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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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피는 삶

작성일
2019.12.20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피는 삶

빵과 장미 / 문학동네

 

홈스쿨링 송유*

 

 빵과 장미, 얼핏 들으면 무슨 로맨스 소설의 제목 같다. 하지만 이 책은 1912년 메사추세츠 주 로렌스에서 이탈리아계 노동자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자 벌인 역사적인 파업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노동자들은 시위를 벌이며 이렇게 외친다. 빵과 장미는 일상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을까? 여기에서 빵과 장미는 각각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을 상징한다. 빵은 의식주처럼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것도 필요하지만 생활의 여유와 아름다움도 필요하다. 이들에겐 장미도 필요하다. 수많은 집과 차들을 갖고 있는 공장 주인들에게 이들의 요구는 과연 들어주기 어려운 것일까?

 요즈음에는 많은 시위들이 일어난다. 그 시위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잘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알고 나면 그 사람들이 마땅히 시위를 벌일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그냥 말로 하면 되지, 굳이 시위를 벌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들이 노동자들의 상황을 직접 겪으며 자기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본다면 그들도 바로 시위에 뛰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 책의 배경은 빌리 엘리엇이라는 영화의 배경과 상당히 유사하다. 나는 빌리 엘리엇 영화를 보면서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의 삶을 보고 간접체험 했기 때문에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크와 로사는 파업이 삶의 일부가 된 아이들이다. 제이크는 일도 안하고 집에서 술만 마시는 아버지 때문에 살아가기 위해서 노동을 하는 어린 노동자이다. 하지만 번 돈도 모두 힘이 센 아버지에게 뺏긴다. 그래서 제이크는 아버지와 집을 피해 쓰레기 더미나 몰래 성당에서 자는 등, 길거리의 부랑자로 살아간다. 그래서 따뜻한 옷과 음식을 주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제이크에게는 가족 같은 존재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로사의 가족들은 파업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 중 하나이다. 로사는 가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파업 시위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로사는 노동자들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보는 학교 선생님인 핀치 선생님 때문에 혼란스럽다. 그런데 핀치 선생님은 노동자들처럼 한번쯤이라도 배를 곯아 본 적이 있을까? 눈에 젖은 신발을 신어 본적이 있을까? 핀치 선생님은 앞서 말한 것처럼 노동자들이 쓸데없이 시위를 벌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핀치 선생님은 자신이 직접 겪어 보지 못했고 노동자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힘겨움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원하는 것이 참 많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다. 하지만 이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요구는 참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원하는 행복은 생존이다. 생존조차 힘들어지자, 노동자들은 시위를 하는 거다. 로사의 어머니는 핀치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아니에요, 선생님. 춥고 배고플 뿐이랍니다. 우리는 행진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 아이들도 함께 죽을 거예요.”

이게 바로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노동자들은 이기적이거나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자식이 굶주리는 모습을 봐야한다면 부모로써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래서 이들은 끊임없이 외치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자라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이웃들은 나중에 노동자들을 돕는다. 그들은 굶주린 노동자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시위를 벌이는 동안 노동자들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봐 준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노동자들은 도운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들도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들의 파업 시위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성공한다. 그래서 이들은 빵뿐만 아니라 장미도 얻는다. 만약 공장주들과의 싸움을 노동자들끼리만 했다면 이들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을 도운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웃들은 아무런 대가도,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은 채, 노동자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음식과 돈, 그리고 집을 내어주었다.

 나는 이웃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들의 시위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도 노동자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에는 노동자들을 도운 사람들 처럼 우리도 그들을 도와야 한다. 그들도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피는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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