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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글쓴이
고미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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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9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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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에서 발췌하고 필사한 내용입니다.

 

 

 

연암은 체질상 그런 식의 격식과는 당최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격률을 지키기 싫어 사대부의 기본 교양인 한시도 극소수만 남겼고, 중년에는 사대부의 교제에 필수인 경조사도 폐했을 정도다.

 

이 청년의 말대로, 우리 시대 삶의 척도는 '안정'이다.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도, 취업을 해야 하는 이유도 가 거기에 있다. 정말 그런가는 일단 제쳐두고라도, 대체 언제나 '그놈의' 안정이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위의 청녕이 토로한 대로 그 모든 과정을 순탄하게 통과한 다음에도 '결코 안정은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나처럼 고전평론가라는 직업을 만들면 된다. 이 직업은 읽기와 쓰기와 말하기기 핵심이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처럼 평범한 활동이 어디 있는가. 어차피 일자리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고, 대부분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한다면,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 맞는 '경제활동'을 하면 된다. 임금노동이 아닌 경제활동! 예측건대,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영역에서 많은 직업이 탄생할 것이다. 특별한 재능보다는 평범한 활동이 더 요구되는 이유다. 또 두세 달 정도의 수입만 있어도 절대 불안하지 않다. 어차피 10, 20년 뒤라는 개념은 추상이다.

 

 

그래서 분명히 알게 되었다. 자립의 최고 걸림돌은 소비와 부채라는 사실을. 소비는 정기를 소모시키고 부채는 기혈을 탁하게 한다. 빚을 짊어지고 살면 존재가 무거워진다. 몸 안에 담음이 쌓인 거나 마찬가지다. 담음은 당장 나를 병들게 하지는 않지만 무의식 안에 차곡차곡 새겨져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는다. 일종의 중력 장치인 셈이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쇼핑은 충동이고 부채는 의존성이다. 충동에 휘둘리고 의존성이 강화되면 멘탈은 점점 불안하고 나약해진다. 백수에겐 자존감이 생명인데, 이게 어떻게 작고 사소한 문제일 수 있겠는가?

 

백수는 노동의 소외에서 벗어난 존재다. 백수의 경제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활동의 산물이다. 당연히 소비와 부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동시에 투기 자본에도 포획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철학이다. 돈과 삶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태도! 그게 바로 백수의 생명 주도권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인류가 비로소 노동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핵심은 화폐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화폐의 증식에 골몰할 게 아니라 화폐를 어떻게 운용할까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 충동, 나아가 한탕주의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자기 삶의 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립을 하고 나면 이제 챙겨야 하는 것은 일상과 신체다. 핵심은 중독이냐 아니냐에 있다. 낮에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밤에는 숙면을 취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한 건축학자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에는 집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도 조만간 일본처럼 도시가 공동화될 것이다. 집이 애물단지가 되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그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집을 사다니, 바보 아냐?" 집의 기능이 최소화되고 집이 도처에 넘친다면 유목민처럼 6개월 혹은 1년씩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울러 '걷기'야말로 최고의 양생술이다. 양생이란 정기신을 잘 순환시켜 생명력을 보전하는 의학적 비전이다. 아프다는 건 생리든 심리든 어딘가 꽉 막힌 것을 의미한다. 우울증, , 치매, 중풍 등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들이 다 거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걷기는 거의 모든 병의 치유법에 속한다. 두통을 없애려면? 걸어라! 소화가 안 된다고? 걸어라. 현대인의 가장 치명적 질병인 불면증을 없애려면? 역시 걸어야 한다! 만병통치냐고? 거의 그렇다! 약간 촌스럽긴 하지만, 걷기에 관해서는 아직도 이 표현이 가장 확실하다. '걸음아, 나 살려라!' 병법 가운데 삼십육계 줄행랑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현대인한테도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속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속도의 기준은 내 신체다. 한 걸음이건 1만 보건 간에.

 

특히 걷기와 수면은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 잠은 소중하다. 낮에 생성된 암세포들을 소멸시키는 것도, 온갖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흘러가게 하는 것도, 무의식을 통해 우주적 흐름과 연결하는 것도 다 잠이다. 잠만 잘 자도 대부분의 병은 치유된다. 거꾸로 불면증은 모든 병의 원인이자 출발에 해당한다. 거꾸로 불면증은 모든 병의 원인이자 출발에 해당한다. 숙면이 양생의 포인트가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숙면을 취하려면 햇빛 속에서 하체를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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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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