을 자주 살피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몸을 살피는 건 바로 나 자신을 살피는 일이란 사실을. 관심의 방향을 내 몸 바깥에서 안으로 돌려놓는다. 몸과 마음이 따로 일리가 없다. 내 기분은 언제나 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몸이 힘들 때마다 기분도 생각도 힘들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몸 상태를 먼저 살폈다. 조금이나마 나은 상태로 출근하려고 아침 운동을 악착같이 해왔다. 이제 운동할 때만, 아침에 글을 쓸 때만 살피던 내 몸과 기분을 더 자주 들여다본다. 이 책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에서 내 몸 살피는 법을 배우며 시작된 일상이다.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대상에 더 많이 관심을 두게 되어 다행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무렵, 당신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앉아 있을 것이다._(P.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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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