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난데 없이 습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 펑펑 내려서 출근길 주마간산으로 보며 지나는 도봉산, 북한산은 아직도 하얀 눈으로 짠 레이스같은 베일을 덮고 있지만 대기에 넘치는 봄의 온기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맑다는 일기예보를 보니 이런 날씨좋은 토요일 집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요.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연락하여 하남의 검단산(657m)으로 갑니다. 창우동의 한국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뒤편에 잘 정비된 주차장이 있어서 편리합니다. 등산 코스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현충탑 등산로[창우동(애니메이션 고등학교) → 현충탑 → 곱돌 약수터 → 정상(3.4km/1시간 30분 소요)]로 올라가서 유길준묘 등산로[정상→ 전망바위→ 유길준묘→창우동(3.5km/1시간 40분 소요)]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유길준묘 등산로는 한강을 옆에 낀 아름다운 길이지만 올라갈때는 힘들어서 전망을 즐기기가 어렵거든요. 그에 비하면 현충탑 등산로는 초입에 잣나무 숲길도 좋고 평탄하여 어린 아이들을 동반하고 올라가기에도 무난한 길입니다. 곱돌약수터를 지나고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부분은 조금 힘이 들지만 곱돌약수터에서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한강을 보면서 한숨을 돌리고 올라가도록 하지요. 약수가 미지근해서 시원한 맛이 없네요.

 
정상에는 단체로 올라온 산행객들이 자리를 펴고 반주를 곁들여서 점심이 한창이었습니다.

 

 

정상석 뒤로 양수리가 보이네요.

 

 

아랫배알미는 팔당쪽에서 올라오는 길인데 계곡이 아주 좋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음식점 주차장을 이용해야한다고 점잖은 노등산객이 일러주네요. 물이 많은 계절이 오면 가봐야겠습니다.

 

 

전망대에서 뒤돌아본 검단산. 육산의 둥글고 풍만한 능선과 조금전 내려온 등산길이 정답게 보이네요.

 

 

전망대에서는 팔당댐과 양수리가 보이는데 저멀리 물색이 뿌연 줄기와 푸른 줄기가 명확히 구분되어 보이네요. 저 두 물이 합수되어 내려오는 팔당댐의 물이 여전히 탁해보이는걸 보면 깨끗한 물 한 줄기가 강을 맑게 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이치같아 서글픔을 느낍니다.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의 묘역입니다. 일가족의 묘 여러기가 같이 조성되어 있는데 특이한 것은 선생의 묘소에 합장된 부인이 두 분인 것입니다. 여주 김씨와 충주 이씨 모두 정부인이라고 되어 있으니 사별한 후 재혼하신 모양인데 두 부인이 같은 묘에 들어가서 과연 편하실지 모르겠네요.

 

 

묘역에서 내려오는 길 나무향기가 가득한 숲길이 길게 길게 뻗어갑니다.

 

 

등산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옆 농원에 매화가 우아하게 피어있습니다. 옹골찬 꽃봉오리는 만져보면 열매처럼 단단할 듯 보이지만 꿀벌들이 왱왱거리며 간질러대니 다문 입 버티지 못하고 조만간 웃음을 터뜨리고 말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