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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dong
- 작성일
- 2024.2.12
지적자본론
- 글쓴이
- 마스다 무네아키 저
민음사
한때 스마트스토어 창업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내 마음속에서 삭제됐는데, 그 이유는 내가 창업하려는 시대에 대한 회의감에 있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상품도, 파는 곳도 넘쳐나는 시대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내가 무엇을 팔아도 이미 그 상품은 세상에 존재하고, 똑같은 걸 파는 사람도 너무 많은데, 내가 거기에 또 하나를 보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회의감에 종종 빠졌다.
하지만 <지적자본론>을 읽고나서 내가 가졌던 회의감이 잘못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의 시대에는 여전히 기회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사양 산업이라고 일컫어지는 서점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뤄낸 사람이다. 그는 모두가 입을 모아서 더이상 성장 동력이 없다고, 있는 건 망하는 가능성밖에 없다고 생각되던 분야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의 성공 자체가 곧 내 회의감에 대한 부정이었고 반례였다. 기회가 없는 곳에도 기회는 존재한다. 디자인 감각과, 그것을 지탱하는 지적 자본이 충분하다면 이 시대에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만든 '츠타야 서점'은 기존의 서점들과는 많이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은 바로 분류법이다. 보통 서점들은 책의 내용보다는 형태에 따라서 분류하는 식이다. 만화책은 만화책끼리, 잡지는 잡지끼리 분류한다. 또한 일반 서점은 책의 내용에 따라 분류를 하기는 하지만, 그 분류가 세세하지 못하다. 큰 주제로 수많은 책들을 한 분야로 묶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츠타야 서점은 다르다. 책을 분류하는 데 있어서 책의 형태를 나누지 않는다. 츠타야 서점은 책을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는 존재이며, 자신들이 파는 것은 바로 그 제안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책들을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들끼리 묶는다. 책이 품고 있는 제안이 비슷하다면, 잡지와 만화책과 그림책과 일반 책이 한 서가에 나란히 놓이기도 한다.
또한 츠타야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온라인 서점이 제공하는 방대한 책들과 빠른 결제 시스템을, 절대 오프라인 서점이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저자는 명확히 한다. 그러나 아직 온라인이 뛰어넘지 못한 오프라인 상점만의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을 최대화한다면 아직 오프라인 상점에도 기회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점이 여전히 갖는 우위는 편안함이다. 온라인은 고객에게 편안하다는 느낌을 제공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고객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마스다 무네아키는 츠타야 서점이 고객에게 편안한 장소가 되기 위해서, 다른 서점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한다. 주차장을 널찍하게 만드는 것이나, 서점 내에 은은한 커피 냄새가 나게 하는 것, 서점 사이로 자연광이 충분히 들게 하는 것, 서점 주변에 자연 공간을 꾸미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고객에게 편안한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행위들은, 기업에게는 더 많은 비용 지출과 더 많은 관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도 고객이 더 편안해질 수 있다면, 기업들이 어떤 어려움이든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론이다. 이건 그가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 가치를 증대시키는 일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고객에게 좋은 제안을 할 수 있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넘쳐나는 세상에서도 기회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적 자본이 충분해야 한다고 마스다 무네아키는 말한다. 계속해서 세상을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지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 물려 받은 자본이 없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지적 자본을 키우면 여전히 자수성가가 가능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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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