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수첩-여행

나우시카
- 작성일
- 2017.7.13
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 글쓴이
- 김연식 저
예담
세계일주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자면 열손가락이 모자라겠지만 이 책을 읽고 알았다. 가장 필요한 단 한가지 용기가 없기 때문에 지금 가고 있는 인생의 항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나와 달리 저자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가 스물아홉이라는 청년의 나이였기 때문에, 또는 절박한 입장의 백수였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대학 학비를 벌기위해 지하철에서 지구본을 팔며 우리 아이들이 더 큰 세상을 꿈꿨으면 좋겠다고 승객들을 설득할때부터 자신의 마음에도 이미 넓은 세상에 대한 더 큰 꿈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항해사와 기관사 단기연수과정이, 그것도 무료로 운영된다는 것, 그 과정을 마치고 일년 간 선원으로 무급실습을 거치면 정식 사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를 타도 여객선에 승객으로 승선하는 경험과 선원으로 승선하는 경험의 차원이 다를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세계 곳곳에 가보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는지 수많은 배 중에 저자는 그때그때 다른 항구에서 화물을 싣고 또 다른 항구에 내려주는 부정기화물선을 선택했다. 항해는 싱가포르에서 시작하여 아마존으로 가서 보크사이트를 싣고, 남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수도인 마푸토에 내려놓고, 거기서 다시 마그네사이트를 싣고 유럽의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식이었다.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상륙해서 짧은 관광을 하게 되는데 오지의 항구인 경우도 많아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넓고 따뜻한 시선을 갖는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암스테르담에서 라트비아로 가서 석탄을 싣고 영국의 브리스톨로 갔다가 브라질의 산토스에서 다시 라트비아로 갔다가 해적이 우글거리는 아덴만을 지나 인도로 스리랑카로 항해하며 일년만에 지구 세바퀴를 돌고 적도를 몇 번이나 가로지르며 겪는 모험담은 끝이 없다. 이토록 위험이 상존하는 바다위의 화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겪어야 하는 다양한 어려움이 많지만 육지의 경쟁적 사회와 달리 넘치는 시간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축복이다. 저자가 고된 실습을 마친 후 과연 항해사로 남을지 전직 신문기자였던 만큼 화이트 칼라로 돌아갈지 무척 궁금했는데 뱃사람으로 남은 모양이다. 큰 바다에 노니는 고래같이 꿋꿋한 선장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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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