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식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즐겨 먹는 것, 먹을 줄만 아는 것, 아직 먹어본 적 없는 것. 즐겨 먹는 것은 너무도 많은지라 생략. 먹을 줄 알지만 가급적 피하는 음식은 회다. 내게 간절히 말하는 것처럼 입을 뻐끔거리는 활어를 보며 살점을 집을 수 있고, 꿈틀거리는 낙지발을 씹을 수 있지만 맛은 모른다.

여기, 특별한 음식이 있다. 현대문학 창간 55주년을 기념한 소설집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가 그렇다.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좋아하는 내게 더없는 성찬이다. 봄나물 같은 박완서 소설, 적당히 무른 사과 같은 양귀자 소설, 치킨과 시원한 맥주 같은 김인숙, 조경란 소설은 즐겨 먹을 수 있는 소설이 되겠다. 고백컨대 윤후명, 김채원, 최수철 소설은 먹을 줄만 알거나 그 맛을 조금밖에 모른다.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접하게 되면 즐겨 먹는 것이 되거나 먹을 줄만 아는 것으로 분류된다. 박성원의 ‘어느 날, 낯선 곳’도 유쾌하게 씹을 수 있었으나 늘 그렇듯 더 맛있는 게 발견되면 그 맛이 반감된다. 앞으로 더 찾게 될 음식은 ‘감나무가 있는 풍경’으로 맛을 들인 이동하 소설이 되겠다. 한두 권씩 천천히 음미해 볼 작정이다.

즐겨 먹는 것, 먹을 줄만 아는 것, 아직 먹어본 적 없는 것까지 차려놓은 풍성한 식탁이 있다. 당신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숟가락을 들어도 좋을 터.

여름철에는 풋감을 주웠다. 아침 일찍 감나무 아래로 나가 보면 제법 씨알이 굵은 풋감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꽃이 많이 붙은 해에는 그런 게 더 많았다. 꼭지가 무른 놈부터 저절로 솎아지는 거라고 했다. 그렇게 나무는 제가 감당할 만큼만 열매를 남긴다는 게 어른들의 설명이었다. (P. 54~55)

난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열매를 매달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무게를 줄이려고 미리 떨어뜨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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