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공지사항
[수상작-은상] 내가 한 걸음 더 다가가기!
- 작성일
- 2009.10.08
내가 한 걸음 더 다가가기!
경기 시흥서해 5학년 반 오현경
“아이고, 우리 강아지 새끼 왔나?”
“…….”
명절날에 할머니 댁으로 가면 항상 할머니는 우리를 반겨주신다. 그러나 나는 항상 고개만 살짝 숙인 채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내게는 할머니라는 존재가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언니들과 재미있게 노는 것은 너무 좋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골에 2시간 넘게 간다는 생각을 하면 골치가 아프다. 칙칙한 냄새가 나는 화장실, 파리가 득실득실 있는 마당……. 우리 시골집은 도시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물론 상쾌한 공기는 좋지만, 편리한 시설에 길들여져 있는 나는 그런 시골 환경이 조금은 찝찝하다. 그래서 나와 시골과는 거리감이 있다. 그 곳에 사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와도 말이다. 책에서 할머니와 손주의 끈끈한 사랑을 보게 되면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책 ‘자전거 도둑’에 실린 단편 동화 ‘할머니는 우리 편’ 의 내용은 이렇다. 이 책의 주인공인 길수와 할머니는 사이가 아주 좋았다. 이 둘은 방을 같이 썼는데 엄마는 길수도 방을 따로 만들어주고 싶어 했지만 길수는 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는 게 더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길수네 가족은 누나 현주의 방을 만들어주기 위해 방이 4개 있는 큰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래서 길수도 자신만의 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길수는 조금 언짢아했지만 곧 기뻐했다. 특히 길수는 새로 전학 간 학교의 반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엄마는 임대 아파트가 싫어 또 이사를 가려고 했다. 이번에 이사 간 빈 공터에서 할머니와 길수는 자주 산책을 했다. 그런데 그 반장이 길수네 동네에 사는 것을 알고 길수는 깜짝 놀랐다. 그러던 어느 날, 길수의 엄마 아빠가 다시 이사를 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한 번도 나서지 않으시던 할머니께서 권위 있게 반대한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이사는 취소되었고, 길수는 그런 할머니가 자신의 곁에 있어서 행복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길수와 할머니의 사이가 부럽기도 하고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길수가 참 신기했다. 어떻게 할머니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할머니도 나와 이야기를 하려고 하신다. 하지만 난 그런 것을 잘 못 해서 항상 슬금슬금 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와 나의 관계가 점점 멀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길수처럼 할머니께 따뜻한 말 한 마디 못 해 주었던 내가 창피하고 민망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다짐을 해도 난 분명히 그렇게 말 하지 못 할 거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난 할머니와 손주의 끈끈한 사랑을 알려주는 이 이야기를 읽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 내가 할머니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고 생각을 했을 때는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나도 할머니를 많이 무시한 만큼, 그 정도쯤은 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이젠 제법 의젓해졌다는 것도 알리고 말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할머니 댁에 간다. 그 때 난 가자마자 이렇게 말할 거다!
“할머니, 손녀 왔어요!”
내가 잘 할 수 있겠지?
이전글
[수상작-은상] 엄마, 파업하지 마세요
2009.10.08다음글
[수상작-은상] 새벽빛
2009.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