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시오노 나나미의 눈으로 로마를 본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막 신자유주의가 휩쓸 무렵 우리나라에 등장했고, 잘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그 이념과 잘 맞아떨어졌다. 『로마인 이야기』는 학생들에게도, 직장인에게도, 경영인에게도 필독서로 권장되었다. 그러나 교훈 주는 역사서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흐르는 제국주의에 대한 옹호는 늘 꺼림칙했으며, 약육강식의 논리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로마인 이야기』는 우리의 로마 이해에서 극복해야 할 단계인지도 모른다. 아직 전문가의 식견이 담긴 본격적인 로마 이야기가 받아들여질 만큼 성숙되기 전 거쳐야 할 단계였다 생각한다. 너무 대작이었고, 또 너무 빠져들었던 측면은 있지만.

 

시오노 나나미를 극복하기 위해선, 그녀의 로마 이해와는 좀 격을 달리하는,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로마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가 바로 그런 책이다. 추천사를 읽기 전까지도 몰랐지만, 콜린 매컬로의 이력은 굉장히 특이하다. 의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로 『가시나무새』를 쓰고, 그 성공으로 의사를 관두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녀는 남태평양의 한 섬에 정착해서 그 섬의 원주민과 결혼까지 한다. 그리고는 그 섬에서 평생의 역작인 <Masters of Rome>을 20년 간에 걸쳐 완성한다. 『로마의 일인자』는 그 시리즈의 첫 책이다.

 

<Masters of Rome>은 로마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기,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역사를 소설로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 시기에 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마리우스, 술라,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로마의 일인자』는 로마의 중흥을 가져왔던 500년 공화정이 낡은 체제가 되어버린 시점에 그 체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했던 인물,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중심이다. 더불어 그의 재능을 파악하고, 카이사르 가문의 중흥을 이끌기 위해 마리우스와 결탁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우리가 알고 있는 그 카이사르의 할아버지), 파락호였다 역시 카이사르 가문과의 인연을 통해 신분 상승을 꾀하는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에 관한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며 전개된다.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는, 당연히 소설인 만큼 생동감이 있어 마치 연속극을 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철저한 고증에 기초해서 역사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로마인들의 삶까지도 정확한 이해해 기초한 것이라 한다. 그런 내용만을 담은 『고대 로마인의 24시간』과 거의 같은 급이다. 그러니까 놀라운 성실성과 풍부한 상상력의 결합인 셈이다.

 

『로마의 일인자 1』에서는 ‘이탈리아인(‘로마인’이 아닌) 마리우스가 카이사르 가문의 첫째 사위가 되어 드디어는 집정관의 자리까지 오르고, 교묘한 방법으로 출세의 걸림돌을 제거한 술라가 카이사르 가문의 둘째 사위가 된 시점까지를 다룬다. 그러니까 이제 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그들이 ‘로마의 일인자’가 되어 로마 개조의 기틀을 닦게 되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다. 그 과정은 낡은 체제가 전복되는 과정일 것이고, 한 나라가 제국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