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제목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왜? 저녁도 아니고 점심도 아니고 꼭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라는 걸까? 그리고 ‘죽음’을 꼭 생각해야 할까? 일단 이런 저런 생각들을 뒤로한 채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제목의 의미와 저자의 의도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텍스트 하나하나가 사골 우려내듯 진국인데 ‘2월의 졸업생들에게’ 파트에서 졸업하는 대학생들에게 전해주는 ‘돈과 명예보다는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라는 말이 유독 진하게 와닿았다. 글의 맥락상 줄이지 않고 모두 적어보았다. 『지나온 학창 생활에 대한 각자의 평가가 어떠한 것이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피에르 파졸리니는 “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삶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여러분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있고, 진정한 평가의 시간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찾아옵니다. 그러면 미래에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어야 할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때 평가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보다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것이 좋은 이야기일까요? 좋은 이야기의 조건은 너무 큰 주제라서 오늘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좋은 등장인물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부자가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으로만 점철된 이야기라고 꼭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패담도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20여 년 전 내가 결혼 상대자를 택할 때 부자보다는 대화가 되는 진실한 사람을 만나고자 했던 때도 생각나고 그 후로도 계속 그렇게 살고 있어서 이 부분이 깊게 와닿은 것 같다.

’우리는 없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무시한다. 삶은 그런 식으로 소진되며, 죽음은 예기치 못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덧없는 욕망으로 인해 삶이 소진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헛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가? 대다수 사람이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다.’ 라는 불변의 진리를 외면한 채 아등바등 살아가다가 인생의 끝자락에서 그동안의 삶을 후회하며 삶을 마감하는 것 같다. 후회 없는 삶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덜 후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하고 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라고, 그리고 없는 것은 바라지 말고, 있는 것을 중요시하라고, 그렇게 하다 보면 헛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덜 후회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나는 언제부턴가 지난 일에 대하여 후회하는 행동 방식에서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후회하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발전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했을 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맛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부분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돈과 명예를 쫓기보다는 좋은 등장 인물들과 함께 건강관리하면서 좋은 이야기 써내려가는 좋은 인생을 살고싶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는 인생 말이다.

끝으로 서두에서 궁금해했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에 죽음을 생각하기 보다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면 덜 후회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도 죽음을 앞둔 노년기보다는 인생의 초반에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진리를 깨닫는다면 아등바등 하지않고 부와 명예만 쫓지 않고 최대한 가볍고 살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중년의 나이지만 지금이라도 죽음을 생각할 줄 알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