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수첩-인문, 사회

나우시카
- 작성일
- 2018.1.15
[eBook] 호모데우스
- 글쓴이
- 유발 하라리 저
김영사
『호모 데우스』는 읽기에 만만한 책이 아니다. 전에 읽다가 인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장황한 설명에 걸려 책을 덮었다가 이번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는데 또 같은 부분에 발목을 잡혔고, 겨우 고비를 넘긴 후에는 데이터교에서 책장이 넘어가질 않아 고전했다. 다 읽은 후에 약간 맥이 빠지는 기분은 『사피엔스』 때와 마찬가지지만 하라리가 선지자가 아닐진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신탁을 내릴 수 없는게 지당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를 종횡무진 누비는 하라리의 글을 따라 한참 기분좋게 달렸으니 여한은 없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전쟁, 기아, 질병에서 벗어나더니 이제는 바야흐로 노화와 죽음도 정복하여 신적 요소를 갖는 초인류 호모 데우스를 꿈꾸고 있다. 이전까지의 농업혁명, 인지혁명, 과학혁명으로 이룬 성과는 호모 사피엔스 전체에 도움이 됐지만 호모 데우스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누리는 영광이 될 우려가 있다. 과거에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다수의 건강한 노동자, 건강한 병사가 필요했지만 인공지능이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다면 구태여 잉여인간들에게 이런 혜택을 제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시스템을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독점하는 소수의 호모 데우스와 사회에 불필요한 다수의 잉여인간이 사는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미래는 상상하기 싫다.
하라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본주의를 대체할 신흥종교로 데이터교를 소개한다. 인본주의를 종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데이터교라는 종교는 괴이하기까지 하다.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명체란 불멸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미래로 운반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충격적 개념을 전했듯이 하라리는 데이터교는 우주가 데이터의 흐름이고, 이념은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며, 인간은 데이터 네트워크를 만든 창조자였다가 마침내 빅데이터에 좌지우지되는 데이터 칩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생명체가 유기적 알고리즘이고, 비유기적 알고리즘이 인간의 인지능력을 능가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해도 데이터 네트워크를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로 인정하자니 심기가 불편해진다. 지금부터라도 데이터에 의존하지 말고 심령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영성훈련이라도 해야할까? 일단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에 대해 공부부터 해봐야겠지만 인류의 미래에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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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