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시카
  1. 산행수첩-원정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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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에 거의 십년만에 온 것 같아요. 이번에는 일박 이일 일정이라 전에 가보지 못한 양동마을과 경주 남산만 둘러보도록 간단한 일정을 짰습니다. 경주 남산에서는 신라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삼릉계곡을 중심으로 돌아볼 계획이라 삼릉주차장을 이용했는데 시간제한 없이 이천원의 요금을 받고 있더군요. 찻길을 건너서 삼릉탐방안내소를 지나면 수령이 꽉찬 멋진 소나무들이 고대신라로 우리를 데려다주었습니다.



   삼릉이라는 이름대로 세 기의 봉긋한 릉이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모두 박씨 성을 가진 임금의 묘로 제 8대 아달라왕, 제 53대 신덕왕, 제 54대 경명왕의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번 남산여행이 산행이 될지, 역사기행이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좇아 보려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백색 이정표를 근간으로 하되 사이사이 황색 이정표가 나오면 따라가면서 금오봉으로 향했습니다.


   삼릉계제2사지 석조여래좌상은 불두는 없어졌지만 옷의 주름과 매듭의 정교한 장식으로 볼때 온전한 상태였다면 무척 아름다운 불상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단에는 소주 한 병, 유산균 음료 두 병이 공양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는데 돌속의 철성분때문에 입술이 붉게 보인다는데 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서 올라가다보면 삼릉계제1사지 선각육존불이 나옵니다.



   앞쪽 절벽에 아미타여래 삼존과 약간 뒤쪽 절벽에 석가여래 삼존이 새겨져 있는 거대한 육존불입니다. 이곳에서 자칭 남산교수라는 분을 만났는데 오늘 하루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자고 하셨지만 오후에 귀경할 예정이라 육존불에 대한 설명만 듣고 하직하였습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것은 선각불을 잘 보려면 햇살이 바위면을 옆으로 비춰서 그림자가 드리우는 정오이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삼릉이 있는 서남산이 아니라 반대편의 동남산쪽에서 올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쉽게도 오전의 햇살은 선각을 또렷하게 드러내주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바른 방향으로 와야겠어요.



  등산로로 올라가다가 다시 벗어나 찾아간 석조여래좌상은 불두와 광배의 상당부분이 시멘트로 복원되어 있어서 안쓰러웠습니다. 복원하는 것이 옳은지 파괴된 상태나마 그대로 보존하는게 옳은지 논란이 분분할 듯 합니다.


   석조여래좌상에서 조금더 올라가면 선각여래좌상이 보이는데 예전 교과서에 실렸던 신라의 미소같습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뛰어나니 쉬어갈만 했습니다. 이곳에서 상선암까지는 가파른 돌길이라 무척 힘들었으나 상선암에서 상사바위를 지나고 나면 완만한 능선길에 바람도 시원하여 금새 금오봉에 오를 수 있으니 여기서 포기하지 마세요.



  금오산과 고위산이 경주 남산을 이루는데 금오산이라는 이름은 산의 형상이 금거북이가 서라벌안에 편히 들어앉은 듯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임도로 내려오다 상사바위 위쪽의 전망대에서 만난 어르신이 가르쳐주신 것이지요. 경주 남산을 서울 남산처럼 생각하고 생수 한 병만 달랑 들고온 우리에게 집에서 만들어온 찰떡과 한방차를 나누어 주신 귀인들이십니다.


   덕분에 하산길에 동행하게 되었는데 두 분 중 한 분이 경주 문화재국장을 지내고 정년하신 분이라 하산하며 많은 가르침을 배풀어주셨습니다. 금오정을 돌아가면 붉은 화살표로 하산길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산하며 만난 늠비봉 오층석탑인데 신라의 귀한 댁 규수처럼 날씬하고 우아한 자태가 눈부셨습니다. 산에서 내려보니 빨간 옷을 입은 아가씨가 탑위에 올라앉은 것이 보여 어르신들이 위에서 소리를 지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탑에 도착해보니 아가씨는 벌써 가고 없었습니다. 경주의 문화재와 일생을 같이 한 분에게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었던거지요. 부처가 아닌 자가 왜 탑에 올라가느냐고 화를 내셨습니다. 부흥사를 거쳐 포석정으로 내려오는 길에 넓은 마당같은 계곡이 펼쳐졌으나 가물어서 물이 뜨뜻했습니다. 비온 후라면 풍류를 즐길만해보였습니다.


   포석정주차장에서 이 어르신들이 우리를 삼릉주차장까지 태워다주셨습니다. 자동차도 얼마나 깨끗하게 쓰시는지 등산화신은 발이 민망하여 몇번이나 신발바닥을 털어낸 후 올라탔습니다. 어르신들 좋은 인연에 감사드리고 하늘의 복을 많이 받아서 무병장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자제분이 우리 이웃에 산다고 하니 몽촌토성근처에서 뵙게되어 은혜갚을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서라벌의 진산인 남산의 자락자락 숨은 신라인들의 불심을 보려면 경주에 몇 번은 더 와야할 것 같습니다. 삼릉주차장 옆 칼국수집에서 먹은 콩국수는 어린 시절 집에서 먹던 추억의 맛을 생각나게 하는 진국이었습니다. 삼릉주차장안내소에서 보니 공휴일 아침 9:30에 경주남산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남산해설여행이 있다고 하니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문화유적을 관람하며 가다보니 약 6.7Km의 쉽지않은 산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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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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