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하는 일은 영어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간간히 외국인을 접대하기는 하나 인사 정도의 기초회화면 되고, 사무적인 것은 똑똑한 젊은 사원들이 유창하게 잘 처리한다. 그러기에 토익이나 텝스 시험을 치루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근자에 토익 책을 보았다. 영어 감각을 살리기 위한 공식적인 이유도 있으나, 실은 딸아이를 위해서이다. 내가 사는 집 가까이에 모 국립대가 있고, 방학이 되면 대학생을 위한 토플이나 토익 강좌가 개설된다. 일반학원에 비해 저렴할뿐만 아니라 강사들의 실력도 어느정도 믿을만 하다. 이 대학의 외국어교육원에는 초중생영어스쿨이 있는데, 아이는 원어민반에서 몇년을 다녔다. 아이 영어공부의 연속성과 이동시간을 고려하여 이 대학강좌를 수강하게 했는데, 대학생들 속에 아이만 남겨두기엔 조금 걱정이 되어 허락을 받아 같이 등록하여 듣기 시작한게 여러 해가 되고 말았다. 매 강좌 초에 단어 시험을 치는데 대학생에게 지지않을려고 열심히 단어를 외우는 아이를 보면 흐뭇... (당연히 난 안 외운다.^^*). 이때 토익책은 강좌에서 채택한 책을 볼 뿐 나의 선택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수강 때마다 각각 다른 책을 보았다. H토익, T토익을 분야별로 들었고, 기타 L모씨 토익과 비스켓 비슷한 게 토익 글자 안에 들어있는 책을 사용하였던 것 같다. 특별히 시험칠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이렇게 각기 다른 토익책을 사용하여 배울 때마다 느낀 것은 토익 책도 진화한다는 거였다. 대부분이 비슷한 기출문제와 모의문제를 다루면서도, 기술적으로 보다 유용하게 구성한 편집과 감각적 설명이 어떻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대학가 강좌의 판도가 달라진다. 당연히 어느 책이 괜찮더라~ 하는 입소문은 금방 인터넷을 타고 흘러 그쪽 책을 사용한 강좌로 쏠림현상을 보인다. 물론 책보다는 강사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작년말에 새로나온 토익 책에 눈길이 닿아 욕심을 내어 잡아보았다. 유수연의 <앤토익 3000>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느낀 큰 특징은, 두꺼운 책을 3등분으로 분권화하여 사용하여도 되겠금 편집하여 이동성과 편의성을 높인 점과 특이하게 해설서가 없다는 점이었다. 현재 보고 있는 부분만 들고다니기 편하게 사용자를 배려한 것은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모든 듣기자료, 해설 등을 전용 웹사이트(http://entest.co.kr/entoeic)에서 내려받기하여 활용하게 한 것은 약간 불편했다. 그동안 종이 해설서에 너무나 익숙하다보니 그런 걸꺼다. 대신 편리한 면도 있다. 이 책의 큰 장점으로 자랑하는 (체크스코어 시스템(CSS)을 이용하면 채점, 성적 상세분석 및 다른 학생과의 성적 비교 등을 쉽게 해 볼 수 있고, 사이트에서 동영상 강의나 추가문제 등을 공짜로 들을 수 있다. 다른 책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나 이리저리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하다. 하긴 어쩌겠는가. 컴퓨터를 이용한 시험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렇게 연습하고 맞추어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을...

모의문제는 수준급으로 신뢰도와 완성도가 높아보인다. 모든 것은 토익점수가 말하겠지만 작금의 수준급 책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아무래도 최신 책이니만큼 신세대적 사고에 접근해 거부감없이 실속을 챙길 수 있도록한 구성 때문일 것이다. 3000제, 이거 장난 아니다. 해설서 없이 이 정도의 문제를 탑재한 책은 아직 못봤던 것 같다. 학원강좌를 이용하는 분들 보다는 웹을 이용하여 혼자 공부하고자하는 이들에게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책 임이 틀림없다.
이 즈음에서 고백을 해야겠다. 사실 이 책의 첫 모의고사 부분을 빼고 나머지는 딸아이가 풀어보았다. 그러기에 리뷰 올리는데 시간이 걸렸으며, 아이가 공부해 본 느낌을 대체로 전해 적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느낀 불편함에 대한 아이의 의견을 전하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나는 MP3를 내려받기하여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불편하다 하였더니 아이는 그게 편하단다. 컴퓨터로 시험치고 해설을 보는게 답답하고 공부가 안된다 하였더니 자기는 종이로 안봐도 되며 그게 대세란다. 그럼 메모는 안해도 되냐니까 긁기 복사하여 정리 후 프린트 하면 된단다. 세대간 문명의 차이처럼 공부도 진화하는거다. 아이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책은 혼자 공부하기 좋은 책이란다.
아참... 성적 공개? 영어회화에는 스트레스가 있지만 성적에 노심초사할 필요없는 나의 첫회분 성적이 너무 낮아 생략한다. 아이도 원하지 않고... 아무튼 이 책의 풍부한 모의문제는 실제 토익시험에서 충분히 응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