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Break Up]을 보면서 저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낄낄 거리면서 보다가 두 남녀가 점점 어긋날수록 저 역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랑하던 남녀가 왜 이별을 하게 되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물론 영원한 사랑이라는 게 없을 지도 모릅니다.
20대까지만 해도 그런 사랑을 믿었고, 그런 사랑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건 사랑은 안 변해도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비관하는 건 아니고, 그래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암튼... 정말 불같이 사랑하던 사람들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을 하는데요...
물론 외도나 폭력, 혹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경제고 등이 이유라면 헤어지는 게 백 번 잘 했다 싶지만,
예를 들어 헤어지고 나서 한참 후에 "근데 말야... 도대체 그때 너 왜 헤어졌던 거니?"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할 말이 생각이 안 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게. 그때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했는데 왜 헤어졌던 걸까?'

이 두 연인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공 사례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만큼이나 실패 사례들을 통해 얻게 되는 교훈도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하하, 이렇게 되면 영화의 스포일링이 되나요? ^^;)

# 왜 내가 힘든 걸 이해해주지 못 하니?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입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라면 더욱 그럴 텐데요...
사실 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심신이 지치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하죠.
결혼한 직장 여성들의 경우라면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그냥 쉬고 싶은 데도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고, 대충이라도 집안 청소도 해야 합니다.
가끔은 이런 것들이 너무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게리와 브룩이 결정적으로 금이 가게 된 계기 역시 바로 이런 거였습니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저녁 식사를 하려고 한 날, 갤러리에서 일을 하는 브룩은 관장의 눈치를 보며 일찍 퇴근해 식사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게리는 레몬 12개를 사오라고 부탁했는데 달랑 3개만 사오고, 오자마자 피곤하다며 게임만 하면서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브룩은 화를 내고 게리는 그런 브룩을 이해하지 못 하죠.
게리의 입장에서는 자기도 하루 종일 일하고 왔으니 조금 쉬고 싶은 겁니다. 안 도와주겠다는 게 아니라 조금 쉬었다 도와주겠다는 거고, 도대체 먹을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장식할 레몬이라면 12개이든 3개이든 무슨 상관이냐는 거죠.
쓰잘데기 없는 일에 트집 잡고 화내는 브룩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겁니다.
브룩 입장에서는 양가 부모에게 잘 보이려고 잔뜩 신경 쓰느라 예민해져 있고 직장 상사 눈치까지 보며 일찍 퇴근해서 준비를 하는데, 이런 모든 걸 자기한테만 떠맡기는 것 같은 게리가 야속한 거구요.
나는 정말 모든 일을 잘 하려고 힘들게 최선을 다 하는데 상대방이 그런 걸 몰라주는 것 같아서 야속하기만 합니다.

결국 화가 난 브룩은 게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헤어져!"

사실 이 말은 정말 헤어지자는 말이 아니라, '내가 이만큼 힘들 걸 알아주면 좋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따뜻한 포옹, 내 노력을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인 거죠.
사실 이럴 땐 '미안해. 나도 네가 많이 노력하고 힘든 거 알아.'라고 하면 쉽게 풀릴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레몬을 몇 개 사왔느냐가 중요한 건, 그 자체가 아니라 내 말을 얼마나 주의 깊게 듣느냐 하는 거고,
이 사람이 가사 일을 얼마나 자기 일처럼 생각하느냐가 될 수 있으니깐 말이죠.

하지만 게리는 그런 브룩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결국 게리와 브룩은 각방을 쓰게 됩니다.

침실을 쓰는 브룩과 거실을 쓰는 게리는 정말 사소한 일에 사사건건 부딪히고 싸웁니다.
다이닝룸에 당구장을 들여 놓고 싶었던 게리는 욱 하는 마음에 브룩에게 상의도 없이 식탁을 치우고 당구대를 놓고 친구들을 불러 당구를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잔뜩 불러와서 밤새 파티도 합니다.
브룩은 이런 게리의 행동에 정말 열이 받습니다. 그런데 게리는 게리 나름대로 그런 행동에 다 이유가 있습니다.
브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브룩은 게리가 자기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에 헤어지기로 한거라고 생각하고 질투 작전에 돌입합니다.
사실 브룩도 게리와 헤어지기가 싫었던 거죠.
하지만 방법이 잘못 되었습니다. 자신이 게리보다 멋진 남자랑 사귄다면 게리가 질투를 하고 브룩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과를 할 줄 알았던 거죠.
그래서 브룩과 함께 지내는 집에 소개팅 남들을 데려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게리는 더욱 낙담하고 엇나가기만 합니다.

사실 이들의 속마음은 같습니다.
헤어지기 싫다, 네가 나를 조금만 이해해주면 좋겠다, 네가 먼저 나한테 사과해주면 안 될까, 그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데.
우린 아직 제법 잘 어울리고,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 엇갈리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만 합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그렇게 큰 게 아닌데 말이지.

예를 들어 게리가 한 1년쯤 후에 '그때 왜 내가 브룩과 헤어졌지?' 생각했을 때
레몬이 발단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정말 어이가 없을 겁니다.
겨우 레몬 3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다니...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이별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그저 단지 좀더 나를 이해해주고, 내가 수고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던 건데
의도와는 달리 어긋날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또 하나는 바로 친구들의 조언입니다.
게리와 브룩에게도 많은 친구들이 있고, 이 친구들은 자기 방식대로 게리와 브룩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조언들이 오히려 이 두 사람을 더욱 멀어지게 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들이 이성에 대해, 상대방에 대해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남자들은 말야...', '여자들은 하여간...' 뭐 이런 식의 말들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두 사람만의 관계와 시간과 역사는 오롯이 그 두 사람만의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질투 작전을 폈을 때 그게 먹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회복불능의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는 거니깐요.

따라서 어느 정도 유경험자들의 조언을 들을 필요는 있겠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 놓는 진실한 대화가 아닐까요?

욱하는 마음에 상대방의 자존심을 긁는다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대방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말이죠.
진솔한 대화와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하는 태도가 사소한 일로(그런데 따지고 보면 사실 큰 일일 수도 있죠.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별의 위기를 맞은 부부들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요즘 남편이랑 좀 삐꺽거리시는 분이 계시다면 오랜만에 주말에 둘이 이 영화 빌려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같은 사건을 두고도 남녀들의 생각과 견해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앞둔 남녀들의 심리 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부부의 문제를 좀더 객관화해본다면, 여러분 사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당신의 진짜 속마음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보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럼 당신의 사랑에 이별이 찾아오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