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이라는 지명이 강원도 설악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에도 있습니다. 새로 뚫린 경춘고속도로에 설악IC가 있고 통일교에서 운영하는 청심학원과 병원이 있어 요즘에는 많이 알려져있지요. 토요일 아침 일곱시에 일찌감치 길을 나섰음에도 강일IC를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바로 정체가 시작되었습니다. 화도와 서종이 계속 막힌다는 교통안내를 보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경춘국도로 해서 청평댐을 지나 옛길로 설악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골프장에다 새로 지어지는 호사스러운 전원주택에 나날이 설악의 모습은 달라져서 예전의 오지같은 느낌은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유명산 자연휴양림을 알리는 입간판도 아주 세련되었고 '국립'유명산 자연휴양림이라니 더 격조있어 보입니다. 휴양림의 입구에서 주차장비용으로 오천원을 받고 있었고 주차장은 아직 한산했지만 캠핑장은 이미 색색의 화려한 텐트들이 가득했습니다. 매점에서 냉커피와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능선길로 올라가서 계곡길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능선길은 정상까지 대부분 흙길이지만 마지막 700m 부근에 일부 바위능선길이 있습니다. 한쪽에 로프로 등산로를 표시해두기는 했어도 흙길이라 여기저기로 아무렇게나 올라가서 등산로는 넓은 마당같이 되어 있어서 식생을 보호하려면 양쪽으로 표시해서 등산로를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특별한 조망이나 뛰어난 경치는 없었습니다.

 

 

   정상석에서 뒤로 사진을 찍는 부녀는 정상석보다는 뒤쪽 용문산의 배경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정상석과 돌탑보다 반가운 것은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입니다. 예전에는 왠만하면 다 아저씨였는데 이제는 아이스크림파는 총각이라고 해야하나요? 서울에서는 이천원인데 이곳은 천오백원이라 싸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무척 좋아라합니다.

 

  

   구름위로 늠름하게 보이는 산이 용문산입니다. 작년 여름휴가때 올라가느라 너무나 고생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오른쪽 초원에는 행글라이더 이륙장도 보였습니다. 올라온 길로 바로 내려가면 2Km, 계곡길로 돌아내려가면 4.3Km이지만 유명산에 와서 그 유명한 유명산 계곡을 안가볼 수 없겠지요. 그러나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까지는 꽤 가파른 너덜길을 걸어내려와야 합니다. 

 

 

   유명산 계곡이 경기도의 설악산이라 불리우는 이유를 실감할 정도로 계곡은 수량도 풍부할 뿐 아니라 곳곳에 물이 고인 소가 있어서 빼어난 풍광을 보여줍니다. 물론 소는 물이 깊어서 수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