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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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진짜 악당의 무게

작성일
2020.11.19

진짜 악당의 무게

악당의 무게 / 휴먼어린이

부산 창신초등학교 5학년 4반 최은*

 

책을 덮자마자 펑펑 울어버렸다. 총을 맞은 악당의 몸이 붕 떠서 나에게로 떨어지며 마지막 남은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은 먹먹해지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재미있는 것만 골라 읽던 내게 이 책은 자기반성과 함께 쓰나미같이 큰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주인공 수용이는 우연히 산에서 요쿠르트 털색을 가진 커다란 개를 만나고 험상궂은 외모 때문에 악당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런데 악당이가 인적이 드문 새벽에 동네 부동산 집 황사장의 목덜미를 물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옆구리에 난 붉은 자국 때문에 모두들 악당이 범인이라고 했지만 수용은 악당이 그랬을 리 없다고 확신한다. 만약 악당이 그랬다면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악당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내성적이었던 아이 수용이는 180도 변한다. 혼자 경찰서에 찾아가 따지기도 하고 악당이가 어찌되든 내몰라라 하는 어른들에게 소리높여 따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수용이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돈이 무조건 우선이고, 말 못하는 들개의 생명은 가볍게 여겨진다. 수용이는 악당보다 더 악당 같은 어른들을 보며진짜 악당은 사실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책속으로 들어가 수용이와 함께 악당을 묻으며, 끝까지 악당을 믿어주었던 수용이에게 너무 고마웠고, 친구를 믿지 못해 아까운 우정을 깨버린 비겁하고 못난 내 과거가 부끄러웠다.

 

나에겐 소중한 단짝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같은 모둠이라서 조금 친한 친구에게 톡이 왔다.

 

“있잖아, 너랑 제일 친한 예진이 걔. 학폭 가해자라서 작년에 우리 학교로 전학왔대.”

 

톡을 읽었던 그 때, 나는 왜 수용이가 악당이를 믿었듯이 예진이를 믿지 못했을까? 수용이의 반만큼만이라도 친구를 믿었다면, 내가 조금만 더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면 우리의 우정은 지켜질 수 있었을까? 비겁한 나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의 톡을 증거도 없이 믿고 예진이를 피하기 시작했다. 말을 걸어와도 필요한 대답만 하고 뒷자리 친구와 자리를 바꿔 일부러 마주치지 않으려고도 했다. 예진이도 내가 변한 걸 알고 처음엔 많이 당황해 했지만 너무 쌀쌀맞은 내 태도에 오해를 풀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멀어져갔다.

 

그렇게 내가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친구를 아프게 하고 있던 시간들이 흐르고 진실은 서서히 드러났다. 예진이가 저번 학교에서 있었던 학폭 사건은 가해자 피해자가 따로 없어 정작 학폭위도 열리지 않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는데 어쩌다 부풀려진 소문이 내 귀에까지 들어오게 된 거였다. 내가 오해했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친구의 마음은 돌아서버렸고 나는 되도록 그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외면하며 지냈다.

 

악당의 무게를 읽고 터져나온 눈물은 외면하고 싶었던 내 모습에 내리치는 회초리 같았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고, 톡을 받은 그날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예진이한테도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야. 확실하지 않은 일 자꾸 소문내지 말자.’라고 답장을 보내고 싶었다.

 

책 제목이 왜 악당의 무게일까?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했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무표정한 얼굴에 큰 덩치 때문에 악당으로 불리고 누명을 써야하는 들개가 짊어져야 하는 운명의 무게일 수도 있고, 확실한 증거도 없이 누군가를 악당으로 몰아놓고 다수라는 벽 뒤에 숨어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진짜 악당이 짓누르는 무게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책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내 속에 있는 악당의 무게부터 덜어내야겠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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