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3.

   황금연휴라 해외나 지방으로 여행간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호젓해진 서울근교가 놀러다니기 더 좋을 것 같아서 가까운데로 당일 산행을 다니면서 지내보기로 했다. 사실은 이날 주왕산 당일 버스여행을 예약해두었는데 모객부족으로 취소된 사연이 있기는 했다. 평일도 아니고, 오월의 황금연휴 초입의 석가탄신일에 모객이 안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여행사 나름의 사정이 있을 터였다. 수원의 광교산은 청계산까지 약 26Km의 광청종주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일전에 친구들이랑 거꾸로 청계산에서 광교산으로 가는 청광종주를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내려온 기억이 새록새록 나지만 이번에도 광청종주는 꿈도 꾸지 않고 다만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는 마음뿐이었다. 광교저수지옆에 있는 커다란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를 찾는 중에 대통령 선거캠페인이 무척이나 요란했다.

   처음 만나는 봉우리인 형제봉에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진행하다보니 등산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예상과 달리 용인쪽으로 하산하는 길로 접어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형제봉까지 와서 주 등산로를 찾기까지 한참 헤맸다. 사실 형제봉 우회로(붉은 화살표)가 있었고 그리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음에 광청종주를 목표로 한다면 우회로를 이용하는게 체력을 아끼는 방법일 것 같다. 비로봉에는 정상석이 없고 팔각정이 있는데 이미 단체 산행객이 점령하고 있었다.

   광교산 정상석에는 바람구멍이 있어 무슨 깊은 뜻이 있는걸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산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보면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

    산행앱을 사용하며 지도를 보다보면 이상한 욕심이 생겨서 가야할 길에서 벗어난 가까운 곳에 봉우리가 있으면 들렀다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지금 안가면 언제 다시 와 볼 수 있으랴 하는 미련이 생겨 수리봉까지 다녀왔지만 지나고 보면 이 또한 쓸데 없는 욕심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짓들을 안한다면 광청종주를 해낼 수 있을까?

   백운산가는 길에는 등산로에서 30미터옆으로 가면 라면 등 식사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종주구간에 물이나 식량이 부족하다면 이용하기 좋을 것 같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등산객들이 많지 않은 날에는 일찍 문을 닫곤해서 잘못하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한다. 유비무환이니 자기가 먹고 마실 것은 스스로 지고 다녀야 한다. 백운산을 지나 우리가 지고온 물이 바닥을 보이며 슬슬 지치기 시작할 무렵 바라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스포츠음료 두 캔을 사서 그대로 원샷을 하고나니 원기가 회복되었다. 하오고개 방향으로 365계단을 내려가자 우리앞에 세 갈래길이 펼쳐졌다. 오른쪽으로 가면 고기리, 왼쪽으로 백운호수, 직진해서 오르막으로 가면 하오고개지만 이제 더 이상 올라가기도 싫어 익숙한 지명인 백운호수 방향의 왼쪽으로 향했다. 내려간지 얼마되지 않아 금새 휴양림이 보이고 편안히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같이 한 번 올라가면 퇴로가 없어 원래의 계획대로 갈 수 밖에 없는 산이 아니라, 고개나 골짜기 마다 양옆으로 내려갈 수 있는 광교산일대는 유혹이 너무 많다. 그래서 광청종주나 청광종주를 무사히 마치기 어려운 것 아닐까 싶다. 지난번에는 청계산으로부터 (http://blog.yes24.com/document/7702607), 이번에는 광교산으로부터 일부구간을 맛보기하며 등산로에 익숙해졌으니 언젠가는 완주하는 날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청광종주보다는 광청종주가 더 수월하다고 하니 종주를 계획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