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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순간 찾아오는 위로가 있다.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그런 위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인데도 나의 상처를 감싸주고 응원해 주는 기분을 받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펼친 책 속에서도, 인터넷에 떠도는 글 속에서도 '희한한 위로'가 존재한다.

<희한한 위로>는 저자가 엉뚱한 곳에서 '발견'한 위로를 모아 엮은 에세이다. 특별히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쓰여진 책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위로란,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는 행위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쩐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든다. 괴로움을 덜어 줄 수는 없겠지만 슬픔을 달래기엔 충분하다.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그 아픔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나누다 보면 이따금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작은 희망과 의욕을 얻기도 하며 위로 받는다.

책 속에서 특별히 위로가 되었던 일화가 있었다.

저자의 집 보일러 연통에 문제가 생겨 수리 기사가 방문하였는데 수리 기사는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다. 저자는 '기사님'이라는 단어를 보면 언제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를 떠올리곤 하였는데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모습을 현실에서 마주한 것 같아 묘한 기분을 받았다고 했다.

수리 기사는 작업이 끝나고 확인 사항에 서명을 받는 동안 부엌 한쪽 벽에 채워진 그림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묻는다.

"고객님도 그림 좋아하세요?"라고.

청년은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우연히 배우게 된 그림을 통해 해소한다는 이야기를. 쑥스러운 듯 순박하게 웃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고마움을 느낀다.

저자가 청년에게 그림을 찾아내서 기특하고 고맙다고 하는 부분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도 이야기 속 청년처럼 그림을 통해 고된 삶에 작은 쉼표를 찍고 있기에 저자가 청년에게 하는 말임에도 꼭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 나도, 참 고마웠다.

저자는 식물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했다. 식물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식물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들의 손을 잡았다고도 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나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행복했다. 숨이 쉬어졌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저자는 고맙다고 말해준다. 마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물론 저자가 그런 의도로 말했다고는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 또한 '희한한 위로'가 아닐까.

나는 저자의 책 속에서 그렇게 또 다른 위로를 '발견'한다.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