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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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상처를 딛고 일어나 성장하는 방법

작성일
2022.05.24

상처를 딛고 일어나 성장하는 방법


유진과 유진 / 밤티


[경기] 장내 초등학교 5학년 2반 이지*



 누구나 살면서 자신에게 커다란 충격과 상처를 안겨 주었던 일을 한 번쯤은 겪어 보았고, 또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똑같은 것은 그 일을 겪은 사람의 기억에 그때 받았던 충격과 상처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의 두 유진이도 살면서 가장 큰일로 남을 사건을 겪었다. 두 유진이는 같은 유치원에 다녔는데, 두 사람이 다녔던 유치원 원장은 두 유진이를 포함한 두 사람의 반 여자아이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 그 사건은 당시 어렸던 두 유진이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후로 십 년 정도가 흘러 두 유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우연의 일치로 같은 학교에 같은 반으로까지 지정되었다. 성까지 같은 두 유진이는 ‘큰유진’과 ‘작은유진’로 구분되었다. 큰유진은 같은 유치원에 다닌 작은유진을 반에서 한눈에 알아보아 이름과 유치원을 물어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작은유진은 큰유진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또한 큰유진이 언급한 유치원 이름을 알지도 못한다는 듯 자신은 그 유치원에 다닌 적이 없다며 큰유진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큰유진과의 대화가 있던 뒤 작은유진은 자신의 엄마가 큰유진과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큰유진을 불러 유치원에서 겪었던 ‘그 일’에 대해 물었다. 자신이 그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이 과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던 작은유진은, 자신이 왜 그 일을 기억하지 못했는지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 갔다. 

  왜 작은유진은 성추행이라는 큰일을 겪었던 그 유치원과 자신과 같은 반이었던 큰유진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일까? 작은유진의 기억 속에는 그 일이 존재하지 않는데 왜 작은유진과 큰유진의 엄마는 서로를 이미 알고 있었을까?

  큰유진과 작은유진이 유치원생이었던 어린 시절, 두 사람은 유치원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큰유진의 부모는 큰유진보다 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큰유진의 엄마는 큰유진에게 수없이 “사랑해.”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었다. 큰유진의 아빠는 자신의 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그 원장에게 커다랗게 분노를 터뜨리며 큰유진의 마음을 알아주었다. 부모의 그런 딸을 향한 사랑과 위로, 공감은 큰유진이 그 일을 겪었지만, 신경 쓰지 않은 채 당당하고 아무 상처받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큰유진의 부모와 달리, 작은유진의 부모는 이 사실을 알고 큰유진에게 그 부모가 한 것처럼 사랑해주고 위로해주며 공감해주지 않았다. 작은유진의 엄마는 자신의 딸이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에 몹시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딸을 수치스럽게 여겼다. 작은유진에게 그 일을 잊으라고 강요하고 협박으로 작은유진의 기억을 지워 버렸다. 작은유진의 아빠는 작은유진이 그 일을 당해 사람들에게 눈초리 받지 않는 길은 오로지 인정받는 것이라는 생각에 작은유진이를 혹독하게 공부시켰다. 

  그들은 그 일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끝마무리하지 않고 중간에 이사를 가 버렸다. 작은유진의 부모는 작은유진이 겪은 일이 자신들의 명예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했다. 작은유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그러했다. <유진과 유진> (개정판 2쇄) 170쪽을 보면 ‘그 일을 겪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닌데, 그런데도 그 일을 만회하기 위해 빚쟁이처럼 산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작은유진의 삶은 빚을 갚는 삶이었다는 것이다.

  작은유진은 사랑받고 위로받고 공감 받지 못했다. 결국 작은유진은 어떤 사람과도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로 인해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고 그 상처로 한 단계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중에야 자신이 왜 그 일을 기억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 낸 작은유진에게는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작은유진은 자신을 빚쟁이로 만든 부모에게 분노하며, 부모 몰래 학원비로 춤을 배우고, 예전부터 피고 있던 담배를 계속해서 폈다. 나는 작은유진의 그 행동들이 자신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지 못한 부모들에게 보내는 원망과 반항이라는 것을 알았고, 작은유진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작은유진은 위로받지 못하고 응어리진 그 상처를 춤과 담배로 해소하고 풀었던 것 같다. 물론 춤은 작은유진이 정말 배우고 싶고 다니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분명 작은유진의 마음속에 부모들을 향한 분노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유진과 유진> 책의 끄트머리에 가서는 작은유진이 엄마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 작은유진의 엄마는 자신이 느꼈던 것과 그때 들었던 감정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딸에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처음에는 두려웠고 무서웠다. 작은유진에게 어떻게 대하고 작은유진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 일이 두려웠던 작은유진의 부모는 결국 작은유진이 입은 상처를 함께 나누고 이해해주지 못했다. 

  작은유진은 자신의 부모가 원망스럽지 않고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말에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의 씨앗을 마음에 심어 두었다. 



  이 책은 두 유진이 겪고 느꼈던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유진과 유진>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유진과 유진>은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유진은 ‘그 일‘을 겪고서도 상처를 훌훌 털어버리고 당차게 살아갔다. 그 일이 자신의 탓이 아닌 자신에게 해를 입힌 그 사람의 잘못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큰유진의 당당한 삶의 바탕은 큰유진의 부모가 큰유진을 향한 사랑, 위로, 공감을 통해 반듯하게 다져 놓은 것이다.

  그러나 작은유진은 자신의 부모가 억지로 지운 기억을 마음 한구석에 자신도 모르게 품고 살다가, 자신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에 그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했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사랑해주고 위로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에게 반항하고 분노했다. 작은유진의 ‘빚을 갚는’ 삶의 바탕은 작은유진의 부모가 작은유진을 향한 무관심, 차가운 태도, 억지로 지운 기억을 통해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는 큰유진이 자신의 부모의 태도를 삶의 바탕으로 삼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상처를 받은 사람을 사랑하고 위로하며 공감해야 그 사람의 마음이 꼿꼿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충격받고 상처를 입은 사람 혼자서는 그 상처를 다 씻을 수 없다. 그 주위의 사람들이 그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해주어야만 그 사람의 마음을 밝게 비출 수 있다. <유진과 유진>에서 말하는 ‘상처의 공감’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상처’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유진과 작은유진에게 ‘성추행’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찾아와 두 유진의 기억에 상처를 입혔던 것처럼, 상처는 나에게 충격과 다시는 잊지 못할 ‘그 일’을 과거에 남겨 둔다. 이 일을 겪어 슬퍼하고 괴로워하는지, 반대로 이 일을 성장의 발판 삼아 한 단계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는지, 그것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두 유진을 보면, 큰유진은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나 성장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결국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더해 그 일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작은유진은 부모의 협박과 기억을 삭제하는 행위로 상처를 위로받고 성장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결국 작은유진의 상처는 부모를 향한 반항과 분노로 다른 쪽으로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나 역시 큰유진처럼, 상처받고 충격 받았을 때도, 결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을 때도,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나 상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나 성장하는 방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위로하고 아껴주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상처를 씻고, 조금씩 일상생활로 돌아오며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어렵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 일’에 기죽고 움츠러든다면 더욱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처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상처는 잠깐 지나가는 일일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기억에는 가슴 아픈 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다고 상처에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 일을 겪은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순전히 그 사람에게 그 일을 겪게 한 나쁜 누군가의 잘못이고, 그 사람이 당신보다 기죽고 움츠러들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상처받은 그 사람의 마음에 한 줄기 따스한 햇살이 비췄으면 좋겠다.

  큰유진처럼, 그리고 이제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하는 작은유진처럼,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나 성장하는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그것을 바라며 이 독후감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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