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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dong
- 작성일
- 2023.11.11
더티 워크
- 글쓴이
- 이얼 프레스 저
한겨레출판
'더티 워크(Dirty Work)'는 직역하면 더러운 일이 된다. 하지만 이 일은 단순히 하다보면 땀이나 악취 때문에 몸이 지저분해지는 그런 일과는 다르다. 더티 워크의 개념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더티 워크 :
- 사회적으로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이다.
- 하는 과정에서 도덕성에 필연적으로 손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이런 일들은 대부분 은폐되어서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 이 일은 대부분 사회적 기반이 약한 사람들이 한다.
그런 일의 종류에는 이 책에서 예시로 나오는 교도관, 전쟁에서의 드론 조종사, 도축 산업 종사자, 시추산업 종사자 등이 있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은 IT업계 종사자들도 종종 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는 그렇게 흔치는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은 그동안 감춰졌던 '더티 워크' 종사자들의 실상과, 더티 워크를 사회 전반에서 은폐해온 과정을 분석한다.
더티 워크를 생계로 삼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해져있다. 교육적,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도덕성이 훼손될 일 없는 '좋은'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생계 때문에 다들 외면하는 '더티 워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더티 워크는 이민자나 불법 체류자, 가난한 사람들처럼 사회적 기반과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맡게 된다.
더티 워크를 하는 사람들은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우울증, 스트레스 지수, 자살 위험성, 무기력의 정도가 훨씬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여러 피드백 결과로 이들의 정신감정 상태는 극한까지 치닫는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더티 워크 자체는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육체적, 정신적으로 진을 쏙 빼놓는 경우가 많다. 매일 죄수들과 생활해야 하는 교도관들이나, 드론 화면으로 전쟁의 참상을 매일 목격해야 하는 군인들이나, 생닭이 강력한 전기를 맞고 기절하는 모습을 매일 봐야하는 도축산업 종사자들을 생각해보라. 이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되는가?
하지만 이 일은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는 법이 없다. 더티 워크에 해당하는 일자리들은 대부분 수 년째 월급이 동결되거나, 최저 수준을 겨우 면한 임금을 제공한다. 이런 업종은 사회적으로 외면받기 때문에 근무자들의 인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보상은 갈수록 줄어들고, 근무 환경은 나날이 악화된다.
더티 워크 종사자들이 견뎌야 하는 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사람들의 눈총까지도 견뎌야 한다. 더티 워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지저분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안 그래도 위축되어 있는 더티 워커들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실상은, 이들은 그저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가 필요해서 더티 워크를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사회는 더티 워크뿐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더티 워커들까지 철저히 외면한다. 더티 워크나 더티 워커의 존재를 사회가 완전히 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외면이 더티 워크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지 못하게 만들며, 더티 워커들이 겪은 정신감정의 외상을 제대로 치유할 수 없게 만든다. 더티 워크와 더티 워커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는 어떻게 발생했나?
그건 문명의 발달과 자본주의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감옥은 보이지 않는다. 문명이 발달하면 사회 전반의 교육 수준이 향상된다.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도덕성의 기준이 높아지게 된다. 엘리트 층은 점점 노골적인 폭력을 혐오하게 된다. 그래서 감옥이나 처벌은 엘리트층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장소에 배치된다.
평범한 시민들은 '흉악한 범죄자'들이 동네 주변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 교도소는 소외된 교외 지역으로 밀려나게 되었으며, 시민들의 외면 속에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환경 윤리까지도 신경쓰게 되었다.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눈 앞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저렴하고 충분한 양의 고기를 먹고 싶어하며, 연료비가 오르지 않기를 원한다. 문명세계 시민들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가 더티 워크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를 낳았다.
자본주의도 이 조직적 은폐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게 최고의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티 워크는 더 지저분하고 위험해진다. 이런 자본주의적 논리에 의해, 더티 워크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나칠 정도로 감소되고, 이들에 대한 보상도 줄어든다. 그에 비해 져야 할 책임은 늘어난다. 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멸시도 받아야 한다.
더티 워크에는 우리의 책임이 분명하게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라도 그동안 외면해왔던 더티 워크의 실상을 확인하고, 그 일을 개선하기 위해서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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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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