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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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은상] 나의 마음을 잘 알아줄 앙투안에게

작성일
2009.10.08

나의 마음을 잘 알아줄 앙투안에게

엄마, 할머니가 이상해요

 

대구칠성초등학교 3학년 4장서윤

 

난 너의 이야기를 읽고 너와 너무나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어. 너라면 나의 이야기를 잘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네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거야.

우리 할머니도 너의 할머니처럼 치매에 걸리셨어. 그후로도 우리는 2년 정도 할머니와 같이 살았어. 지금은 너의 할머니처럼 요양원 같은데 계시지.

사실 난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힘들고, 속상했던 적도 있어. 일단 할머니가 계시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었어. 그리고 물건 같은 걸 할머니 눈 앞에 보여선 안 됐어.(자꾸 숨기시거든) 또 할머니 때문에 엄마가 예민해져서 할머니 앞에선 하면 안되는 걸 하면 혼이 났어.

우리 가족은 할머니 때문에 힘들고 불편할 때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계셔서 좋은 점 말하기 놀이를 하면서 기분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어. 이 놀이는 너의 엄마에게도 추천해 드리고 싶은 놀이야.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할머니가 계셔서 첫번째 좋은 점은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야. (우리 할머니 입이 까다로우셔서 엄마가 매번 맛있는 요리를 해 주셨거든)

두번째는 할머니가 안 계신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거야. (가끔 큰아빠께서 할머니를 돌봐주시는 날에는 우리 가족은 정말 열심히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었어.)

앙투안 너의 경우 네게 할머니가 계셔서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내생각을 말해 볼게. 첫번째는 매주 토요일마다 엄마와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점이야.(나도 매주 우리 엄마와 데이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두번째는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 그 곳에서 너의 친구 쥘리에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야.(이건 네게 첫번째 좋은 점일수도 있겠다)

우리 엄마는 항상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고 말씀하셔. 모든 일에 이렇게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 찾기를 한다면 훨씬 기분 좋게 할머니를 대할 수 있을 거야.

난 우리 할머니가 방긋 웃으실때가 제일 좋아. 우리 가족은 할머니를 뵈러 한 달에 한두 번씩 가거든. 우리가 가면 할머니는 항상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계셔. 그 때 우리가 아는 척을 하면 방긋 웃으셔. 내 동생들을 안아주시기도 하시지. 할머니는 오직 "하진" 이라는 이름만 기억하셔. 하진이는 우리집 막내야. 그러면 우리는 할머니를 방으로 모시고 가. 그리고 나와 동생은 할머니를 기분좋게 해드리기 위해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 그래야 할머니의 웃는 모습을 오래 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처음에는 나도 솔직히 너처럼 요양원이라는 곳이 불편하고, 낯설었어. 그리고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가지도 못했지. 그런데 우리 엄마는 나와 반대로 첫날부터 성큼성큼 걸어가서 우리 할머니를 도와주시고,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셨어. 이런 엄마를 보면 난 네가 쥘리에트를 간호사같다고 말할 때처럼 나도 우리 엄마가 간호사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너희 엄마가 우리 엄마를 한번 만나보신다면 너희 할머니를 훨씬 씩씩하게 대하는 법을 배우실 수 있을텐데...

넌 언제 너희 할머니가 제일 좋니? 내 생각엔 할머니와 함께 노래를 부를 때 제일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니? 우리 할머니도 너희 할머니처럼 노래를 잘하셔. 너희 할머니는 <벚꽃이 피는 시간>, <작은 백포도주 잔>이라는 노래를 주로 부르시지? 우리 할머니가 잘 부르시는 노래는 제목은 잘 모르지만 이렇게 시작해.

"낯설은~ 타향땅에...", "오동추야 달이 밝아~"

할머니가 계속 부르시니까 우리도 이제 같이 할머니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되었어. 함께 부르면 할머니께서 더 좋아하셔. 너도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노래를 연습해서 함께 불러봐. 할머니도 좋아하실거야. 기회가 된다면 너희 할머니와 너의 가족을 만나서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어. 생각만해도 너무 즐거울 것 같아.

마지막으로 너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우리 가족은 치매를 사랑이 부족한 병이라고 말해. 그게 무슨 뜻이냐면 할머니는 큰아빠들, 아빠, 고모, 손자, 손녀들에게 사랑을 너무 많이 주셨기 때문에 이제 마음에 사랑이 남지 않아서 아프신거라는 뜻이야. 그러니 우리가 할머니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에 사랑을 채워드려야 하는 일이지. 할머니의 병이 나아지지 않고 우리와 함게 지낸 시간이 기억나지 않으시더라도 우리가 사랑으로 돌봐드리면 마음이 따뜻해져서 더 오래 우리 곁에 계실 거라고 생각해.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지? 다음에는 네가 성공적으로 할머니를 잘 도와드리고,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많이 찾아낸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으면 좋겠어. 기대할게. 우리 좋은 생각만 하면서 할머니를 많이 도와드리고, 더욱 사랑하자. 너희 엄마께도 힘내시라고 전해줘. 그럼 안녕

 

                                                       2009 9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 서윤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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