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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글쓴이
도로시 길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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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별점8.9 (35)
세쯔

사랑스러운 오지라퍼 할머니 폴리팩스 부인이 또다시 스파이 전선에 나섰다! 도대체 이 할머니가 이번엔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까? 어쩐지 유능하고 매력적이며 잘생긴 꽃청년 스파이의 활약보다도(아, 영상물이라면 이쪽이 매혹적이긴 하겠다~) 채소밭을 모자에 이고 다니는 것 같은 할머니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걸까? 이제는 살 날보다 지나온 날이 더 많은 인생이라 무언가 시도하기에 늦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데도 힘차게 도전하는 모습이 깨달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와 능력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로 고생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험담이 즐겁기 때문이겠고. 또한 폴리팩스 부인이라는 인물이 우리네 할머니들처럼 정겹고 고생하는 사람을 못 보고 지나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터다. 그래서 나 역시 기대감을 품고 즐겁게 폴리팩스 부인의 두 번째 미션을 책으로 펴들게 되었다.

 

폴리팩스 부인이 신문에서 적국의 변절 스파이에 대해 읽기가 무섭게 CIA에서 그녀를 불러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미션은 터키로 가서 그 스파이 마그다 페렌치사보를 안전하게 빼돌리는 것. 부인은 비행기 안에서 한 아가씨에게 터키에 사는 그녀의 오빠 콜린에게 소식과 반지를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부인은 스파이 활동까지 시간이 남는 동안 콜린의 집으로 찾아간다. 콜린은 상냥한 부인과 부인의 '친구'에게 저녁식사 대접을 하겠다며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부인은 호텔 로비에서 마그다와 접선을 시도한다. 그러나 마그다가 나타나기 무섭게 터키 경찰이 출동해 마그다는 도망쳐 버린다. 심지어 부인은 경찰서에 연행되어 취조까지 받는다. 부인은 풀려난 뒤 찾아간 콜린의 집에서 마그다와 재회하지만, 이내 적들이 들이닥쳐 부인을 보호하던 요원의 시체를 던져놓고 마그다를 끌고 가버린다.


부인과 콜린은 CIA에서 문제가 생겼을 시 도움을 청하라던 박사의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 집의 2층에서 마그다에게 진정제를 주사하고 있는 적들을 발견한다. 다시 마그다를 되찾아 탈출하는 두 사람. 차에 싣고 있던 요원의 시체를 어느 공동묘지에 놓아두고 가려다 웬 사내를 일행으로 합류시키게 된다. 이 사내 산도르는 일행을 위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줄 사람을 찾아주기도 하고, 직접 변장을 시켜주기도 한다. 일행은 마그다의 주장에 따라 이스탄불에서 요즈가트라는 도시로 떠난다. 그런데 요즈가트에 도착하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박사가 일행을 납치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해 마그다가 중요한 것을 맡겨두었다는 집시들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집시들이 묵는 곳에 닿았을 때에는 박사가 그들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폴리팩스 부인 일행은 집시들의 친구인 마그다를 괴롭혔다고 오해받아 결박된다. 박사가 마그다를 데리고 떠나기 전, 일행의 대화를 알아들은 꼬마의 활약으로 일행은 집시들과 같은 편이 된다. 그리고 다시 계속되는 박사의 추격을 피해 달아난다.





​"지금 어디에선가 정보가 새고 있고, 이스탄불의 어마어마하게 많은 스파이들은 서로를 촘촘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인을 알아보거나, 부인이 스파이가 아닐까 의심하지는 못할 겁니다. 부인이 이스탄불로 갔다는 정보가 이 건물 밖으로 절대 새어나가지 않도록 안배해두었습니다. 현재 스파이의 세계에서 부인을 아는 사람은 딱 두 사람만이 살아 있지요. 남아메리카에 있는 존 세바스찬 패럴, 그리고 베이징의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페르디도 대장. 그러니 부인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질 겁니다. 헨리 마일스 역시 부인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이 사안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설사 사안을 안다 할지라도 이런 중대한 임무에 부인 같은 초짜를 보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하겠지요. 그러니까 부인은 그곳에서 절대 저에게 전보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선 안 됩니다. 누구도 믿지 마시고요." (P. 29)


 


 

이번 책도 무척 재미있게 키득대면서 읽었다. 낯선 곳에서 겁먹지 않고 대담하게 할 일을 해나가는 부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처럼 겁 많고 소심한 사람에겐 여행조차 큰맘 먹어야 하는 힘든 일이다 보니 낯선 곳에서의 스파이 활동이라니, 터키에 가기도 전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부인의 대담함이 가장 부럽고 그 다음으로는 부인의 인복이 부러웠다. 무엇을 하든 부인의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게다가 그런 인연 하나하나는 목숨을 건 모험 끝에 이뤄진 것이라 평범한 인연과는 그 무게가 남다를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낯선 곳으로 떠나 담대하게 행동하는 것도,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잘 이어나가는 것도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이라 부러운 것 같다. 사람이란 원래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바라는 법이니까. 어쨌든 그런 탓에 폴리팩스 부인의 활약은 즐겁기도 하고 대리만족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음의 스파이 활동에서는 부인이 어떤 면모를 보여줄는지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점이 눈에 거슬렸다. 우선 폴리팩스 부인은 마그다 페렌치사보를 무사히 데리고 오기 위해 파견된다. 그런데 도대체 왜 헨리라는 다른 요원을 보디가드로 붙여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그 요원을 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 요원을 변장시켜 잠입시키는 편이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뭐하러 인력을 둘이나 써서 낭비하는 거지? 폴리팩스 부인의 외모가 변장이 필요없기 때문에? 하지만 헨리의 미행은 콜린에게도 들키고, 마그다를 쫓던 적들에게도 들켜버린다. 결국 CIA가 위장을 위해 폴리팩스 부인을 보낸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더욱이 지난 책에서의 미션도 CIA의 계획을 빗나간 채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안전을 위해 붙인 요원은 그 형편없는 위장 때문에 죽임을 당하고, 폴리팩스 부인 같은 사람을 고용하고(차라리 스파이 교육을 시키던가!), 계획조차 정확히 세우지 못한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까지 이렇다 보니 CIA가 무척 무능해 보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경찰 같은 조직들을 무능하게 묘사할 때는 그 단체에 속해 있지 않은 인물을 치켜세우기 위함이다. 한데 CIA에서 폴리팩스 부인을 고용한 카스테어스는 무능하거나 태만한 인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는 냉철하고 지성적인 면모를 보인다. 다음 3권에서도 그들이 세운 미션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글쎄, 카스테어스는 전직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콜린은 깜짝 놀라 숨을 헐떡였다. 방금 카페 안의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바로 콜린의 삼촌, 휴였던 것이다. 평소처럼 빛바랜 푸른 작업복 셔츠에 카키색 반바지를 입고 흥미로운 얼굴이 있나 카페 안을 둘러보는 삼촌의 머리는 일주일 동안 뜨거운 볕 아래를 돌아다닌 탓에 조금 더 희게 바래 있었다. 콜린은 테이블 밑에 숨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곧 자신이 변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삼촌의 시선을 당당히 마주보았다.


그렇지만 숨는 게 좋았을 뻔했다. 사진가로서 오랜 세월 단련된 휴 삼촌의 눈길이 콜린을 스쳐 지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잠시 후, 휴 삼촌이 라크 잔을 든 채 콜린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더니 옆 테이블에 앉았다. (P. 224) 


 


 

내가 이 책에서 별점을 가장 많이 까게 한 것은 바로 '우연'이다. 아무리 코지 물이라 해도 이런 우연이 일어날 수가 있나? 소설에서 이런 우연을 끌어들이는 건 그야말로 작가의 태만이고 죄악이다. 그런데 이런 우연이 두 번이나 일어난다. 그 넓은 터키 땅의 요즈가트 한 커피숍에서 콜린은 자신의 삼촌과 만나 사건 풀이에 도움을 받는다. 사실 콜린이 자신의 특출나고 선량한 삼촌이 같은 나라 어딘가에 있다고 할 때부터 어느 순간 그 삼촌이 툭 튀어나오지 않을까 염려했다. 특히 낯선 곳에서 마법처럼 만나게 되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맙소사...' 마법이 일어났다. 끙. 한숨이 나왔지만, 넘기려 했는데, '맙소사2.' 그 삼촌은 심지어 마그다와 젊은 시절 안면이 있었다! 마그다는 '나치가 점령한 파리에서' 그를 숨겨준 아름답고 용감한 여자였단다. 이 이야기를 하는 삼촌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폴리팩스 부인은 운명의 장난이라며 감탄한다. 그리고 나는 웃어버렸다. 이 무슨 개코 코딱지 같은 상황이란 말이냐?


 


 

박사들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폴리팩스 부인은 일행과 함께 그들의 헬리콥터를 탈취한다. 헬리콥터 운전은 할 줄도 모르면서! 영화에서처럼 비행장 관제탑과 교신해서 그 방법을 배워 어렵사리 운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키는 대로 조종해서 무사히 착지까지 한다. 이것도 무척 헐~ 스러운 장면이었지만, 그래도 두 번의 엄청난 우연보다는 쇼크가 덜한 느낌이다. 아니, 우연의 상황을 두 번이나 보고서 헬리콥터 조종을 읽게 되어 담담해졌으려나?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황당스러운 우연한 일들에도 불구하고 3권에서의 부인의 활약이 기다려지고 있다. 다음 권에선 이런 우스운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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