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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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삼국지와 나

작성일
2016.10.28

삼국지와 나


[서울] 당현 초등학교 6학년 4반 이나*

 


  나는 요즘 『삼국지』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처음 부모님의 권유로 『삼국지』를 접했을 때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마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막상 읽어보니 수많은 영웅들이 온갖 무예와 지략을 펼치며 끝없이 대적하고 화합하며 역사의 명장면들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흥미진진해서 한순간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삼국지에는 기라성 같은 영웅호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비, 관우, 장비를 빼놓을 수 없다.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의기투합하여 한날한시에 태어나진 못했어도 한날한시에 죽자는 도원결의를 맺는 모습은 나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한날한시에 같이 죽자는 결의는 지키지 못했을지라도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기 전까지 서로에게 맹세한 의리를 굳건히 지켰다는 점은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또 조조의 온갖 회유를 물리치고 유비를 찾아 길을 떠나는 관우의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계도 이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들의 모습에 어느덧 나 자신을 비춰 보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사람 사이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도 감히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을 얻고 싶고, 또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세 인물 중에서 특히 유비를 좋아한다. 유비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갖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비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누구보다 부족하고 허점이 많은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지런히 주변을 살펴 능력 있는 인재를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엄동설한에 소문으로만 듣던 제갈량을 얻고자 세번이나 그를 찾아가 몸을 낮추는 유비의 지극정성에 제갈량도 마음이 움직였다. 나는 유비가 천하의 지략가 제갈량을 자신의 사람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인내심과 겸손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도 바친다'는 격언이 떠올랐다.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자만심과 고집으로 똘똘 뭉친 요즘 사람들에게 유비의 '삼고초려'가 담고 있는 교훈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삼국지는 읽으면 읽을수록 지혜의 보물창고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읍참마속'의 사건 속에서도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마속이라는 인물은 군령장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군령을 따르지 않아 가정을 지키지 못해 제갈량이 죄를 물어 죽게 된 인물이다. 어떤 집단이나 조직도 위계질서와 원칙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마속을 아끼던 제갈량도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때 제갈량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기꺼이 목을 내놓은 마속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할 줄 아는 제갈량도 마속의 일만은 가슴 아파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천하의 제갈량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만약 제갈량이라면 그런 인간적인 갈등을 느끼면서도 과감하게 마속을 처벌할 수 있을까?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하지만 마속 역시 처벌을 달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큰일을 이루어가는 인물들이 지닌 비범함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옛말에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삼국지의 매력에 푹 빠진 나로서는 이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무수한 인물들과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그 속에서 갈등하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뭇별처럼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인간들의 이야기…….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수 천 년 전 그들이 살아간 이야기가 이토록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깨달음은 삼국지의 위대한 인물들의 뒤에 가려진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지금 어리고 나약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는 점이다. 또, 부족한 인간이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이 된 그들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용기와 자신감을 길러 주어서 기쁘다. 내 마음 속에는 유비가 있다. 나는 관우와 대화한다. 장비는 나에게 용기를 주고 때로는 위로해 주면서 나를 토닥여 준다. "괜찮아! 나도 그랬어. 넌 잘 해 낼거야!" 라고 격려해주는 것만 같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쿵쿵 뜀박질을 한다. 나도 나의 역사를 멋지게 펼쳐나가고 싶다.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은 아니어도 나에게 다가올 미래를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이하고 싶다. 그런 마음을 자라게 해 준 소중한 한 권의 책이 바로『삼국지』이다. 앞으로도 내 삶의 문제들과 맞닥뜨렸을 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펼쳐들 것이다. 그러면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손권 등 멋진 인물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내 이야기에 귀를 열어주고, 나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와 함께 걸어가 줄 것이다. 부모님이 왜 이 책을 권유해 주셨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다.

 

엄마, 아빠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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