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책이야기

쉼
- 작성일
- 2018.9.21
한국이 싫어서
- 글쓴이
- 장강명 저
민음사
거침없고 리얼리티가 충만한 글쓰기를 하는 장강명 작가의 작품을 어느 순간 찾아 읽고 있다.
대한민국의 문제점들을 엑기스만 뽑아서 소설을 쓰는 것 같다.
[한국이 싫어서]는 리얼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이야기다.
어디로? 호주로 이민을 가는 에피소드다.
계나는 정명이라는 기자 준비를 하는 남자 친구가 있고 비록 추후 사기를 치는 회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있는 금융업계에서 3년 몸담그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길거리 보도블록처럼 흔한 인재잖아. 개뿔, 잘난 거 하나도 없는데 뭐"
길거리 보도블록, 화장실 타일, 해변의 모래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젊은이들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나는 주체의식 없이 현실에 안주하긴 싫었다.
추운게 싫었고 (어렸을적 가난으로 몹시 추위에 적대적) , 뭘 치열하게 목숨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와서 한국인들을 전혀 보호하지 않으려는 한국이 싫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너무 널널한 쪽의 전철로 앉아서 출근하던 사람이어서 출근길의 오징어 사태를 잘 알지 못하지만 2호선 강남으로 가거나 9호선 강남으로 가는 쪽 사람들은 자존감이 심히 낮아지는 것 같다.
타인의 살들이 가감없이 나의 몸에 부딪혀 오고 신체의 내음이 훅끼쳐 들어오고 눈을 깜빡 거리고 숨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출근길을 보내고 나면 나는 회사다니고 싶어졌을까?
물론 나는 그래도 감사했을 것이다. 이래저래 말도 안돼는 이유를 되면서...ㅋㅋ
계나는 세자녀가 한방에서 복닥거리고 조금의 사생활도 허락되지 않음도 이유였을것이다.
물론 호주가서도 쉐어 하우스에서 남녀 가리지 않고 생활하지만 그래도 기를 쓰고 영어를 배우고 학위를 따고 회계사 자격증을 따서 시민권을 따낸다.
그렇게 6년동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만나고 인도네시아 호텔재벌의 청혼도 받고 그 안의 계급사회와
호주의 경찰, 재판과정들을 겪으면서 많이 성숙하고 세계가 넓어졌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것은 너무 슬프니까
나도 우물 위에서 주변을 늘 살핀다.
내가 도대체 어디로 튀어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계나는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본인의 행복 찾기다.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안정감, 예측 가능성은 살포시 내려두고 도전과 불안한 미래를 짊어지고 떠난다.
계나가 읽었던 어렸을 적 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은 꽤 감명적이다.
추위를 싫어해서 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펭귄, 여러 방법이 실패하자 이글루를 통째로 바다에 띄운다.
그렇게 바다로 따뜻한 곳으로 가다 녹아버리고 이글루 안의 욕조를 타고 겨우 하와이 비치에 도착
해먹에 음료를 들고 썬탠을 하는 것으로 동화는 끝난다고 한다.
이 얼마나 훈훈한 동화인가?
남들은 다 적응하고 살고 있지만 난 추워서 더는 못살겠다하고 도전하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주변 펭귄들도 하나같이 왜 너만? 그냥 살어 살만해 했을 것이다.
마지막 썬텐하는 펭귄의 행복은 남이 줄 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이다.
솔직히 나라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 보다는 내가 나라의 일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바껴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 그래야 내가 나라를 버리던 다른 나라를 선택하던 할 명분이 생기니까...
무언가 할 자신이 없어서 주저 앉기에는 내가 너무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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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