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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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지금도 어디선가 고갤 숙이고 있을 수많은 혼자들에게

작성일
2019.12.20

지금도 어디선가 고갤 숙이고 있을 수많은 혼자들에게

혼자 되었을 때 보이는 것 / 미세기

 

대구 강동 초등학교 6학년 8반 이다*

 

친구들과 하하호호 즐겁게 지내는 아이, 누구든지 쉽게 친해지고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는 아이... 이런 것이 모두가 생각하는일 것이다. 모두가 나는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나의 마음속에는 나의 모습과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다. 마음 속에서 나는 울보에다가 쉽게 상처받는 찌그러진 아이이다. 또한혼자가 되기 싫어 내 진짜 얼굴을 숨기려 마음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지친 아이이기도 하다.

‘혼자’생각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자진해서 혼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 물론 있겠지만 지금 내 또래 중에서 그런 아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친구 사귀기 귀찮아서, 혼자가 더 편해서.. 세상엔 많은당당한 혼자들이 있지만 내 주변의 현실은 혼자가 되지 않으려 아무 친구하고나 가까워지려는 아이들만 수두룩하다. 그 아이의 성격이 어떻든, 외모가 어떻든.. 그냥 친구가 되고나 보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그러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쏟아냈다. 외로운 감정만 없다면, 비참한 감정만 없다면 나도 혼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는 아직 나에게 너무 무서운 단어였다.

책의 주인공 시원이도 나와 비슷한 아이이다. 작년 무리에서 배신당한 기억이 있는 시원이는 5학년이 된 뒤 혜진이를 단짝친구로 만든 뒤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민경이의 생일잔치에 혜진이가 가려고 하자 시원이는 막고, 그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결국 혜진이는 민경이와 단짝이 되고 시원이는 작년과 같은, 상상하기에도 고통스러운혼자가 된다. 나는 시원이가 왜 그렇게 혜진이가 민경이 생일 잔치에 가는 것을 막았는지 이해가 된다. 시원이는 자신의 둘도 없는 단짝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길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막았고. 그 모든 감정을 이해하는 나는 한편으로 영원히 변치말자고 약속한 단짝을 깬 혜진이가 야속했다.

혼자가 된 시원이는 여러 무리에 끼어보려고 하지만 모두들 시원이를 외면한다. 시원이는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고개를 들자는당당한 혼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러던 중 자신과 같은 신세, 혼자인 민지를 보게 된다. 평소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아이라 궁금했던 시원이는 민지에게 다가가 점점 친해지고, 아이들에게서 놀림받는 장애아 성현이를 만나 민지와 함께 도와주게 된다. 당당한 혼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시원이, 그런 시원이를 배신한 혜진이, 둘 사이에 끼려고 했던 민경이와 혼자였던 민지. 난 그 넷 모두가 되어 본 적이 있기에 넷 모두를 이해했다.

이 책을 읽고 모두에게서 혼자가 된 시원이가 나 같아 한동안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삼 년 전, 나는 혼자였다. 아이들이 왕따를 시킨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앉아 있으면 다가와 재잘대어 주는 것도 아니었다. 모두들 나를 피하는 것도 아니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나만 혼자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여리고 눈물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같이 노는 건 손해라고 느꼈을 것이다. 같이 놀자고 한마디 할 자신도 나에겐 없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인사조차도 하기 어려운 너무나도 소심한 아이였다. 그렇게 나는 보고 싶은 사람에겐 보이고 보기 싫은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반투명인간이 되었다. 두려웠고 혼자가 싫었지만, 그렇다고 뻔뻔함도 없었기에 나는 3학년 절반을 혼자로 보냈다.

막막하고 두려웠던 반년의 혼자는 나를 바꾸었다. 나는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뻔뻔하지만, 자만심 없는 성격. 재미있지만 할 건 하는 성격. 모두에게 친근하지만, 때와 장소를 잘 가리는 성격. 독설을 들어도 웃는 성격. 싫어도 배시시 웃어주는 성격. 맞춰 주는 것은 때때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혼자가 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어갔지만, 나의 마음은 아직도 혼자일 때 당시의 마음과 같았다. 모진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슬펐으며, 싫은 일을 겪을 때 마다 나는 짜증났지만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다. 여차하면 또 혼자가 될까 내 자신을 타일러가며 강해져가는 연습을 했다. 더 이상 외로운 혼자가 되기 싫었다. 차라리 만만해지고 싶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그 사람 한 명만 있는 상태

사전은 이것을 혼자라고 말한다. 혼자. 그 뜻은 과연 몇 개일까? 단 하나의 뜻으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 혼자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스스로 혼자, 혼자가 무서운 소심한 혼자, 혼자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무서운 혼자... 세상에는 뜻 하나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여러 명의 혼자들이 있는 것 같다. 시원이는 처음엔 무서운 혼자에서 당당한 혼자로 변하였고 마침내 다시 친구를 사귀었다. 그때 혼자인 나는 무슨 혼자였을까?

이 책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세상의 수많은 혼자들에게 바치고 싶다. 시원이처럼 당당해지라고, 힘을 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나도 시원이처럼 되어 보기로 했다. 친구를 잃을까 한 발 뒤로 물러서지 말고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당당한 사람이 되어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혼자가 되어도 나는 당당해지기로 했다. 왜냐고? 나는 시원이가 되고 싶으니까. 더 이상 혼자 울던 내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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