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색과 감상의 길목

글다솜이
- 작성일
- 2021.1.23
타인을 읽는 말
- 글쓴이
- 로런스 앨리슨 외 1명
흐름출판
살아가면서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나를 존중하는 사람과만 대면하게 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어쩌면 서운함을 비롯해 여러 감정을 증폭시키기보다 어긋난 지점이 무엇인지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단순히 남녀 차이, 세대 차이, 성격 차이 등으로 치부해버린다면, 가족 안에서도 단절만 생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말에 대한 중요성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 말을 하는 데만 급급해서 상대방의 말을 간과하거나 오해하고 쉽게 단정짓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아닐까. 새삼 말이 어렵구나 느껴지는 요즘, 나에게 필요한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원제는 'RAPPORT'(라포르)다. 이것은 주로 두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로 알려져 있다. <타인을 읽는 말>이라는 번역서 제목은 꽤 적절해 보인다. '4가지 상징으로 풀어내는 대화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도 관심을 돋운다. 그 네 가지란 대립의 티라노사우루스, 순응의 쥐, 통제의 사자, 협력의 원숭이다. 스스로 혹은 상대방이 어떤 동물처럼 소통하는지 알아보는 책이라니, 간략한 책 소개만으로도 흥미롭다.
저자는 심리학자 부부로, 라포르 전략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만든 전략이 영국에서 부모 교육과 강력 범죄자 신문에 적용되던 차에, 이들은 미국 HIG(2009년 테러 용의자 신문 방식의 개선을 목표로 만든 조직)로부터 '대테러 심리 모델' 연구를 요청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라포르 전략은 애초의 목적인 범죄나 테러리스트 조직 파악에 유용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20년 부부인 이들은, 지금도 서로에게 "라포르 전략을 쓰고 있으며 여전히 잘 먹힌다"고 말한다. 10대 자녀에게도(자녀가 부모에게 역으로 쓸 때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서론에 제시된 다음 내용은, 이 책의 핵심 구절이다. (그런데 '동정' 대신 '공감'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론해본다.)
"라포르 전략이란, 당신이 자리를 뜨자마자 사라지는 겉만 멀쩡한 단기성 속임수가 아니다. 상대방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렇다고 테러리스트와 친구가 되란 뜻은 아니다.)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와 상관없이 존중, 존엄, 동정을 보일 때 진정한 라포르가 형성된다. (중략) 당신에게 건강한 인간관계의 기반이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비밀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20-21쪽)
이 책은 크게 1부에서 라포르 전략의 네 가지 기본 원칙(HEAR)인 솔직함(Honesty), 공감(Empathy), 자율성(Autonomy), 복기(Reflection)를 소개하고, 2부에서 네 가지 동물에 대입한 의사소통 유형을 다룬다. 이처럼 구성 방식은 간결한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자세한 개념 설명부터 일상 대화의 예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표, '나의 상징 찾기' 테스트, 전체 각 장의 '요약'과 2부 각 장의 '한발 더 들어가기'로 주요 내용 정리와 추가 예시 등 다양하고 깊이 있게 내용을 펼쳐놓았다.
1부의 '복기'를 간단히 소개해보면, 그것은 수중음파탐지기(SONAR)를 약자로 사용한다. 단순 복기(Simple), '한편으로는' 복기(On the one hand. 양쪽의 상반된 시각, 감정, 증거를 상대방에게 다시 요약하는 것), 언쟁 금지(No arguing), 긍정(Affirmation), 재구성하기(Reframing)를 명심해야 한다. 2부 내용 중에서는, 내 성향과 닮은 '순응의 쥐'에 대해 살펴보겠다. 모든 동물 상징에는 좋은 점, 나쁜 점이 있는데 애니멀 서클 가운데 정보를 끌어내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동물은 '좋은 쥐'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쥐는 세상의 모든 것,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균형감을 중시한다. 때로 우리는 더 좋은 것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이나 이익을 희생할 필요가 있다. 겸손은 좋은 쥐가 가진 진정한 본질이다. 당신이 책임자로서 좋은 쥐를 선택하면 다른 사람에게 자립심과 개인적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갖게 할 수 있다. (중략) 좋은 쥐는 인내하고, 사과하며, 자신이 모든 걸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건 약하다는 표시가 아니라 미덕이자 강점이다."(230,236쪽)
이 책은 자신의 대화법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개인의 인생을 넘어 "이 세상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라포르 전략이, 가정 안에서뿐 아니라 학교, 직장, 사회 곳곳에서 적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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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