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쟁이
  1. 내 맘 속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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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스키마와라시
글쓴이
온다 리쿠 저
내친구의서재
평균
별점9.1 (31)
분홍쟁이



 



나를 일본소설의 세계로 인도한 작가 중 한 명인 온다 리쿠. [밤의 피크닉]을 시작으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 [흑과 다의 환상],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등 그의 작품이라면 닥치는대로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무슨 이야기가 실려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련한 향수같은 것이 느껴진다. 처음 온다 리쿠의 작품이 국내에 알려질 때 그를 향해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문구를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나에게 정말 '노스탤지어'로 남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내 책장 한구석에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추억의 작품들.



 



내가 기억하는 온다 리쿠에 관한 이미지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어쩐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소재를 다루었다는 것. 어쩌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잘 몰랐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을 때만은 메시지에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의 세계에 푹 빠져서, 이번에는 어떤 내용인지 한 번 들어보자!하는, 소설의 바다에 잠겨 있는 듯한 그 느낌이 무척 좋았었다. 담겨 있는 메시지를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그런 작품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 때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온다 리쿠의 [스키마와라시]는, 그래서 작가의 예전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비하고 기이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발판을 두고 있다. 물건이나 장소에서 '그것'을 느끼는 산타와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그의 형 다로는 철거되는 장소에 출몰한다는 '스키마와라시'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존재의 정체를 찾아다닌다. 이른바 사람의 기억 사이에 스며든다는 스키마와라시. 산타를 강하게 부르는 어떤 타일과 그 타일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장면들, 그리고 '스키마와라시'라 생각되는 여름 옷을 입고 곤충채집함을 들고 다니는 여자아이. 대체 무슨 조합인가 싶겠지만 이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들이 모여 '한여름밤의 꿈'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아이가 어린이에다 여름옷을 입고 있는 건 '일본의 여름'을 나타낸다는 말도 맞잖아. 일본의 고도 성장기, 한창 발전하는 계절이라는 이미지를 반영해 여름의 아이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식으로 나는 납득했는데."



"그래도 노인이 지혜와 경험을 상징한다면, 아이는 희망을 상징하는 것도 틀리지 않잖아?"

p 300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작가는 지나간 시대와 앞으로 다가올 새 시대의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지만 여기에 특유의 '노스탤지어'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여자아이로 대변되는 과거를 향한 기억은 아쉽고 그리운 것이지만, 그 아이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시공간을 통과해다니는 모습을 통해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서, 작가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언젠가 이 문도 우리는 통과해 갈 것이라고, 모든 것은 지나간 일이 될 것이라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 이렇게 살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는가 하고.



 



몽환적이고 신비한 온다 리쿠의 작품에서 으스스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장소들이 주는 특유의 음침함. 하지만 [스키마와라시]에서는 그런 으스스함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밝음이 느껴진다. 곳곳에서 오싹해지는 장면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다.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밝은 표지와 담담하게 진행되는 문체 때문일까. 누구나 겪을 수 없는 그런 소재를 다루고는 있으나 괴이하다거나 무섭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쉬웠으나, 이것은 이것대로 또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애정하는 작가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로 짜잔! 등장해주어 반갑고 기쁘다.



 



**출판사 <내친구의서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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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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