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쟁이
  1. 내 맘 속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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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녹슨 도르래
글쓴이
와카타케 나나미 저
내친구의서재
평균
별점9.5 (96)
분홍쟁이

[겨울과 추위는 더 깊어지겠지만 앞으로의 해는 더 길어질 것이라는 희망]

 

때는 11월, 미스터리 도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살인곰 서점’의 점장 도야마 야스유키 덕분에 서점 일을 도우며 탐정 일을 계속하고 있는 하무라 아키라는 전에 없던 생활고를 겪는 중이다. 살인곰 서점이 일주일에 사흘만 열게 되면서 수입이 대폭 줄어든 탓인데, -미스터리 서점에 탐정사무소가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라는 점장의 권유로 차린 ‘백곰 탐정사’에도 좀처럼 의뢰인이 찾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살고 있는 '스타인벡 장' 에서도 나와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 그런 그녀에게 일흔네 살 할머니 이사와 우메코의 뒷조사를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거절하려 했지만 일당을 올려준다는 말에 홀라당 넘어가 덜컥 의뢰를 받아들인 하무라. 분명 손쉬운 의뢰였음이 틀림없는데, 그런데, 미행을 하던 중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위를 올려다본 순간, 그 할머니가 하무라 아키라의 머리 위로 떨어져 그녀도 부상을 입고 만다. 이사와 우메코와 함께 떨어진 이는 그녀의 고교 동창인 아오누마 미쓰에.

 

의식을 잃은 아오누마 미쓰에와 함께 병원에 간 하무라는 미쓰에의 손자 히로토와 만나게 된다. 그는 올해 3월 봄에 아버지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심한 부상을 입었고, 아버지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그 만남으로 인해 이들 할머니, 손자와 함께 살게 된 하무라. 집세가 없는 대신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번거로운 옵션이 붙어 있었지만, 하무라는 함께 웃고 식사하는 풍경 속에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따스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따스함도 잠시. 하무라와 히로토가 묵는 별채에서 심한 화재가 일어나고 이 사고로 결국 히로토가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를 잃었고 자신은 심한 부상을 입어 이제 재활에 힘쓰고 있는데, 또다시 찾아온 비극적인 화마. 한 사람의 인생에 이런 비극이 연달아 일어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그의 죽음에 의구심을 느낀 하무라는 결국 남몰래 조사에 착수하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오늘도 온몸으로 구르고 있다.

 

일본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가 탄생시킨 불굴의 여성 탐정 하무라 아키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라는 자조 섞인 별명답게 맡는 사건마다 곱게 끝나는 법이 없는 그녀는 프라이팬이나 맥주병으로 얻어맞는 것쯤은 일상다반사.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심지어는 가족에게 살해당할 뻔도 했으니 이 정도면 세상의 불행들이 유난히 그녀를 따라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녹슨 도르래]는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중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장편소설로 일본에서는 2018년 연말 미스터리 랭킹을 석권, 5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오랜만에 느낀 마음의 안식처를 잃고 다친 다리를 끌며 진범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그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 그녀의 불운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미쓰에나 히로토와 함께 보낸 며칠간은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때로 인생에 찾아오는 멋진 순간......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그들은 내게 주었다. 그것이야말로 현실이고, 현재의 내 쪽이 환상처럼 생각되었다.

p425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다 났다. 지금은 봄인데도 불구하고 하무라 아키라가 온몸으로 맞고 있을 11월의 그 바람이 내 가슴 속에도 불어닥친다. 어째서 제목이 '녹슨 도르래'인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보았지만 적당한 답을 찾을 수 없었는데, 히로토가 갔던 유원지의 관람차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회전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사람들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히로토도 그렇고, 그의 부모도 그렇고 어째서 타인에 의해 인생이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원하는 것은 꼭 가져야 하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도 불사하는 더러운 이기심과 욕망을 마주하고나니, 마치 온몸에 끈적한 것이 달라붙는 것처럼 불쾌하다. 그 모든 것을 경험하고도 하무라는 살아내야 한다.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런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이가 분명 존재할 테니까. 가령 도야마의 욕조라든가.

 

이 작품 전의 단편집인 [조용한 무더위]도 좋았지만, [녹슨 도르래]에서는 하무라의 심리를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어 또다른 매력을 느꼈다. 불운의 여신이지만 부디 그녀에게 언젠가 진정한 구원이 찾아오기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도 어서 국내에 소개되기를 기대해본다. 책 마지막에는 부록 형식으로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도 실려 있으니 부디 놓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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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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