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맘 속의 무지개

분홍쟁이
- 작성일
- 2021.11.9
수상한 사람들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자신의 방에 낯선 여자가 잠들어 있다면,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일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면, 존경하던 상사가 어느 날 갑자기 기이한 죽음을 맞는다면, 딸을 죽인 여자와 결혼한 남자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친구에게 알려준 비밀 여행지에서 벌어진 일이 궁금하다면, 결혼 소식을 전한 친구의 얼굴이 자신이 알던 그 얼굴이 아니라면, 여행지에서 벌어진 범죄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그냥 이 [수상한 사람들]을 읽으시면 됩니다!! 이 모든 사건의 수수께끼가 명쾌하게 해결된 미스터리 맛집!!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새로 출간되는 작품들도 좋지만, 예전 작품들도 신간만큼이나 좋아합니다. 다소 구시대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구시대적 분위기가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할까요.
인간은 본래 착하게 태어나는 걸까요, 나쁘게 태어나는 걸까요? 저는 이 두 마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두 본성 중 어떤 쪽이 발현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놓인 상황이라고요. 본래 악한 사람, 본래 선한 사람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중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도 그때그때의 처지에 따라 선과 악의 마음 중 하나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일지도요.
그런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 바로 <죽으면 일도 못 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을 상처입히거나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되겠죠. 그런데 이 사건의 범인이 놓인 상황을 들여다보면 순간적으로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도 아주 이해 못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순간에 참지 못한 감정의 폭발, 일을 벌이고 난 뒤에는 두렵고 후회됐겠지만 잠시나마 후련함을 느낀 범인에게 묘하게 공감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한끝 차이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누구라도 한 번쯤은 가슴에 나쁜 생각을 품었던 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보통은 누군가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도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라고 믿고 싶어요-, 결국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 또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선택의 순간, 어느 길을 고를 것인가.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면, 두려우면서도 신비한 기이한 느낌에 휩싸입니다.
일상 미스터리의 묘미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작가가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나는 여기, 안전지대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 한끝 차이로 우리도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날카로운 시각을 잘 발휘하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생각해요. 예전 작품이든 신간이든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만드는 작가. 저를 비롯한 여러분, 오늘도 바른 선택을 하시기를. 순간의 선택이 당신을 미스터리의 세계로 인도할지도 모르니까요.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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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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