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기시작한 인문학 열풍이 잦아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대중의 인기를 얻고있다. 이를 인문학의 부활이라며 반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는 베스트셀러 목록속의 도서들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기 보다는 인문학의 인기에 편승한 자기계발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이 중요시되면서 도서관과 문화센터, 각종 기관은 물론이고 기업들에서 인문학 강좌를 마련하였으며 그 대상도 기업의 CED에서 평법한 주부나 재소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하다. 바야흐로 인문학은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에 정면으로 맞서는 불온성이 거세된 채 구체적인 삶과의 접점도 잃고 온 국민의 필수 교양처럼 인식되었다.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2000년 활동을 시작한 ‘수유너머’는 제도권 밖의 공동연구단체를 지향하며 강연등을 통해 인문학 부흥에 앞장서 왔다. 그런 그들이 자본 축적의 전략과 효율적인 지배를 위한 국가 개입으로 인해 인문학이 본연의 비판적 힘을 잃고 위기에 당면해 있다고 인문학의 관심과 대중의 인기를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이야말로 인문학이 가진 위협적이고 전복적인 성격, 곧 불온함을 벼리기위한 절실한 시기라 말한다. 국가와 자본, 권력에 길들여진 인문학은 우리에게 올곧은 사유를 불가능하게 차단하며 현실을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며 인문학에 ‘비판성과 전복성’을 되찾기위해 익숙해서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길들여진 현재의 인문학에 ‘불온한 인문학’ 이란 발칙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기성제도나 문화에 반하는 저자들의 소극적(?) 투쟁은 불온성과 전복성에서 한 발짝 떨어진 그들만의 주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반정부적인 이미지와도 반하는 내용과 그들만의 사고방식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불온한 인문학’이란 이름에 걸맞는 불온하고 반체제적인 내용도 아니며 제도권에 반하는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는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였지만 기존의 익숙하던 배치를 뒤엎고 인문학을 재정의하고 다른 방식으로 인문학을 바라보게 한다. 편안하고 즐거움만 선사하는 인문학, 교양인이 되기위해 성공하기위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문학 목록의 책 한 두 권쯤은 읽어야하는 행복과 희망에 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위안과 위로를 얻는 소비형태의 인문학을 넘어서 불편하고 낯설지라도 여태까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불온한 인문학'을 이야기할 때라는 그들의 주장에는 공감한다.

이책은 지식과 교양의 한 인문학을 재정의하고 현대자본주의 비판을 위한 담론의 장을 여는 책이다. 반인문학, 또는 인문학에 저항하는 인문학.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불편함과 낯섦을 창출하는 힘이며, 그 힘을 우리는 ‘불온하다’고 부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생산해야 할 인문학의 존재 양태, ‘어떤’ 인문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응답은 바로 순응하지 않는 인문학, 즉 ‘불온한 인문학’에서 찾아져야 한다. - p.83