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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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금상] 세라를 닮은 친구

작성일
2009.10.08

세라를 닮은 친구

 -소공녀를 읽고-  

 

울산 울산내황 3학년 반 변예현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첫 날, 방학 때 늦잠 자는 습관이 남아서 그만 지각을 하고 말았다.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 교실 문을 열어보니 반가운 얼굴들 사이로 낯선 얼굴이 눈에 띠었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눈짓으로 누구냐고 말소리가 필요 없는 마음 속 질문을 던지자 서울에서 새로 전학을 왔다는 들릴 듯 말 듯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개학 첫 날부터 지각해놓고 무슨 잡담이냐며 선생님으로부터 가슴이 따끔해지는 한 마디를 듣고 나자 새로 전한 온 친구에게로 쏟아지는 엄청난 호기심을 잠시 쉬는 시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전학 온 친구는 얼굴이 참 예뻤다. 그에 못지않게 그 친구가 입고 있는 옷 역시도 눈길을 확 끄는 예쁜 옷이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이 곳 울산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책에서 읽은 이야기나 여행에서 본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우리반 아이들은 그 친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몇몇 친구들은 자기 자랑에 잘난 체가 심하다고 입을 삐쭉거리기도 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문득 소공녀인 세라를 떠올렸다. 얼굴이 예쁘고 부모님이 부자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금세 인기를 얻는 것을 보니 세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세라가 너무 불쌍해 소공녀를 달달 외울 정도로 여러 번 읽었는데 새 친구를 보니 다시 읽고 싶어졌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소공녀 책부터 찾았다. 가방도 벗지 않고 씻지도 않고 뭐하냐는 엄마의 잔소리에 책을 책상 위에 얌전하게 올려놓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신종 플루 때문에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또 들어 그 말이 귀 속에서 두껍게 쌓여 가고 있었지만 그날만큼은 후다닥 씻어버리고 책상 곁으로 달려갔다. 책상 위에서 소공녀가 반가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친구와 다시 만난 것 같은 기쁨을 느끼며 소공녀를 읽었다. 예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설렘과 감동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세라는 착하고 멋진 친구였기 때문에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잘 이겨내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아버지를 잃는 불행과 친구와 선생님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고통을 겪는다면 나는 아마 좌절했을 것이다. 호화롭게 지내다가 다락방으로 쫓겨나 하녀처럼 일을 해야 한다면 그런 처지가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믿기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워 도망쳤을 것이다. 슬픔과 속상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공녀와 친해지면서 나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배웠다. 꿈을 잃지 않고 힘을 낸다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지혜를 배웠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소공녀는 나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주는 소중한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새로 전학 온 친구를 시샘하는 친구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그 친구 앞에서는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돌아서서는 험담을 늘어놓는 친구도 생겼다. 험담하는 이야기가 새 친구의 귀에도 들어가서  그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울고 있는 새 친구가 소공녀처럼 속상해하지 않고 밝고 씩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세라를 닮은 친구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와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던 책을 그 친구에게 넌지시 전해주어야겠다. 소중하게 빛나는 것은 혼자 간직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어 가져야 더욱 더 많이 반짝거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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