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고십 리뷰는 되도록 많이 생각하고 신경 써서 쓰는 편인데, 이 리뷰는 어떻게 써야할지 난감하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다. 없는 생각을 끄집어내려니 난감하다. 분단이니 이데올로기니 책은 읽었을지언정 내 생각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쪽으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고, <광장>을 통해 ‘아. 그 시대에 이런 부조리가 있었구나’를 어렴풋이 알았을 뿐이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의미는 그 시대의 아픔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그 때에 해소되지 못한 부조리(일제 잔재 청산 등)가 지금까지 우리의 삶, 우리의 의식 깊숙한 곳에 불신과 패배주의를 남긴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명준이 바라 본 남한>

추악한 밤의 광장.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이게 한국 정치의 광장이 아닙니까? 선량한 시민은 오히려 문에 자물쇠를 잠그고 창을 닫고 있어요.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시장으로 가는 때만 할 수 없이 그는 자기 방문을 엽니다. ~ 이런 광장들에 대하여 사람들이 가진 느낌이란 불신뿐입니다. 그들이 가장 아끼는 건 자기의 방, 밀실뿐입니다. ~ 아무도 광장에 머물지 않아요. 필요한 약탈과 사기만 끝나면 광장은 텅 빕니다. 광장이 죽은 곳. 이게 남한이 아닙니까? 광장은 비어 있습니다. (p.63)

<이명준이 바라 본 북한>

일이면 일마다 저는 느꼈습니다. 제가 주인공이 아니고 '당'이 주인공이란 걸.~ 저는 월북한 이래 일반 소시민이나 노동자 농민들까지도 어떤 생활 감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알았습니다. 그들은 무관심할 뿐입니다. 그들은 굿만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끌려다닙니다. 그렇습니다. 인민이란 그들에게 양 떼들입니다. 그들은 인민의 그러한 부부만을 써먹습니다. 북조선의 공산당원들은, 치사하고 비굴하고 게으른 개들입니다. (p.128)

<이명준이 원한 삶>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며, 어떻게 살아야 보람을 가지고 살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p.36)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쫓아가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비치는 단단함 속에 젖어가면서 살 수 있는 삶.(p.40)

갈빗대가 버그러지도록 뿌듯한 보람을 품고 살고 싶다는 거예요.(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