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86 나는 이장의 가르침을 마치면서 모든 젊은 전기 기술자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언제나 극도로 조심하라는 것이다.... 커다란 전기 충격을 겪으면... 연구자의 지성은 엄청난 영향을 받게되어,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게 변할 것이다. - 조지프 프리스틀리, [전기의 연구에 대한 쉬운 입문]에서 1768년 -

현대인들 삶에서 전기를 분리하여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거제지역은
5일동안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 채 100년전 아주 외진 산골 초가집과 같은 생활을 겪어야 했다.만약 광역정전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인터넷, 이메일, 전화선,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등 모든 것이 먹통이 되고, 식품 저장소의 음식은 썩고, 수족관 물고기들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채 두어시간후 지느러미를 움직이지 않은채 표면위를 둥둥 떠다닐 것이다.

전기 공급 뿐만아니라, 전기력 자체가 사라진다면.. 당장 바다가 솟구치고, 우리 몸속 헤모글로빈과 산소의 결합이 분리되면서 생명은 꺼지고, 광물속의 상호 응집되어 있는 전기적 결합은 끊겨 땅바닥은 갈라지고 녹아져 내린다.

130억년전 빅뱅이 일어나는 순간 거대한 폭발과 함께 강력한 전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겁의 세월을 거쳐 원자들은 뭉치고, 분열하면서 또 다른형태의 물질들을 생성해 냈다.
이러한 물질들은 광물로 땅속과 표면에 숨어 그 속에 강력한 전자를 품고 있었다.
인간은 마침내 밖으로 전자를 끌어냄으로써 드디어 전자들의 세상을 이루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전기가 연구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역사는 200년 남짓하다.
정말 이 짧은 시간동안 놀라운 발명, 발견이 많았다.그 역사의 현장에서 만난 위대한 과학자, 민첩한 기술자, 그리고 사랑의 힘으로 발명된 전화에 이르기까지 실로 전기의 모든 역사를 이책은 다루고 있다.

조지프 헨리의 실험결과를 도둑질해서 만든 전보, 이 전보의 특허권을 따낸 모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어머니는 귀머거리였으며, 그가 사랑한 여인 메이블 또한 그랬다. 그녀는 자신의 장애 너머에 있는자신을 알아주는 벨을 만났고, 벨은 그녀를 위해 '인공성대'를 연구하다가 결국 전화라는 위대한 발명을 한것이다.

벨의 전화는 전보 산업 전체를 압도했으며 이를 방해하기 위해 사업가 오튼은 가난하고 명석한 토머스 에디슨을 고용했다. 일명 에디슨은 [특허 약탈꾼]이었다. 에디슨의 전구는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사용하고 있다.
그가 사형에 쓰이는 전기의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자를 발견한 조지프 존 톰슨,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돈이 없어서 물리학자가 되었다.
패러데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을 예견한 인물이었다.

우리는 전류가 흐른다고 배웠다. 그러니 일반 사람들은 전류를 액체로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면 전류는 흐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집안에 있는 콘센트를 꼽는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의 장 = 역장이 자리하고 있다가 물체 속에 기다리고 있던 전자들을 잡아 당겨준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잠자고 있던 전자들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순간 우리는 원하는 노트북을 켜고, TV를 시청하며, 에어컨도 돌린다.
다시 콘센트를 뽑는 순간 이모든 현상은 사라진다. 역장이 사라지고 전자들은 원래의 고요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텅빈 공간처럼 보이는 우리들의 공간은 넘쳐나는 힘의 장으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끊임없이 파동을 일으킨다. 금속표면을 활보하는 자유전자들을 일깨워 라디오를 켜고, 레이더를 돌려 적의 폭격기 위치를 추적하기도 하며,무선통신 핸드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이 모든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파동때문이다.

하인리히 헤르츠, 앙페르, 볼트, 와트씨에 이르기 까지 전기의 역사에 큰 공을 세운 많은 과학자들의 숨은 이야기도 솔솔하다.

1960년대 이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생체전기 연구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책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뛰어난 문장은 어려운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고, 논리 전개가 탁월하다. 이는 잘된 번역이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서술하고 있기 때문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