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이클 로보텀의 “디 아더 와이프“는 단순한 범죄 소설을 넘어 인간관계의 깊은 균열과 가족이라는 이름의 신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심리 스릴러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진실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라는 테마를 집요하게 밀고 나간다.

주인공 조 올로클린은 심리학자로, 다양한 범죄 현장에서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서 그는 그동안 경험해 온 사건들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충격과 마주한다. 그것은 범죄자의 심리가 아니라, 자신이 믿어온 가족의 얼굴에서 비롯된다.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조는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진실’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는 낯설고도 혼란스러운 여정에 빠져든다.

이 소설이 독자를 사로잡는 이유는 사건의 외형적 자극이나 단순한 반전 때문이 아니다. 로보텀은 서서히 파고드는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을 통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믿음을 당연시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아버지라는 존재, 남편이라는 존재,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절대적인 안정감을 주리라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비밀과 그림자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건드리며 독자에게 섬뜩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조 올로클린의 개인적 상황 역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그는 파킨슨병이라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몸은 점점 제약을 받지만 그만큼 인간의 내면과 심리에 대한 감각은 더 예민해진다. 완벽한 추리 능력을 가진 전형적 영웅이 아니라, 약하고 흔들리며 상처 입은 인간이 진실을 좇는다는 점에서 독자는 더욱 몰입할 수 있다. 불완전한 주인공의 시선은 사건의 긴장감을 높이고, 동시에 이야기 전반에 깊은 인간미를 불어넣는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비밀을 간직한 가족 이야기’이지만, 실상은 인간 존재와 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무너질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로보텀은 독자에게 뼈아픈 질문을 남기면서도,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한 문체로 그 과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 인간관계의 이면을 탐구하는 서사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범죄 소설을 넘어,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의 낯섦과 배신,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소용돌이를 탁월하게 형상화한 걸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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