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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조아조아할아버지가 계셔서 좋은 세상
- 작성일
- 2010.10.11
조아조아할아버지가 계셔서 좋은 세상
경기 군포용호 4학년 반 김기현
동생이 책을 읽다가 휙 던져버렸다.
“왜 책을 던지고 그래! 재미없어?”
“몰라 몰라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동생이 던진 책 제목을 보니까 [조아조아 할아버지]다
처음엔 글자도 크고 그림도 많이 나오고 해서 내 동생처럼 1학년들이나
읽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한 책이다.
재미있고 감동적이기 때문에 무슨 얘기인지 잘 아는 것 같았다가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좋아좋아’를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조아조아 할아버지라 불리게 되었다고 바람이 얘기해줬다.
바람은 조아조아 할아버지 얘기를 세 가지 들려줬는데 난 첫 번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제목만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빈 집 털이 소년 보다 빈 집을 더 잘 털어요]란 제목을 보고 소년도 할아버지도 도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걸어다는 빈 집, 사람 마음을 훔치는 따뜻한 분이셨다.
아파트 공터에서 빈 집 털이 소년을 만난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빵을 들어보시겠소? 하면서 존댓말을 했다. 그리고 소년에게 계속 존댓말로 말을 걸었다.
빈 집 털이 소년은 할아버지가 미친 것도 같고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짜증을 냈다.
난 그 때 좀 속상했다. 난 우리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셨던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조아조아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하다며 오히려 소년에게 용서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어떻게 소년이 빈 집 털이 도둑인 걸 알았을까?
아니 할아버지들은 다 아시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 할아버지도 내 얼굴 표정만 봐도 내 마음을 다 알아버리셨다.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을 때 나도 누나한테 화나서 누나 용돈을 몰래 감췄던 적이 있었다.
누나는 돈을 잃어버렸다고 누가 훔쳐갔다고 난리를 쳤다.
난 그 때 참 당황했다. 그냥 장난삼아 감춘 건데 훔쳐갔다고 하니 기분도 나빴고 내가 했다고 하면 그런 행동은 좋지 못하다고 엄마께 혼이 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 때 할아버지께서 책상 아래쪽에서 뭔가 주우신 것처럼 하면서 만 원 짜리를 보이시며
“여기 있는 돈은 누구 거지요?라고 하시며 나를 보고 찡긋하셨다.
언제나 언제나 내 편이셨던 할아버지, 조아조아 할아버지처럼 우리 기현이는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며 내게 항상 용기를 주셨다.
할아버지가 소년에게 넌 좀도둑질이나 하면서 살아갈 아이가 아니라 아주 크게 될 아이라고 말하며 현찰보다 훨씬 값진 사람 마음 훔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장면은 아주 감동적이었다.
뭔가 찡했다.
그건 소년이 할아버지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이 도둑이란 걸 얘기하고 고아라는 것을 얘기 하고 할아버지 품에 안겨 펑펑 울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년에게 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희망을 심어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집을 터는 것은 나쁜 거라고 무섭게 말하고 가르치려고 했다면 그 누구라도 소년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할아버지는 내가 잘못을 하면 조용히 뒤에서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라고 말씀을 하셨다. 같은 얘기지만 화내는 엄마 말보다 따뜻한 할아버지 말씀에 더 많이 잘못을 깨닫고 올바른 행동을 해야지 하는 결심을 했었다.
빈 집털이 소년이 조아조아 할아버지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할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되서 얼마나 좋았을까?
소년은 지금 사람 마음을 훔치는 링컨이나 이순신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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