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수첩-여행

나우시카
- 작성일
- 2019.4.28
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 글쓴이
- 정병호 저
성안당
예정대로라면 올 봄에 다녀왔어야 할 곳이고, 비행기안에서 읽었어야할 책이지만 모객부족으로 취소되어 이 책도 책장구석에 박히는 운명이 되었다. 지난 주 중고서점에 팔기위해 대대적으로 책장을 정리하며 읽지 않은 책들을 구별해두었기에 한가한 주말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발칸여행상품들이 동유럽과 묶여있거나 발칸3국, 크로아티아 일주 등이고, 워낙 세계지리에 문외한이라 발칸반도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 이 책 덕분에 내년에 여행상품을 고를 때는 확실히 안목이 달라질 것 같다.
발칸반도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독일, 터키, 러시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아드리아해, 이오니아해, 에게해, 흑해 등에 둘러싸인 그야말로 지정학적 요충지로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전쟁 이후로도 오랜기간 로마의 속주였고, 로마가 오스만 투르크에게 멸망한 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게르만 민족의 이동을 따라온 슬라브 민족이 주를 이루지만, 라틴, 이슬람, 게르만, 슬라브 문화가 섞여있고, 여러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복잡다단한 곳이다.
이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에 속해있다가 일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하자 1918년 베오그라드 왕국(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보아보디나, 달마티아, 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을 건국했다. 이차 세계대전중에는 독일에 점령되었다가 전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성립되었고,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에서 벗어난 것처럼 유고연방이 해체되며 각각 작은 나라로 분리독립하는 치열한 역사를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관심을 갖게 되는 곳은 먼저 '지빠귀들의 들판'이라는 뜻을 가진 코소보이다. 1389년 세르비아와 오스만 투르크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세르비아가 패하면서 거의 오백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세르비아 니시에는 오스만이 세르비아 반군을 진압한 기념비로 해골 구백여개로 스컬타워를 세웠는데 이제는 세르비아 독립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코소보에서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표방한 밀로셰비치에 의해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인종청소가 일어났으니 지빠귀들의 들판이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피의 들판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지경이다.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 황태자부부의 피격사건으로 일차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범슬라브주의와 범게르만주의의 격돌이었고, 전후 이 지역의 슬라브 민족들이 결집해 하나의 왕국이 되었으니 발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고향으로 그의 궁전이 남아있다. 로마인도 아니고 아시아 속주출생이며, 해방노예 출신이라는 말도 있는 로마황제라니 그의 입지전적 인생사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드리나 강의 다리』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이보 안드리치의 작품으로 노벨상을 받았으며,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대부터 일차세계대전 전까지 사백년 동안 보스니아 소도시에 놓인 다리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 역사를 그리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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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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